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차단 ‘접경지 멧돼지 전멸 작전’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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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14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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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환경부가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에서 발견된 1개체와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에서 발견된 4개체 중 3개체를 국립환경과학원이 분석한 결과 각각 1개체(모두 2개체)에서 ASF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나온지 열흘만이다. (환경부 제공) 2019.10.12/뉴스1
12일 환경부가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에서 발견된 1개체와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에서 발견된 4개체 중 3개체를 국립환경과학원이 분석한 결과 각각 1개체(모두 2개체)에서 ASF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나온지 열흘만이다. (환경부 제공) 2019.10.12/뉴스1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바이러스 매개체로 지목된 야생 멧돼지에 대한 사실상 박멸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국방부는 지난 13일 인천과 강원 고성을 잇는 46번 국도를 남방한계선으로 설정하고 도로가 통과하거나 북쪽에 위치한 17개 시군의 야생 멧돼지에 대한 대대적인 포획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꺼려왔던 총기 사용도 허용하기로 했다.

우선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양성 반응이 나온 철원/연천 지역을 감염 위험지역으로 지정하고 5㎢ 내는 감염지역, 30㎢ 내는 위험지역, 300㎢ 내는 집중사냥지역으로 구분했다.

특히 집중사냥지역은 멧돼지 이동저지 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총기를 사용한 포획을 바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접경지역 17개 시군은 이날부터 일부지역에서 멧돼지 전면제거를 목표로 집중 포획을 시작했다.

또 무료 수렵장과 멧돼지 일제 포획주간을 운영하고, 멧돼지 포획보상금을 마리당 10만원 지급하는 방안도 행안부와 협력해 추진한다.

환경부는 또한 국방부의 협조를 받아 민간엽사와 군 저격요원이 민통선 일대 멧돼지를 안전 등 일정한 조건 하에서 사살 작전을 수행하는 것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날 육군 1사단은 “파주시와 함께 포획단을 구성해 15~16일 양일간 민통선 내 야생 멧돼지에 대한 집중 포획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멧돼지 관리지역© 뉴스1
멧돼지 관리지역© 뉴스1

그러나 이런 대대적인 박멸 작전에도 야생 멧돼지의 씨를 말리겠다는 극단적인 계획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우선 포획 대상지역의 야생 멧돼지의 정확한 서식 현황과 마리 수 등 실태조사가 부실한 상황이다.

환경부의 야생 멧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는 가장 최근 자료가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환경부의 야생 멧돼지 서식밀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의 야생 멧돼지는 100ha당 평균 7.5마리로 전국 평균보다 2배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양주 감악산과 포천 불무산은 19.8마리로 서식 밀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런 10여 년전 자료를 통해 현재 서식중인 멧돼지의 개체수와 분포지역을 측정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접경지역의 경우 군사보호시설이 많아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 민간엽사 단체 관계자는 “다른 지역의 경우 유해 야생동물에 대한 포획이 활발히 진행됐지만 그동안 접경지역에서의 야생동물 포획은 군부대의 반대와 상대적 위험성으로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며 “멧돼지 서식지 상당부분이 군사시설과 인접해 있고 멧돼지가 민통선 지역으로 달아날 경우 군부대 협조 없이 지자체와 민간 엽사들 만으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천의 한 양도농가 농장주는 “비상상황인 만큼 군이 나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포획을 벌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군 관계자는 “대대적인 포획을 위해 군이 나서면 효과적이겠지만 실탄을 사용할 경우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획 과정에서의 방역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도 없이 엽사나 사냥개, 민간인들에 의한 2차 전파도 우려되고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멧돼지 포획을 위해 산으로 뛰어다니다 사체나 분뇨 등에 바이러스가 감염될 경우 이후 소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엽사들이 방역복을 입고 사냥에 나설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밖에도 포획 과정에서 엽사와 사냥개에 쫓긴 멧돼지가 통제선을 넘어 오히려 남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방역당국이 드론 등을 이용해 이동경로 추적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경기북부는 물론 강원지역의 경우 산세가 험난한 지형이 많아 포획을 피해 달아난 멧돼지가 산림 생태축을 타고 1차는 물론 2차 차단선을 넘을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국=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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