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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기여” 호르무즈 향한 청해부대… 이란 의식해 ‘로키 행보’[인사이드&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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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기여” 호르무즈 향한 청해부대… 이란 의식해 ‘로키 행보’[인사이드&인사이트]

신규진 기자 입력 2020-02-03 03:00수정 2020-02-0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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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파병 결정, 국익 영향은
청해부대, 표류하던 이란 선박 구조 청해부대 소속 왕건함이 1일(현지 시간) 오만 무스카트항에서 동남쪽으로 445km 떨어진 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이란 국적의 선박 ‘ALSOHAIL’호를 발견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10명의 선원이 승선해 있던 해당 선박은 엔진이 정지되고 식량이 떨어진 상태였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신규진 기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지만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할 텐데….”

지난달 21일 정부가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독자 파병하기로 결정한 뒤 군 안팎에선 이런 말들이 나온다. 지난해 7월부터 이어진 미국의 파병 요구에 일단 부응했다는 안도감보다는 향후 산적한 과제들에 대한 답답함이 담겨 있다. 당시 정부는 청해부대의 활동범위를 기존 아덴만에서 오만만과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페르시아만까지 넓히는 방식으로 독자 파병을 하되 필요시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안정적 원유 수급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동시에 한미동맹과 이란과의 관계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이다.

군에선 미군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뒤 급변한 중동 정세에 맞춰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7월부터 청해부대의 기항지를 오만 살랄라에서 무스카트로 옮긴 것도 호르무즈 해협과의 인접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지난해 12월, 무스카트로 향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에 승선한 간부들도 호르무즈 해협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끝까지 파병 문제를 고심한 정부의 속내는 결정 과정 곳곳에 드러난다. 파병안이 최종 확정된 지난달 16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후 공식 발표까지 5일이 걸렸다. 군은 관련 자료에 ‘파병’이 아닌 ‘파견’ 용어를 고수했고 청해부대의 ‘독자 파병’도 ‘파견 지역의 한시적 확대’라고 표현했다. 이번 결정이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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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이란이 “(파병 결정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지만 아바스 무사비 이란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외신에 “이란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외교적인 소통의 문제도 지적됐다. 그렇다면 6개월여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파병 결정. 향후 어떤 식으로 파병 활동이 이뤄지며 우리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 당장 파병 작전에 들어가지는 않을 듯

파병이 결정됐다지만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을 수행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1일 무스카트항에서 30진 강감찬함과 교대한 왕건함은 아덴만과 아라비아만 인근 해상에서 선박 호송, 구출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하는 시점도 그간 정부가 검토해 왔던 ‘단계적 파병’의 첫 단계인 연락장교 2명을 미국 주도의 IMSC에 보낸 후에야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중동 정세가 악화되는 등 긴급한 상황이 있지 않고서야 섣불리 호르무즈 해협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 호송 임무에 들어간다 해도 이란의 심기를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로키(low key)’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법상 영해는 연안국 안전에 해가 되지 않으면 외국 선박도 주권국의 허가 없이 통행이 가능하지만 군함이 호위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군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내 우리 선박이 주로 이용하는 수로가 이란의 영해에 속해 있어 자국 영해를 침범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청해부대가 선박의 긴급 호출이 있기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대기하는 등 이란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여러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 종료 시점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청해부대 작전범위 확대를 ‘한시적’이라고 강조하며 “중동 상황이 좋아지면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파병 기간에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파병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병 결정에 한미, 대(對)이란 관계가 고려된 만큼 정부가 종료 시점을 판단하는 데 있어 독자적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도 “당장 청해부대 32진이 교대를 위해 출항할 것으로 예상되는 5월부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 이란과 대치할 전력 증강은 미지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소강 상태로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청해부대 안전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군 내부에서조차 왕건함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질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고 출항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그간 아덴만에선 소총으로 무장한 해적을 상대했다면 호르무즈에선 미사일과 잠수함, 고속정 등을 운용하는 이란 혁명수비대와의 충돌에 대비해야 한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1번 파병연장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동안 청해부대 전력은 충무공이순신급함 1척을 비롯해 링스 헬기 1대, 고속단정 3척에서 현재까지 더 증강되지 못했다.

군은 30진 강감찬함부터 대잠·대공 무기와 잠수함 음탐장비 등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 해적을 소탕할 때 불필요했던 SM―2 대공미사일과 단·장거리 대잠어뢰(청상어, 홍상어) 등을 ‘풀가동’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수로 폭이 좁고 내륙과 인접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청해부대는 미사일, 드론 공격에 취약한 상태다.

이 때문에 링스 헬기를 추가로 투입하거나 체공시간이 긴 해상초계기 P―3 등을 보내는 방안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현되지는 못했다. 군 안팎에선 청해부대의 기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군수지원함도 거론되지만 역시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의 ‘우회 파병’ 결정에도 국회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는데 대놓고 전력 증강을 하는 방안은 국민적 공감을 더 얻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군 내부에선 전력 증강 문제가 우리 국방력의 한계와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호위함 1척과 해상초계기 1대를 중동 해역에 파견한 일본의 전력과 우리 군을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군이 보유한 해상초계기 P―3 16대 중 1대만 호르무즈 해협으로 보내도 한반도 운용에 차질이 생기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 방위비 협상 앞두고 미국 달래기용


결국 정부의 파병 결정은 미국과의 동맹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이란과 미국의 군사적인 무력충돌에 우리가 개입해 같이 작전을 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필요시 IMSC와의 협조 여지를 열어 놨다는 것은 사실상 수시로 도움을 주고받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 국민이나 선박이 위기에 처했지만 청해부대의 대응이 힘든 경우 또는 청해부대를 겨냥한 기습 상황 등이 발생할 경우 IMSC의 지원을 받겠다는 것이다.

제11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시한(지난해 말)을 넘기면서 한미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도 정부의 이 같은 선택을 이끌었을 가능성이 크다. 군 관계자도 “IMSC에 소속되는 ‘팀 차원’은 아닐지라도 미국이 파병에 동참하는 시그널을 그동안 강하게 요구한 모양새”라고 전했다. 주한미군은 지난달 29일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무급휴직 방침을 통보하며 연일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방위비 협상과 호르무즈 파병이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한 외교 소식통은 “동맹 기여의 측면에서 파병 결정을 내린 것 자체가 방위비 협상에서 강경한 미국을 달래는 용도로 쓰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독자적인 남북협력 추진을 언급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의 키를 쥔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인식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정부의 ‘미국 달래기’ 의도와 달리 미 정부가 이에 반응할지에 대해선 회의론도 여전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 온 ‘트럼프의 방식’이 우리 정부의 기대와 다를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자서전 ‘운명’에서 이라크 파병에 대해 “파병을 계기로 북핵 문제는 바라던 대로 갔다. 미국 협조를 얻어 6자회담이라는 다자외교 틀을 만들어냈다”고 언급한 것처럼 그때와 유사한 문재인 정부의 복안이 향후 한미 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호르무즈 해협#독자 파병#방위비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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