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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킬러’ 키우는 멕시코 마약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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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킬러’ 키우는 멕시코 마약 전쟁

동아일보입력 2010-11-15 03:00수정 2010-11-1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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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명 ‘1000달러짜리 소년 병기’ 전락
12세 소년 킬러인 엘 폰치스가 스스로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 이 소년은 냉혹한 표정으로 한 피해자를 고문하고 살해하는 장면을 담았다. 사진 출처 영국 스카이뉴스 홈페이지
“정부와 갱단의 마약 전쟁(drug war)은 이제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다. 멕시코의 미래인 어린이와 10대가 고래싸움에 끼여 희망과 생명을 빼앗기고 있다.”(시우다드후아레스 성당의 로베르토 라모스 신부)

최근 4년간 마약 관련 범죄로 최소 3만1000명이 목숨을 잃은 멕시코. 마약 갱단이 도심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폭탄테러까지 빈번한 가운데 수백만 젊은이가 직간접적으로 마약 범죄에 연루되며 절망에 허덕이고 있다. 심지어 돈 몇 푼에 끔찍한 살인을 마다 않는 ‘초등학생 킬러’까지 등장해 멕시코 사회가 심각한 중병에 걸렸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멕시코 10, 20대를 ‘마약 세대(narco generation)’라고 부르며 “정부와 마약 갱단의 참혹한 전쟁터에서 ‘잃어버린 청춘(Lost Youth)’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멕시코 최대 마약범죄 도시인 시우다드후아레스는 도시 인구의 45%나 되는 13∼24세 젊은이 12만 명이 학교도 안 다니고 일자리도 없이 거리를 전전한다. 갱단은 대부분 슬럼가에서 사는 이들을 종종 ‘준조직원’이라고 부른다. 1000달러(약 113만 원)만 쥐여주면 마약 운반뿐만 아니라 살인까지 서슴지 않기 때문. 익명을 요구한 갱단은 “어린아이라 상대가 방심하는 데다 가격도 싸고 수법도 과감한 최고의 살인 병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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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겨우 열두 살짜리 소년이 갱단이 고용한 ‘A급 살인청부업자’로 등극해 멕시코 경찰이 뒤를 쫓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몸을 숨기는 망토”란 뜻을 가진 ‘엘 폰치스’로 불리는 이 소년은 3000달러만 건네면 의뢰 대상을 고문해 정보를 캐내고 살해한다. 역시 10대인 친누나와 함께 활동하는 이 어린 킬러는 최근 살해 장면과 자신의 인터뷰를 담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버젓이 올려 또 한번 충격을 줬다.

동영상에서 그는 “가끔 용돈벌이와 연습 삼아 택시운전사를 죽이기도 한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총과 폭탄, 칼을 자유자재로 쓰며 살인을 일삼아 엘 폰치스만큼 악명을 떨치는 ‘JJRP’라는 암살집단도 12∼23세 젊은이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어린 범죄자’의 양산이 일부 지역이나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MSNBC방송은 멕시코국립대의 자국 범죄 예측 보고서를 인용해 “마약 관련 범죄에 빠져들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이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과달루페 시의 경찰서장을 맡아 유명해진 스무 살 여대생 마리솔 발레스 씨는 “더는 어른들에게 우리의 안전을 맡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모두가 합심해서 나서지 않으면 멕시코 젊은이의 꿈과 희망은 덧없이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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