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선제공격 않겠다’는 김정은… 두달전엔 “美 주저없이 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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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7차 당대회 폐막]北의 핵무기 기만전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7차 노동당 대회에서 거론한 ‘선제 핵 불사용’을 핵 정책이나 핵전략의 중대 변화로 봐선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책임 있는 핵보유국’을 명분 삼아 어떤 경우에도 핵을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처럼 밝혔지만 유사시 대남 핵 타격 옵션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의 산물이라고 포장함으로써 한국을 겨냥한 게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만전술용 선전이라는 것이다.

핵전략 분야에서 통용되는 ‘선제 핵 불사용(no first use)’ 원칙은 두 가지다. 핵무기가 없는 나라에는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고, 언제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전이 벌어져 상황이 불리하더라도 상대국에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미국과 러시아 등 5대 핵보유국 가운데 선제 핵 불사용 원칙을 공식 선언한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의 공세적인 핵 정책을 고려할 때 이를 곧이곧대로 수용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을 거부하면서 5대 핵보유국 가운데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핵전력을 증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선제 핵 불사용 선언은 실제로는 핵무기를 증강할 시간을 벌어 미국이나 러시아 등과의 핵전력 격차를 줄이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정은의 ‘선제 핵 불사용’도 여러 측면에서 그 진의가 의심된다. 김정은은 선제 핵 불사용의 전제조건으로 ‘적대 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이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불과 두 달 전까지 김정은은 ‘실전 배비(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 버릴 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주저 없이 미제(미국 제국주의)를 핵으로 냅다 칠 것’ 등 전제조건을 달지 않은 핵 선제공격성 발언을 쏟아 냈다.

또 북한이 2013년 3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핵 건설 병진 노선’을 선언한 뒤 채택한 ‘4·1 핵보유 법령’(10개조)에서도 선제 핵 공격 의도가 명백히 드러났다. 이 법령의 4조는 ‘적대적인 핵보유국이 공화국을 침략 공격하는 경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최종 명령에 의해 핵무기로 보복 타격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핵이든 재래식 무기든 일단 북한이 공격받으면 무조건 핵 보복을 가할 것이라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이 기존의 핵 선제공격 전략과 정책을 폐기하거나 수정한다는 공식 선언을 하지 않고 선제 핵 불사용을 거론한 것은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4·1 핵보유 법령’ 5조에서 ‘비핵국가에 대한 핵 사용 금지’도 명시했지만 이 역시 ‘적대적 핵보유국과 야합해 공화국을 침략 공격하는 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나 일본이 북한을 공격하는 경우에는 이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며 핵 보복이나 핵 위협을 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군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개전 초 또는 체제 붕괴 위기를 맞이하면 한미 연합전력에 맞서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해도 미국의 핵우산(핵 보복)이 작동하기 힘들 것이라는 김정은의 위험한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김정은#당대회#핵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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