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경심, 조국 장관직 사퇴 2주일전까지도 차명거래 계속”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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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14개 혐의 추가기소]A4용지 79쪽 공소장에 드러난 혐의


정경심 동양대 교수(57·수감 중)가 지난해 1∼11월 미공개 정보를 접한 2차전지 업체 WFM 주식 7억1300여만 원어치를 사들이며 이용한 차명계좌는 총 2개다.

하나는 정 교수의 동생 정모 보나미시스템 상무, 나머지는 평소에 이용하던 미용실 헤어디자이너 A 씨 명의 계좌였다. 당시엔 남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54)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직자윤리법상 보유하고 있던 주식도 백지신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이러한 의무를 회피하고 미공개 정보 이용 투자로 인한 이익 실현을 위해 차명계좌를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자본시장법 및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 정보 공개 전날 헤어디자이너 계좌 이용

11일 국회에서 공개된 A4용지 79쪽 분량의 정 교수의 공소장에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정 교수의 주식투자 경위가 시간별로 기재돼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총 14개 혐의로 추가 기소된 
11일 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돌아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총 14개 혐의로 추가 기소된 11일 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돌아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정 교수는 지난해 1월 초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37·수감 중)로부터 “2차전지 음극소재 양산 공장을 곧 가동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미리 듣고 동생 명의 계좌로 WFM 주식 7700만 원어치를 사들였다. 1월 말에는 정 상무와 6억 원의 목돈을 마련해 이 회사 실물주권 12만 주를 매입했다. 공장 가동 소식은 2월 9일에야 공개됐다.

조 씨는 같은 해 2월 정 교수 남매를 서울의 모 한정식 식당에서 만나 “다음 주 자동차 부품연구원에서 WFM의 음극재 평가 실험을 한다는 뉴스가 나갈 것”이라는 호재성 정보를 또 전달했다. 정 교수는 이 얘기를 들은 지 사흘 만에 평소 다니던 미용실 헤어디자이너 A 씨 명의 계좌를 빌려 WFM 주식 2100만 원어치를 또 매입했다. 해당 정보가 뉴스로 공개되기 하루 전이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WFM이 중국 통신업체에 음극재 납품을 위한 MOU를 체결한다”는 정보가 공개되기 불과 4시간 전 A 씨 계좌를 통해 WFM 주식 1100만 원어치를 추가로 매입하는 등 10개월간 호재성 정보가 공개되기 전 4차례에 걸쳐 총 7억1300만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 페북 지인 명의로 선물 등 파생상품 투자도

WFM은 조 씨가 총괄대표로 있던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에 경영권이 인수된 뒤 2017년 10월 5000원이던 주가가 지난해 2월 7500원으로 50% 이상 올랐다. 검찰은 정 교수와 조 씨가 우회 상장 등의 방법으로 WFM의 주가 부양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 차익을 취득하려고 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정 교수가 선물 매매 등을 위한 목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지인 B 씨 명의의 선물옵션 계좌 등을 추가로 차용한 사실도 밝혀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는 동생과 헤어디자이너, 페이스북 지인 등 3명의 계좌 6개를 동원해 2017년 6월부터 올 9월까지 790여 차례 금융거래를 했다. 남편이 청와대 근무를 시작한 지 두 달 뒤인 2017년 7월 4일부터 장관직에서 사퇴하기 2주일 전인 올 9월 30일까지 차명거래를 계속한 것이다.

정 교수는 지난해 1월 사들인 12만 주의 주식 중 7만 주는 조 전 장관의 공직자 재산 등록 시 신고하지 않은 채 자신의 개인금고에 보관하고, 나머지 5만 주는 동생 자택에 보관하게 했다. 이들 주식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실물 주권 인수 방식으로 사들였음에도 정 교수가 마치 주식을 매수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동생 정 상무의 처남, 지인 명의의 가짜 주식양수도계약서 및 현금 수령증을 작성한 정황도 나왔다.

김동혁 hack@donga.com·신동진 기자
#정경심 교수#미공개 정보 이용#w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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