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단 쉬웠지만…재수생엔 ‘물수능’, 재학생엔 ‘불수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5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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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치러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해보다 쉬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가채점을 해본 상당수 재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역대급 불수능’이라고 불린 지난해보다 난이도가 내려간 것일 뿐 변별력은 상당해 중상위권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고 3학년 교실. 한 학생이 점수 기입표에 아무 것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교사가 이유를 묻자 “망해서 채점을 안 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학생은 “(친구들이) 다 (망해서) 정신줄 놓았다. 나도 재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특히 과학탐구와 사회탐구가 어려웠다고 울상이었다. 입시기관들도 사탐과 과탐의 1등급 기준선(등급컷)을 지난해보다 낮게 잡았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사탐은 2018, 2019학년도에는 원점수로 만점을 받아야만 1등급이 되는 과목이 6개였는데 올해는 ‘한국지리’와 ‘윤리와 사상’만 그럴 것”이라며 “과탐도 ‘물리Ⅰ’, ‘물리Ⅱ’, ‘지구과학Ⅰ’이 지난해보다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재학생들 중에는 수시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반포고 박모 양(18)은 “탐구영역과 수학이 어려워서 평소보다 점수가 안 나왔다. 수시로 경희대에 지원했는데 최저학력기준을 못 맞출 것 같아 논술을 보러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재수생은 분위기가 달랐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장은 “지난해 수능이 너무 어려웠고 재수생은 1년 동안 수능 공부만 했으니 재학생보다 유리한 것”이라며 “재수생 중 자연계열 만점자가 1명 나왔다”고 말했다. 임성호 대표이사는 “올해는 수시 비중이 가장 커 재학생은 고1부터 수능 준비를 내신보다 소홀히한 탓에 재수생이 더 강세를 보였다”며 “그래도 내년에 학생이 5만 명 줄어들고 정시 비율이 느는 만큼 정시에서 극단적으로 하향 지원하는 경향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종로학원하늘교육이 개최한 입시설명회에는 학부모와 학생 약 3000명이 몰렸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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