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니 “한반도 어떤 核도 반대”… 핵실험 앞둔 北 외교고립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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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이란 정상회담/외교]朴대통령-로하니 정상 공동성명
“핵무기 개발로 안보강화 못해… 이란, 한반도 평화통일 지지”
北미사일-제재방안 언급은 없어

“양국 외교장관 회의 정례화” 이란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 앞)과 테헤란 사다바드 좀후리 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히잡(이슬람 전통 두건)의 일종인 ‘루사리’를 착용하고 공식 행사에 참석했다. 테헤란=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양국 외교장관 회의 정례화” 이란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 앞)과 테헤란 사다바드 좀후리 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히잡(이슬람 전통 두건)의 일종인 ‘루사리’를 착용하고 공식 행사에 참석했다. 테헤란=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북한에 직접적인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36년 만에 열리는 북한의 노동당대회(6일)를 앞두고 5차 핵실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오랜 우방인 이란마저 북핵 폐기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반도나 중동에서 핵무기가 없어지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강조한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화답이다. 당초 예상보다 더 직접적으로 북핵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채택된 ‘한-이란 포괄적 파트너십에 관한 공동성명’에서도 “핵무기 개발은 절대 안보를 강화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명시했다.

물론 ‘중동에서’라는 표현으로 이란이 지역 내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을 겨냥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성명에서 “이란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민의 열망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고 명문화한 것은 이란이 ‘한국 주도의 통일’에 이견을 달지는 않았다고 해석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대북 제재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다. 로하니 대통령의 발언과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중요한 이란이 북핵 문제에 관해 한국을 배려하는 발언에 그친 것이라는 지적도 없진 않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북한과 관계를 끊는 식의 실질적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란이 북한과의 끈끈한 관계를 완전히 저버리기 어려웠다는 현실적인 측면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이란으로부터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기술을 이전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 왔다. 이란과 북한은 1983년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상호지원협정을 체결한 뒤 미사일 개발 분야 등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해왔다. 북한은 1997년까지 노동2호 등 옛 소련의 스커드미사일 수백 기를 개량해 이란에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란은 2002년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폭로된 이후 오랫동안 경제 제재를 받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북한이 잇따른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북한-이란 관계를 고려할 때 로하니 대통령의 ‘한반도 핵개발 핵무기 반대’ 발언은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무척 속이 쓰릴 것”이라며 “로하니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 해도 외교적 부담이 되는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핵 문제로 미국과 각을 세우던 이란이 핵 개발을 반대한다고 한 것은 북한에 뼈아픈 메시지라는 것이다. 정부가 이란과 북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압박과 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한 이란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북한과 함께 반미를 외쳤던 미얀마는 협력으로 돌아섰고, 쿠바도 미국에 문을 열었다. ‘혈맹’인 중국마저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 북한 외교는 사면초가 형국이다.

당장 북한은 한-이란 정상회담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그만큼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단체 아리랑협회가 운영한다는 매체 ‘메아리’는 이날 “미국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대이란 제재에 가담했던 박근혜가 이란 인민 앞에 핵 공조 동냥 바가지를 내들었다가 어떤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인지는 뻔하다”고 비난했다.

테헤란=장택동 will71@donga.com / 윤완준 기자
#정상회담#박근혜#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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