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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TA 무시하고 한국공장 제품도 제재… 개정협상 난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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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TA 무시하고 한국공장 제품도 제재… 개정협상 난기류

이건혁 기자 , 김지현 기자 , 최혜령 기자 입력 2018-01-24 03:00수정 2018-0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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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보호무역 공세]삼성-LG 세탁기에 ‘세이프가드’ 미국이 22일(현지 시간) 발동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는 한국 정부나 경제계가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서는 초강력 규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부터 ‘외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다시 찾아오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자국 이익을 중시하는 보호무역주의의 실천에 나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즉각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을 밝혔지만 판결이 나오기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만큼 한국 기업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이프가드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통상 문제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게 됐다.

○ 미국 세이프가드에 한국은 보복 관세로 ‘맞불’


가전제품을 만드는 월풀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사를 요청한 건 지난해 5월이다. 월풀은 ITC에 한국산 세탁기 수입 증가로 미국 내 생산기반이 파괴되고 일자리가 줄고 있다고 호소했다. 5개월 뒤 ITC는 세이프가드 발동을 예고했다. 정부와 업계가 현지 공청회에서 관세가 부과되면 미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설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한국산 세탁기를 대상으로 세이프가드 조치는 15일 이내에 공식 발효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 업계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WTO 협정에 위배되는 조치”라며 “제소하면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인 북부·중서부 제조업 ‘러스트벨트’ 지대의 노동자를 의식해 무리수를 둔 측면이 있다. 그 결과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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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양허 정지 승인’도 WTO에 요청했다. 이는 2016년 9월 WTO가 2013년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가 잘못됐다고 판결함에 따라 한국이 갖게 된 관세 부과 권한을 행사하려는 것이다. WTO 분쟁 패소국(미국)은 승소국(한국)에 대해 판결 후 15개월 내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한국은 WTO 패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미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상품에 대해 약 7억1100만 달러(약 7608억 원)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갖고 있다. WTO는 미국 측 의견을 듣고 올해 상반기(1∼6월) 양허 정지 승인을 내주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WTO 승소국에 보장된 권한인 만큼 양허 정지 승인이 나오지 않을 확률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 충격에 빠진 삼성 LG, 미국 공장 조기 가동 추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내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약 36%다. 판매량은 연간 300만 대 수준이며 판매금액은 연 2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이프가드로 모든 수출 물량에 20∼50%의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세이프가드는 ITC 권고안 가운데 최고 강도의 조치다. 당초 ITC는 연간 세탁기 120만 대까지 관세를 아예 매기지 않는 방안도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첫해부터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마지막 해인 3년 차에도 16%의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삼성전자 북미법인은 “미국 소비자와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이라고 비판하며 “세탁기 구입을 원하는 모든 소비자에 대한 관세 부과로 부담은 커지고 선택은 좁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LG전자도 “최종 피해는 미국 유통업계와 소비자가 입게 되고 지역 경제 및 가전산업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했다.

두 회사 모두 미국 현지 공장을 빨리 가동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신규 가전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세이프가드 발동을 앞두고 결국 시간 싸움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미 완공된 라인을 사들여 서둘러 가동시키고 부품 현지 조달에 주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아직 테네시주에 신규 공장을 짓고 있는 LG전자는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LG전자는 내년 2월로 예정됐던 테네시주 공장 가동을 올해 4분기(10∼12월)로 앞당겼다. 한국 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보내 판매한 세탁기는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ITC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도 악재다. LG전자는 미국 수출 물량의 20%가량을 국내 창원 공장에서 생산했는데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파는 세탁기 전량을 베트남 등 한국 밖에서 생산하고 있다.

○ 불확실성 커진 한미 FTA 개정 협상

양국의 무역 분쟁으로 한미 FTA 개정 협상의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5일(현지 시간) 1차 협상을 가진 양국은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에 2차 협상을 앞두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통상협상 전략 차원에서 세이프가드를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최악의 경우 FTA 폐지를 거론하며 일방적으로 한국과의 분쟁을 모두 세이프가드와 같은 무역구제 조치로 몰고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말로 다가온 미국의 중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의 통상 마찰을 선거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막아주는 반면 미국 기업의 영역 확대를 도와주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 왔다”며 향후 협상에서도 이런 행보를 노골적으로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김지현·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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