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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검찰 기소에…日인사들 항의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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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검찰 기소에…日인사들 항의성명

배극인 특파원 입력 2015-11-26 17:18수정 2015-11-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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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를 검찰이 기소한데 대해 일본의 언론계, 학계, 문예, 정계 인사들이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 발표를 주도한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전 아사히(朝日)신문 주필, 사회학자인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도쿄대 명예교수 등은 26일 오후 도쿄(東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청이라는 공권력이 특정 역사관을 기반으로 학문과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동을 취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성명은 ‘제국의 위안부’에 대해 “식민지 지배를 통해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낸 제국 일본의 근원적인 책임을 날카롭게 지적했을 뿐”이라며 “위안부 문제로부터 등을 돌리고자 하는 일본의 일부 논조에 가담하는 책이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특정 개인에 대한 비방이나 폭력 선동을 제외하고 언론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대항해야 하며, 학문의 장에 공권력이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은 근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고 여겨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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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성명에는 1993년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 1995년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 등이 ‘성명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일본의 현대 한국학 개척자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 등 ‘지한파’로 알려진 문화계 학계 인사도 이름을 올려 총 성명인은 54명이었다.

와카미야 전 아사히신문 주필은 “54명 모두 한국에 애정을 갖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바라는 사람들”이라며 “그런 입장에서 이번 성명을 추진했으니 마음을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박유하 교수 기소에 대한 항의성명>


『제국의위안부』의 저자인 박유하 교수를 서울동부검찰청이「명예훼손죄」로 기소한 것에 대해 우리들은 커다란 놀라움과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작년 11월 일본에서도 간행된『제국의위안부』에는「종군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면적인 인식을 넘어 다양성을 제시함으로써, 사태의 복잡성과 배경의 깊이를 포착하여 진정한 해결의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기소와 동시에 발표된 보도자료에 의하면, 검찰청은 본서의 한국어판이「허위사실」을 기술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박유하 교수의 의도를 있는 그대로 정확히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선입견과 오해에 의거하여 내린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이책으로 인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위안부 할머니들이 경험한 슬픔의 깊이와 복잡함이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일본의 독자들에게도 전해졌다고 느끼는 바입니다.

「위안부문제」는 한일 양국민이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제국 일본의 책임을 어디까지 추궁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통된 이해에 도달함으로써 비로소 해결이 가능해지는 문제입니다. 이에 관하여, 박유하 교수는「제국주의에 의한 여성 멸시」와「식민지 지배가 초래한 차별」의 두 측면을 파고들어 이제까지의 논의에 깊이를 더하였습니다.

위안부가 전쟁터에서 일본군 병사와 감정을 공유하는 경우가 있었다거나 모집에 관여한 조선인을 포함한 업자의 책임 등을 이 책이 지적한데 대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안에서도여러가지 이견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식민지 지배를 통해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낸 제국 일본의 근원적인 책임을 날카롭게 지적했을 뿐이며, 위안부 문제로부터 등을 돌리고자 하는 일본의 일부 논조에 가담하는 책이 결코 아닙니다. 또한, 여러 이견들을 포함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과 논의를 환기시킨 점에서도 본서의 의의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소에 관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박유하교수의「잘못」의 근거로서「고노 담화」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책은 고노담화를 섬세하게 읽어내고 이를 높이 평가하면서, 담화를 기반으로 한 문제 해결을 호소하고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일본어판은 올해 가을 일본에서「아시아태평양상」특별상과「이시바시탄잔 기념 와세다저널리즘 대상」을 잇달아 수상하였습니다. 이는「위안부문제」를 둘러싼 논의의 심화를 향해 새로운 한 발을 내딛은 것이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입니다.

작년부터, 한국에서 이 책이 명예훼손의 민사재판에 휘말리게 된 것에 대해 우리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왔습니다만, 이번에 더욱 큰 충격을 받게 된 것은검찰청이라는 공권력이 특정 역사관을 기반으로 학문과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동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사실로 인정하고, 역사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학문의 자유에 관한 문제입니다. 특정 개인에 대한 비방이나 폭력 선동을 제외하고, 언론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대항해야 하며, 학문의장에 공권력이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은 근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고여겨집니다. 학문과 언론의 활발한 전개야말로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한 중요한 재료를제공하고, 사회에 자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정치 행위뿐만 아니라 학문과 언론이 권력에 의해 삼엄하게 통제되었던 독재시대를 헤쳐나와 자력으로 민주화를 달성하고 정착시킨, 세계에서 보기 드문 나라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한국 사회의 저력에 깊은 경의를 품어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헌법이 명기하고 있는「언론·출판의자유」나「학문·예술의자유」가 침해받고 있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한일 양국이 이제 겨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하는 때에 이번 기소가 양국민의 감정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여 문제의 해결을어렵게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번 기소를 계기로 한국의 건전한 여론이 다시금 움직여지기를 강하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민주주의도 현재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만, 한일 양국의 시민 사회가 공명해감으로써 서로의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로운 논의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영구히 지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번 기소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의 상식과 양식에 부끄럽지않은 판단을 법원에 강하게 요구함과 동시에 양국의 언론 공간을 통한 논의의 활성화를 절실히 기원하는 바입니다.

2015년 11월 26일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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