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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직접 말한 그날밤…A4 8장 모두발언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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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직접 말한 그날밤…A4 8장 모두발언 내용은

뉴스1입력 2019-09-30 19:24수정 2019-09-3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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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3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News1

전 남편 살인 및 사체 손괴, 은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36)이 직접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나섰다.

고유정은 3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에서 열린 4차 공판에서 모두진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검찰 조사에서도 “기억이 파편화됐다”는 이유로 묵비권을 행사했지만 이날 고유정은 사건 당시 상황을 상당히 상세히 묘사했다. 그가 교도소에서 직접 작성한 진술서는 A4 8장에 달한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원 2명은 모두 각각 실시한 증거품 이불에 대한 감정 결과 피해자의 혈흔과 졸피뎀이 검출됐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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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고유정의 모두진술 요약.

“재판장님, 지난 5월은 그토록 보고싶었던 엄마와 아이가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던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해 지금까지 비현실적인 악몽 속에 참담한 심정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마트 주차장에서 제가 기어코 고집을 부려서라도 (전 남편 강모씨와)헤어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저는 (전 남편이) 제 아이에게 앞으로도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출가한 여자는 죽어도 그 집안에 영혼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제 아버지를 설득해 이혼소송을 하기 위해 그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을 과장해 문자를 보내기도 했지만 3년이나 지난 감정이었을 뿐입니다.

청주에서 갑작스럽게 아이가 유명을 달리했고 그 후 남편은 저에게 너와 내 아이를 지켜줄 수 없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아이를 마치 필요없는 물건 버리듯 내치려는 그의 행동을 보면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친아빠밖에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사건 당일) 전 남편이 키즈 펜션까지 따라올 줄 몰랐습니다. 그는 아침 9시에 만났어야 했는데 늦게 만났으니 교섭시간을 채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마트 주차장에서 ”삼촌, 같이 안 가?“라고 물었고 그 사람이 아이를 안고 바로 조수석에 탔습니다. 그렇게 펜션에 같이 가게 됐습니다.

셋아 앉아 식사를 하는데 제 기억에는 그 사람은 약속이 있다며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설거지를 하는 중 오후 8시 전후 쯤 아이와 함께 친할아버지와 영상통화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이가 수박을 먹고 싶다고 해 부엌 싱크대에서 물로 씻고 썰려고 수박과 칼을 가져갔는데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그 사람이 제게 다가와서 신체 부위를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뭐하는 짓이냐고 했지만 그 사람은 계속 ”저에게 가만히 있어, 금방 끝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다이닝룸으로 도망쳤습니다. 아이를 두고 도망갈 수도 없고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 사람은 칼을 들고 쫓아왔고 ”감히 재혼을 했냐, 혼자 행복할 수 있을거 같냐고“고 말했습니다. (실랑이를 벌이던 중)제 손에 칼이 잡혀서 눈을 감고 힘껏 찔렀습니다.

저는 펜션 출구로 도망쳤고 현관문 앞에서 실랑이를 벌였는데 힘이 많이 빠져보였습니다. 눈에 띄게 느려진 속도로 저를 쫒아오다가 쓰러졌습니다. 저는 무섭기도 했지만 동시에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못 보게 하기 위해 욕실에 그를 끌고 밀어넣었습니다. 방에 있던 아이가 전화를 받으라고 저를 불렀고 받아보니 펜션 주인이었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펜션에 있던 수건과 걸레로 밤새 피를 닦았습니다 끔찍한 성폭행을 당할 뻔 한 저는 도무지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습니다. 현 남편은 항상 제가 칠칠맞게 일을 처리한다며 타박했고 ”네가 잘못했으니 맞는거다“라고 말하며 때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일을 말하면 남편은 또 제가 바보처럼 행동했기 때문에, 자기를 속였기 때문에 당한 것이라고 저를 비난하고 궁지에 몰면서 심한 자괴감에 들게 할 것 같았습니다.

인생이 끝난 느낌이었고 다음 날 아이를 친정에 데려다 주고 오면서 죽으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죽더라도 억울한 상태를 이해받지 못하게 되는 건 끔찍했습니다. 당시 남편은 제가 연락이 오래 되지 않아 화가 많이 나 전화로 이해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차피 죽은 목숨이었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작년 가을에 사놓은 도구가 생각났습니다. 나쁜 행위에 이르게 됐고 미친 짓이었습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제가 피해에서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죽게 했다는 원망이 남아있어서 경찰에게 체포당할 때도 ”왜요, 제가 당했는데요“라는 말을 한 것입니다.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였지만 지금은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빠 없이, 엄마 없이 살아가야 하는 제 아이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교도소에서 뉴스를 봤는데 너무 무섭습니다. 일상적으로 했던 모든 행동이 사건을 준비하려고 했던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무섭습니다.

검찰은 검색, 쇼핑, 사진촬영 등이 모두 계획 범행 증거라고 추궁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그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사실인냥 얘기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샀던 물건은 일상적인 물건이고 부엌칼도 할인하길래 식사를 위해 산 것일 뿐입니다. 졸피뎀도 카레에 넣은 적이 없습니다. 전 남편은 오후 8시까지 맑은 정신으로 있었고 함께 카레를 먹은 아이도 9시까지 자지 않고 있었습니다.

현 남편은 제가 아내가 아닌 다섯 번째 여자에 불과한지 저를 크게 모함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공범 조사까지 받았던 그가 어딘가 있던 약봉지를 경찰에게 가져다 준 것 같습니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싶습니다. 그러나 사실과 달리 과장된 추측과 오해로 처벌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믿을 건 공정한 재판밖에 없습니다.

제 분신과 같은 아이를 볼 수도 없고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게 가슴이 찢어집니다. 그에게 미안하고 가족들에게 죄송합니다. 모든 슬픔을 안겨드려 죄송할 뿐입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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