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당 리더는 ‘라디오 스타’ 림보?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거침없는 입담으로 보수 대변… 전국위원장도 “딴따라” 비판했다 사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3조5000억 달러짜리 예산 제안에 대해 “그의 임무가 자본주의와 개인적 자유라는 기초를 부정하는 국가 재개조라면 실패하기를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려 화제가 된 러시 림보 씨(58·사진). 그는 미국 최고의 ‘라디오 스타’다.

1988년에 시작한 토크쇼인 러시 림보쇼는 600개 라디오 채널을 통해 정오부터 3시간 동안 전국에 생방송되며 주당 청취자 수가 평균 2000만 명에 이른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는 그는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다고 평가되며 1995년에는 타임 커버스토리를 장식하기도 했다.

요즘 미국 언론들은 ‘원조 보수’를 자청하는 그를 ‘사실상(de-facto) 공화당의 지도자’라고 부를 정도다. 명실상부한 구심점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공화당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흑인 첫 공화당 전국위원장인 마이클 스틸 위원장은 림보 씨의 “대통령이 실패하기를 바란다”는 발언에 대해 “선동적(incendiary)이고 분열적이고 추악한 엔터테이너일 뿐”이라고 했다가 비난여론이 일자 “그의 주장이나 리더십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없었다. 공화당의 매우 귀중한 보수적 시각을 대변하는 그를 존경한다”고 꼬리를 내렸다.

워낙 유명인사여서인지 연봉도 높다. 미디어그룹인 클리어 채널 커뮤니케이션스와 2016년까지 8년간 4억 달러에 계약을 한 상태. 연봉으로 치면 5000만 달러(약 770억 원) 수준.

ABC, NBC 등 4대 지상파 방송 앵커의 연봉을 합친 것보다 많고 메이저리그 연봉왕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2750만 달러)의 두 배 가까이나 되는 ‘귀하신 몸’이다. 독일계 아버지와 스코틀랜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사우스이스트 미주리주립대라는 무명학교를 그나마 1년 다니다 그만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림보 씨의 인기는 장거리 운전이 많아 라디오 토크쇼가 크게 사랑받는 미국의 미디어문화에서도 기인한다.

지난해 공화당 경선에서 패배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영화배우 출신의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등도 라디오 토크쇼를 겸업하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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