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이라더니… 부동산 세무조사 ‘탈탈’ 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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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조사대상 확대 가능성 시사

“이번 부동산 세무조사는 환부만 도려내는 ‘핀셋 세무조사’가 될 것입니다.”

국세청은 올해 8월 탈루 의심자 286명에 대해 첫 부동산 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당시 국세청은 ‘8·2부동산대책’ 발표 이후에도 집값 안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세무조사라는 칼을 빼들었다. 2005년 이후 12년 만의 공개적인 부동산 기획조사라 부담감이 커 조사자 수를 대폭 줄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28일 3차 조사까지 진행되면서 국세청의 부동산 기획 세무조사 대상자 수는 843명으로 늘었다. 아직 2005년 조사자 2600여 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꾸준히 늘어나는 모양새다. 국세청 측은 “부동산 세금 탈루는 앞으로도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밝혀 조사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세무조사를 집값 안정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피해야 할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 점점 늘어나는 조사 대상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자 선별 기준은 1∼3차 조사 모두 비슷하다. 서울 강남권 등 최근 가격이 오른 재건축 아파트를 올해 사들였거나, 가격 급등 지역에 다주택을 보유한 경우엔 자동으로 조사 대상 후보가 된다.

여기에 조사 시기별로 △30세 미만 고가 주택 취득자 △현금으로 고가 주택을 사들인 사람 등이 특별조사 대상자로 선정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올라온 수만 건의 조사 후보 가운데 부동산 자금 출처가 의심스러운 사람을 선별해 세무조사까지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무조사 대상이 되면 거래 당사자와 그 가족의 최근 5년간 부동산 거래 기록을 훑는다. 재산 변동 상황을 점검하고 금융 추적조사도 함께 실시한다.

올해 2차 조사까지 세무조사 대상이 된 사람은 588명이다. 이 중 현재까지 조사를 마무리한 사람은 261명이며, 국세청은 이들로부터 총 581억 원을 추징했다. 조세범처벌법 등 법령 위반자는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공개 기획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부동산 거래자금 탈세와 관련된 조사는 통상 연간 4000건 넘게 진행한다”며 “부동산 침체기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조사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지만 지금은 부동산 과열기라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접근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구시대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탈세로 부동산을 사들인 사람들에게 반드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지 집값이 잡힐 때까지 세무조사를 계속하는 것은 조사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회삿돈 빼돌려 ‘강남 집’ 3채 적발

국세청은 이번 발표에서 다양한 탈세 사례도 공개했다. 부동산 탈세는 통상 부동산을 사들이는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서울의 중소기업 대표 A 씨(49·여)는 회사 계좌로 입금해야 할 수수료를 자신의 개인 계좌로 받았다. 이렇게 빼돌린 돈과 다른 회삿돈을 더해 서울 강남구에 집 3채를 사들였다. 국세청은 A 씨에게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합쳐 수십억 원을 추징했다.

의사인 B 씨 역시 수십억 원대 현금을 어머니와 외할머니로부터 받았지만 증여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돈으로 서울 서초구의 재건축 아파트와 서울 용산구의 신축 오피스텔 등을 사들여 덜미가 잡혔다. 광주에 사는 C 씨(47)는 부인과 함께 부산, 경기 화성시 동탄 등의 아파트 분양권을 10번 이상 샀다가 파는 수법으로 투기에 나섰다. C 씨는 세금을 줄이려고 작성한 다운계약서가 들통나 수억 원대의 세금을 물어야 했다.

한편 국세청은 부동산 탈루에 이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세(稅)부담 없는 변칙 증여에 대해서도 단속에 나섰다. 국세청은 이날 대기업 사주 일가를 중심으로 위장 계열사를 운영하거나 차명 주식을 통해 탈루한 사례를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총 31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추징액은 107억 원이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가진 고액 자산가와 고소득자의 재산 변동 내용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 수입에 비해 자산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경우에는 자금 출처 조사 대상자로 선정해 세금 탈루 혐의를 검증할 계획이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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