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이란 핵 위협 “추가 제재 가할 경우 핵 협상 파기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16시 18분


코멘트
미국에 대한 이란의 반격 수위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직접 미국을 겨냥해 이란에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 핵 협상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핵 도발 위협에 미국의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미국을 압박하면서 내부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15일 의회 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위협과 제재의 언사로 회귀하려는 이들은 스스로 과거의 망상에 붙잡힌 죄수들”이라며 “그들이 (핵 협상 이전으로) 되돌아가기를 원한다면, 몇 주나 몇 달이 아니라 ‘몇 시간’ 만에 훨씬 더 강력하게 복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핵 협상을 이행하기를 더 원하지만, 그것이 이란에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최근 몇 달 새 세계는 미국이 이란과 핵 협상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적인 합의를 반복적으로 파기하고 무시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란 핵 협상은 물론 파리 협약과 쿠바 합의를 깨뜨린 트럼프 행정부는 신뢰할만한 파트너가 아니라고 꼬집은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란이 핵 협상을 빌미로 세계를 인질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서를 통해 미국의 추가 제재는 이란 핵 협상과 관련이 없다며 “이란 핵 협상이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헤일리 대사는 다음 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엔 핵 감시기구와 이란 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란 의회는 앞서 13일 미사일 개발과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특수부대에 6000억 원의 예산을 추가 배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미국을 자극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은 “이번 결정은 미국의 모험주의와 제재에 맞선 우리의 첫 행동”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또 이란은 최근 무인항공기를 지속적으로 미국 항공모함에 접근시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에 대한 이란의 핵 위협은 점증할 전망이다. 이란의 군부와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강경파들이 로하니 2기 내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제 막 새 정부의 조각을 매듭지은 로하니 대통령 입장에서는 초기부터 보수 강경파들과 충돌해 국정 운영 동력을 약화시킬 이유가 없다”며 “당분간 강경 발언을 통해 내부 결집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이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 핵 협상을 파기하겠다는 단서를 달아 미국에 공을 넘겼다. 북한의 도발 국면을 이용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란 핵 협상을 평화와 안보를 위해 이뤄낸 가장 훌륭한 외교적 성과로 보고 있다”며 “핵 협상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카이로=박민우특파원 minw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