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더 떨어지면 中수출 휘청” 환율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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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환율전쟁… 경쟁 치열한 산업분야 빨간불

“환차손 보험을 가입해야 되나?”

“지금은 예측불허입니다. 자칫 손해를 볼 수 있어 더 기다려야 합니다.”

건설장비를 제작해 중국에 수출하는 중견기업인 대동ENG. 이 회사는 12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위안화 급락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임원진 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 회사의 박경훈 이사는 “위안화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제품 가격을 낮춰 대응하겠지만 장기화되면 결국 거래를 중단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서울 서초구 헌릉로의 현대자동차 중국사업부. 오전 일찍 출근한 직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위안화 환율을 예의주시하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위안화 절하의 영향을 논의하느라 현대차의 중국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와 쉴 새 없이 전화통화가 이어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으로 5만여 대를 수출하고 177만 대를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은 타격을 입겠지만 중국의 수출 증대로 내수경기가 살아나면 현지 판매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위안화의 갑작스러운 가치 하락으로 국내 산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위안화 절하가 장기화되면 국내 업체들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날 증시도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90.8원으로 치솟으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가 나란히 5%대씩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 매출이 원화로 환산될 때 환산이익이 늘어나 자동차 업체에는 호재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6.23% 급락하는 등 화장품 의류와 같은 중국 소비 종목들은 줄줄이 떨어졌다. 중국인 여행객들의 구매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로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여행주도 8% 안팎 떨어졌다.

○ 촉각 곤두세우는 산업계


국내 전자업체들은 환율 변동에 대비해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나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 업체들이 환율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넘어 해외로 보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스마트폰 등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제품군의 가격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장 가격을 조정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제품과 경쟁이 되는 제품군은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원유가격 하락으로 대규모 적자를 본 정유·석유화학업계는 다시 한 번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 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국내 정유업계는 재고 손실로 대규모 손해를 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조선업계는 이미 일본의 엔화 가치 하락 정책으로 일본 조선업체에 수주 물량을 빼앗긴 아픈 경험이 있다. 다만 한국의 조선 기술이 중국 업체보다 우위에 있어 수주 물량에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보다는 중국 업체와 경쟁이 치열한 중소 조선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엇갈리는 전망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위안화의 갑작스러운 가치 하락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 다소 엇갈린 전망을 하고 있다. 양국 간의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상황에서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안화 이슈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지만 중국의 수출이 늘면 중국에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는 한국도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위안화 절하가 단순히 중국이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취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기여도는 5% 수준에 그쳐 경기 진작을 위해서는 소비나 투자를 늘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전병서 경희대 교수(중국경영학)는 “이번 위안화 절하는 자본시장 개방을 앞두고 환율의 변동성을 점검하는 차원”이라며 “세계 최대의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이 지속적으로 위안화를 낮추는 것은 내수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황태호·정임수 기자
#위안화#수출#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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