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비난과 찬사에 흔들리지 않은 ‘밥 딜런의 자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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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한 일이라곤 새로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강하게 표현하는 노래를 부른 것뿐이었다.―‘바람만이 아는 대답’(밥 딜런·문학세계사·2005년) 》
 
 지난달 13일(현지 시간) 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의 가수이자 시인, 밥 딜런(75)은 한동안 수상 소감을 내놓지 않았다. 2주간 계속된 그의 침묵에 세상 사람들은 ‘수상을 불편해한다’거나 ‘무책임하고 거만하다’고 수군거렸다. 이런 논란은 지난달 말 그가 “(수상 소식에) 말문이 막혔다. 영광스러운 상에 감사하다”는 소감을 내놓은 뒤 일단락됐다.

 수상 소감을 둘러싼 이 같은 소동은 딜런의 일생에서 여러 차례 반복됐다. 그는 세간의 평가에 늘 당혹스러워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저항가수, 시인, 대중음악가 등 다양한 별칭을 붙였지만 그는 “내가 대변하게 되어 있다는 세대와 공통적인 것이 별로 없고 잘 알지도 못했다”고 고백했다. 또 “내가 세상에 대해 느낀 것을 정의하기 위해 노래할 뿐이며, 자유로움이 내 음악 세계의 전부이다”고 말했다.

 1960년대, 시대는 그를 저항과 반전의 상징으로 추앙했지만 그의 반응은 똑같았다. “나는 기적을 일으키는 설교자가 아니다”며 곤혹스러워한 것이다. 그는 대표곡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g in the Wind)’에서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영원한 평화가 찾아올까’라는 노랫말을 썼지만 이런 평가는 거부한 셈이다.

 딜런의 노래가 시대를 초월해 존경받는 것은 이처럼 외부로부터 자유를 지키려는 치열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상생활에서 자신을 재단하는 타인의 시선을 견뎌내는 일은 무척 어렵다. 비난을 극복하기도 어렵지만 주변의 칭찬이나 기대를 외면하기도 결코 쉽지 않다. ‘비행기를 태우는 말’에 홀려 제 삶의 균형을 잃거나 기대에 부응하려 원치 않는 페르소나(가면)를 쓰고 살아가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딜런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50년 넘게 활동하며 여전히 새 노래를 만들고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에도 덤덤했던 거장의 모습에서 진정한 자유의 의미와 이를 지키기 위한 치열함의 가치를 새삼 깨닫는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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