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LCD 불황에 손들었나…10조원대 공장 가동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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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17일 0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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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제조사로 알려진 폭스콘(Foxconn) 모기업 홍하이정밀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체 SDP(사카이디스플레이)가 최근 광저우에 건설한 10.5세대 LCD 공장의 전경(사진=SDP 홈페이지) © 뉴스1
아이폰 제조사로 알려진 폭스콘(Foxconn) 모기업 홍하이정밀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체 SDP(사카이디스플레이)가 최근 광저우에 건설한 10.5세대 LCD 공장의 전경(사진=SDP 홈페이지) © 뉴스1

정부 보조금을 앞세워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량을 급격히 늘려 글로벌 디스플레이 불황을 초래한 중국에서도 현지 기업들이 퇴출 위기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BOE가 지난 8월부터 10.5세대 라인에서의 유리기판 투입량을 줄이는 창사 이래 첫 ‘감산’에 돌입하는가 하면, 2년여간 10조원 이상이 투입된 초대형 LCD 공장은 가동을 6개월 이상 미루면서 협력업체와의 설비대금 체납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한국 기업들은 잇따라 인력 구조조정과 LCD 가동 축소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의 전환투자 등 ‘출구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 및 중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흥하이 그룹 산하의 디스플레이 업체 SDP(사카이 디스플레이)가 최근 광저우에 건설한 10.5세대 LCD 공장 양산 목표 시기를 내년 4월로 연기했다.

당초 SDP는 지난 9월말부터 6만장 이상 규모로 1단계 양산에 돌입할 것이란 목표를 세웠으나 내부 논의끝에 양산 시기를 내년 상반기까지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SDP는 아이폰 조립업체인 폭스콘을 보유한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그룹이 2016년 일본의 디스플레이 제조사 샤프(SHARP)를 인수한 뒤 2017년에 새롭게 출범한 기업이다.

당초 홍하이그룹은 2017년에 광저우에 초대형 10.5세대 LCD 공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2019년 9월부터 65·75인치 초대형 TV용 패널을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샤프가 보유한 LCD 패널 기술력에 주목한 홍하이그룹은 2019년부터 초대형 8K 고해상도 패널을 생산을 기대하며 삼성, LG 등 선두기업과의 경쟁에 뛰어들 계획이었다.

홍하이그룹이 광저우 10.5세대 LCD 공장에 진행한 투자 규모는 610억위안(약 10조2000억원)으로, 이 지역에서 기업이 진행하는 단일 프로젝트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에 해당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SDP는 지난 7월 31일에 광저우 공장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초청해 65인치 패널 라인 가동식을 개최할 당시만 하더라도 9월말 1단계 양산 목표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개월여가 지나 9월이 되어서도 SDP의 10.5세대 공장 양산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결국 이달 들어서 SDP는 양산 일정을 늦춘 셈이다.

SDP(사카이 디스플레이)가 지난 7월 31일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10.5세대 패널 공장에서 진행한 65인치 패널 생산 가동식의 모습(사진=SDP 홈페이지) © 뉴스1
SDP(사카이 디스플레이)가 지난 7월 31일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10.5세대 패널 공장에서 진행한 65인치 패널 생산 가동식의 모습(사진=SDP 홈페이지) © 뉴스1

SDP가 공장 가동 시기를 늦춘 가장 큰 이유는 LCD 업계의 전반적 불황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내에 다른 기업들의 10.5세대 패널 공장이 운영 중인 상황에서 공급과잉이 이어질 경우 패널 가격만 계속해서 떨어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 언론에 따르면 SDP는 10.5세대 공장의 양산을 늦추면서 장비를 공급한 협력업체들에게 장비대금도 지급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액정망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SDP는 광저우 공장의 10.5세대 라인을 부도처리하며 이에 따른 납품대금 11억3000만달러(약 1조3600억원)를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이들 협력업체는 대만, 일본 등의 기업들이 대다수며 니콘 같은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 현재는 절반가량의 기업들이 장비대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는 지난 8월에 10.5세대 LCD 생산라인의 유리기판 투입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셀 기준 LCD TV용 패널 가격이 현금원가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장을 가동해 패널을 생산할수록 공급량이 늘어나 가격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극약처방인 셈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BOE가 감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4분기에도 대형 패널에 대한 수요와 가동률이 낮을 것으로 보여 공급과잉 국면의 전환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디스플레이 주요 생산국으로 꼽히는 한국과 대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가 7세대, 8.5세대 LCD 팹 가동률을 50% 미만으로 떨어뜨렸고 LG디스플레이도 P7 7세대 라인과 P8 팹의 8.5세대 라인의 셧다운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LG디스플레이는 2년 연속 명예퇴직과 임원 감축 등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충남 아산 탕정의 8세대 LCD 라인을 8.5세대 퀀텀닷(QD) 디스플레이로 전환하는데 13조원을 투자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기로 했다.

대만의 대표적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AUO도 8A팹의 8.5세대 라인과 6B팹의 6세대 라인 생산량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AUO는 주력 생산제품인 55인치 패널의 수요 저하로 인해 8A팹의 원판 투입량을 올 4분기에 50% 밑으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대만의 주요 기업들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이미 55인치 이상 중대형 LCD 시장에선 중국이 점유율을 크게 늘리고 있어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위츠뷰는 2018년에 대형 LCD 패널용 글라스 투입 면적 점유율이 중국은 33.6%, 한국은 35.1%였으나 올 연말에는 중국이 42.3%로 한국(29.3%)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에는 중국의 점유율이 49.4%에 달해 절반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23.4%로 대만과 유사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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