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최순실에 묻힌 개헌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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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개헌 논의 주춤]野 거부로 당분간 논의 어려울듯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로 확 불붙는 듯했던 개헌 논의는 25일 하루 만에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으로 주춤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개헌 불씨가 꺼질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 주도의 개헌 논의를 거부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이 어려워진 만큼 당분간 개헌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 야권 “대통령발 개헌 논의 종료”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개헌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비리를 덮기 위한 최순실 개헌이자 정권교체를 막으려는 정권연장 음모”라며 “진실과 동떨어진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헌법의 개정을 맡길 국민이 어느 나라 어느 곳에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대통령은 개헌 논의에서 빠지라”며 “우리 당은 이러한 원칙 아래 당내에 개헌연구 자문회의를 구성해 국민과 함께 국민주권개헌 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국회에서 질서 있는 논의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만약 청와대의 주장대로 개헌을 발의하려 한다면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을 탈당해야 한다”고 했다. 개헌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할 일이니 대통령은 개입하지 말라는 얘기다.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오늘로 대통령발 개헌 논의는 종료되었음을 선언한다”고까지 했다.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 진영 일부 의원들에서는 “개헌 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정권이 신뢰를 잃으면 그 진정성을 국민이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당은 최순실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는 개헌 문제를 잠정 유보하겠다는 각오로 의혹 해소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개헌이 블랙홀처럼 이슈를 빨아들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최순실이 빨아들이는 형국”이라며 “개헌 주장으로 청와대와 발맞추는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개헌특위 구성도 삐걱

 민주당은 당분간 개헌특위 구성에도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추 대표는 전날부터 개헌에 적극적인 정세균 국회의장을 포함해 문희상 원혜영 김종인 등 중진 의원들을 만났다고 한다. 추 대표 측은 “최순실 의혹을 덮기 위한 개헌은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다만 국민의당은 최순실 의혹과 별개로 개헌 논의를 시작할 필요성은 있다는 분위기다. 박 위원장은 “일단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에 참여를 하겠다”면서도 “그동안 나온 개헌안만도 국회에 한 트럭이 있고, 각자 생각하는 방안이 다르다”고 했다. 이번 개헌 추진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개헌의 끈을 놓치는 건 아닐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국회는 각자 맡겨진 역사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개헌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박명재 사무총장도 “30년 만에 어렵게 추진되는 개헌이 (정략적인 이유로) 좌초된다면 역사에 크나큰 과오와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에서도 비선 실세 의혹으로 촉발된 청와대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적지 않다. ‘국회 주도’, ‘여론이 이끄는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 의원 모임인 ‘포용과 도전’에선 개헌의 방향 등을 놓고 폭넓은 논의가 이뤄졌다. 모임을 주최한 나경원 의원은 “개헌 기구를 만드는 것도 국회의 뒷받침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주도로 개헌을 준비해야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초선의원 모임도 조만간 국회에 전문가들을 초청해 개헌 토론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국회 ‘개헌추진 의원 모임’의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개헌은 국가 백년지대계를 도모하기 위해 논의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특위를 구성하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 단일안을 만들고 전문가의 의견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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