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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아이들’ 3명 눈물의 하소연 “한국인인줄 알았는데… 쫓겨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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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아이들’ 3명 눈물의 하소연 “한국인인줄 알았는데… 쫓겨난대요”

조은아 기자 입력 2017-11-02 03:00수정 2018-01-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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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미등록 청소년 예림 양과 군이 군(각각 가명·왼쪽부터)이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이주민지원센터에서 자신의 꿈을 쓴 도화지를 들고 있다. 언젠가는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고 꿈을 말하길 기대하면서.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아무도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한국으로 건너온 몽골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중학생 예림(가명·15) 양은 자신이 언제라도 추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에야 알았다. 학교 선생님이 알려준 한 외국인센터를 방문하고 나서였다. 미등록(불법 체류) 신분이면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인 부모는 딸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법에 어두워 몰랐는지, 아니면 딸이 두려워할까봐 입을 못 뗐는지 지금도 모른다.

“저 없이 물건 하나 제대로 못 사는 엄마, 아빠를 두고 어떻게 나가죠. 엄마, 아빠는 몽골 수화도 잊어서 몽골로 같이 갈 수도 없어요.”


내년 고교 진학을 앞둔 예림 양은 그래서 더욱 불안하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고교를 졸업한 미등록 청소년을 엄격히 단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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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림 양을 괴롭히는 건 추방 공포와 함께 번번이 좌절되는 꿈이다. 예림 양은 커피 만드는 사람들이 멋져 보여 바리스타가 되고 싶었다. 지난해 토요일마다 학교에서 진행된 바리스타 교육에 1년 내내 참여했다. 하지만 곧 꿈을 접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공인 자격증 시험에 도전할 수 없었다.

4월 예림 양은 친구들과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 백현의 생일파티 예매에 성공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행사장에 갔지만 홀로 돌아와야 했다. 행사장 안전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신분증이 없었다. ‘난 왜 태어났을까.’ 요즘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예림 양은 부모가 왜 한국에서 자신을 낳았는지, 자신이 언제든지 추방될 수 있음을 왜 알려주지 않았는지 원망스럽기만 하다.

예림 양과 같은 미등록 청소년은 ‘불법 체류자가 된 이유나 처지가 제각각 다르니 이를 참작해 체류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다. 억울하게 체류 기한을 넘긴 사람도 많다. 석원정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소장은 “미등록 아동은 미성년자이니 부모와 함께 체류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등록 청소년 군이(가명·15) 군도 마찬가지다. 몽골인 부모는 1997년 한국에 온 뒤 10년간 임금과 각종 대금 6000만 원을 못 받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사장과 지인들의 말에 희망을 걸며 기다려오다 아이가 셋이나 생겼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000만 원밖에 못 받았다.

부모가 억울하게 미등록자가 되면서 군이 군의 삶도 틀어졌다. 유치원 때 친구들 따라 간 도장에서 태권도 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 국가대표를 꿈꿨고 2년 전 체육 중학교에 진학했다. 1학년 내내 맹연습을 했지만 동료들에게 오는 출전 기회가 유독 그에게만 주어지지 않았다.

“처음엔 제 실력이 부족해서 출전을 못 하는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더라고요.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니 선수로 등록을 할 수 없었던 거죠.”

‘넌 경기 언제 나가?’라는 친구들의 질문이 그에게 매번 비수로 꽂혔다. 군이 군은 사춘기가 찾아온 2학년이 되자 태권도를 놓아 버렸다. 방학 때는 멍하게 TV만 봤고 엄마에게 ‘왜 나를 낳았느냐’는 날카로운 말만 쏟아냈다. 그는 “한국 태권도 선수가 될 실력이 있는지 확인할 기회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경기도에 사는 미등록 청소년 진호(가명·14) 군은 더 특수한 사정이 있다. 미등록 중국인 부모가 낳은 진호 군은 출생일을 올해 4월 3일로 여긴다. 법원이 중국계 한국 귀화인인 새엄마에게 입양을 허가한 날이다. 그는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입양되면 한국에 계속 살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 믿음은 곧 산산조각났다. 부모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합법 체류 자격을 달라고 요청할 때마다 ‘출생신고서를 가져와야 접수해준다’는 말만 돌아왔다. 체류 자격 신청에 필요한 다른 서류를 다 갖췄지만 출생신고서만 없다. 중국인 친아빠 김모 씨(45)는 “애가 한국에서 태어났을 때는 중국대사관에서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았고 지금도 신고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진호 군을 돕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입양 허가를 받은 미등록 아동에게 출생신고서를 요구하는 건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입양 판결을 받은 특수성을 감안해 요건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산=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그림자 아이들#불법 체류#미등록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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