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운영안보다 못한 검찰개혁”…검사들 ‘부글부글’

  • 뉴스1
  • 입력 2019년 10월 22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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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 News1 민경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 방안의 하나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을 10월 안에 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법무부가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빠르게 걸기 위해 ‘졸속’ 개혁안을 만든 데다 관계기관들의 의견 수렴마저 형식적 절차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검찰개혁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며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도 10월 안에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검찰 안팎에선 초단기간에 만들어진 개혁안이 지나치게 급박하게 시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개혁안은 심야조사와 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수사 중인 사건뿐만 아니라 이미 종결된 사건에 대한 공보 금지 등을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해 별건수사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과 아울러 검찰의 ‘깜깜이 수사’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도 “검사들끼리 재미삼아 만드는 동아리 운영안 같은 것도 이것보다는 더 정제돼 있다. 법령안이 아니라 흡사 선언문이나 인권단체의 권고안 같다”는 글 등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 이상으로 정하는 입법예고 기간은 법무부령인 ‘인권보호 수사규칙’의 경우 단 4일(15~18일)에 불과했다.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는 아직 입법예고도 되지 않았다.

법무부에서 검찰 내부 의견을 수렴한다고는 하지만 이마저 “‘겉치레’에 불과할 것”이란 냉소적 분위기가 우세하다. 대검이 법무부에 이번 주 금요일인 25일까지 취합된 의견을 제출한다고 해도 문 대통령이 공언한 10월 내 제정까진 주말을 제외하면 단 4일이 남는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인권보호 수사규칙이나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보면 허점이 많은데도 입법예고도 없이 제정하겠다고 하는 게 걱정스럽다”며 “대통령 의지가 강한 만큼 검찰에서 의견을 낸다고 해도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안이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감찰권 강화와 맞물려 정부의 ‘검찰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지역의 한 검사는 “전반적으로 검찰 내부 분위기가 위축되지 않겠나”라며 “법무부에서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내세워 수사 담당자들 휴대전화를 조회하는 식으로 옥죌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인권 수사’를 골자로 하는 규칙과 규정안 시행으로 검찰로선 부담을 덜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검사는 “사건 관계인이 포토라인에 섰다가 사고라도 나면 수사 담당자 책임”이라며 “외부에선 검찰이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려서 득이 되는 것처럼 오해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밀어붙인 개혁안 첫 수혜자가 본인과 가족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시행 시기를 늦추는 방법 등으로 개혁안이 가족 관련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선을 그어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 내부 의견을 수렴해 규칙·규정안 내용을 검토 작업 중”이라며 “10월 제정이 목표이지만 명확한 시행 시기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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