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자리 풍년일 때 미리 일자리 흉년 이겨낼 국가전략 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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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카 주도 노동력정책자문위 출범… 팀 쿡 등 스타 CEO 위원 위촉
자동화-AI로 급변 노동시장 대처… 기술격차 해소 직업교육 추진
美작년 12월 구인 734만건… 실업자 630만명보다 많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의 스타 경영자들이 백악관이 주도하는 일자리자문위원회에 가세했다. 구인난을 겪을 정도로 일자리 풍년인 미국이지만 인공지능(AI)과 로봇의 위협이 현실화되는 미래 일자리 흉년을 대비하기 위해 민관이 손을 잡고 국가 차원의 전략 마련에 나선 것이다.

미 상무부는 13일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주도하는 ‘미국노동력정책자문위원회(AWPAB)’ 위원 2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 자문위원회에는 미국의 내로라하는 간판 CEO들이 이름을 올렸다. 팀 쿡을 비롯해 메릴린 휴슨(록히드마틴), 앨 켈리(비자), 더그 맥밀런(월마트), 크레이그 머니어(홈디포), 지니 로메티(IBM) CEO 등이 2020년 7월까지 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 상무부는 “자문위원회가 21세기 도전을 더 잘 대처하도록 미국 노동력을 개조하는 전략을 개발하고 이행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기업 CEO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백악관의 일자리 관련 자문위원회에 참여했지만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백인 극우단체 집회사건에 대한 백악관의 대응에 반발해 탈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계 재건에 나섰고 기업 경영자들은 미래 일자리를 위한 노동자 재교육이라는 공통된 명분에 다시 모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서명한 행정명령을 통해 AWPAB 설립을 지시했다. 이 자문위원회는 자동화와 AI 기술로 급변하는 노동시장에 대처하기 위한 직업훈련과 일자리 매칭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방카 보좌관은 “모든 미국인이 보수가 좋은 일자리를 지키고 기술적 단절과 일의 급격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갈 기술과 기회를 갖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실업률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라 할 수 있는 4% 미만인 상황에서 백악관이 국가 차원의 일자리 정책 자문 조직을 가동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신규 일자리는 2000년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이에 대해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필요한 기술을 갖춘 사람을 찾기 어려워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백악관의 평가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인 건수는 734만 건으로 전달 대비 17만 건 늘었다. 이는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규모이며 12월 실업자 수(630만 명)보다 104만 명 많다. 블룸버그뉴스는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위원회는 730만 건의 구인 건수가 있고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술과 고용주들이 원하는 기술 사이의 격차(gap)가 있는 상황에서 발족했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들도 AI 등 신기술에 따른 노동 수요와 업무 환경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자문위원회에 참여한 로메티 IBM CEO는 “인공지능 등 신기술은 모든 일의 수행 방식을 바꿀 것”이라며 “미국인들이 우리 경제에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직무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디지털 시대에 동참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팀 쿡#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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