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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이 사람은 왜] ‘잇 걸’→ ‘빚 걸’…몰락하는 린제이 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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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이 사람은 왜] ‘잇 걸’→ ‘빚 걸’…몰락하는 린제이 로한

동아닷컴입력 2010-04-22 15:00수정 2010-05-0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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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CF모델로 데뷔, 10대 때 할리우드 최고의 '잇 걸'로 등극한 린제이 로한은 이후 약물 및 알콜중독 등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사진출처=로이터)

영화배우 린제이 로한(23)은 본디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고루 갖췄다. 파란 눈, 주근깨, 귀여운 미소, 밝고 활달한 이미지는 '미국 백인 소녀'의 전형처럼 여겨졌다. 세살 때부터 '포드' '피자헛' '웬디스' '캘빈클라인 키즈' 등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100여개 브랜드의 광고 모델을 맡았던 것도 친근한 이미지를 더하는데 도움이 됐다.

11세 때 출연한 영화 '페어런트 트립', 17세 때 출연한 출세작 '퀸카로 살아남는 법'을 통해 그는 미국 관객들에게 '예쁘고 건강한 미국 소녀의 성장기'를 보여주는 즐거움까지 안겨줬다. 그가 입고 마시고 말하는 모든 것은 대중의 관심을 샀고, 그는 단숨에 할리우드의 '잇 걸(it girl)'로 자리 잡았다.

그러던 그가 술, 마약, 파티에 빠져 신문과 잡지의 영화면보다는 가십면을 장식하는 '가십 걸(Gossip girl)'로 전락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무 살을 앞둔 2006년 무렵부터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재활센터를 드나들고 '다채로운'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동안 '잘 자란 예쁜 딸' 이미지는 한 순간에 무너졌다.

할리우드의 러브콜도 하나 둘 끊겼다. 최근에는 마침내 카드빚을 갚지 못해 카드사로부터 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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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 걸'에서 '빚 걸(debt)'로 전락한 로한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는 사랑스러운 미국 아가씨로 재기할 수 있을까.

▶ 수입은 줄었는데 씀씀이는 톱스타급

미국의 연예정보 전문 사이트 '레이다온라인닷컴'은 20일 로한의 카드빚이 60만 달러(약 6억7000만원)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로한의 측근을 인용해 "그가 만기상환을 무시해 한 신용카드사가 이미 카드를 정지시킨 상태이고 다른 카드사들도 같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 중 한 회사는 그가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보다 앞선 2일에는 로한이 2개월간 월세를 내지 못해 집주인으로부터 퇴거명령을 받았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가 사는 로스앤젤레스의 집 임대료는 한달에 1만1500달러(약 1300만원)이다. 로한의 대변인은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반박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로한의 경제적 사정은 일감이 급격히 줄어든 2007년부터 나빠지기 시작해 당시 동성 연인이었던 사만사 론슨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파산 위기에 놓인 이유는 특별한 활동도 없는 처지에 씀씀이만큼은 '톱스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전성기 때는 영화 한 편으로 775억원에 가까운 고소득을 거둬들였던 그의 최근 주요 수입원은 클럽 파티에 참석하는 대가로 받는 돈이다. 건당 560만~1000만원 수준인 이 '거마비' 규모마저 그의 '몸값' 하락에 따라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현지 연예전문 매체들의 분석이다. 로한은 레깅스를 주요 아이템으로 하는 패션 브랜드 '6126'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패션 사업을 통한 수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패션계가 가장 사랑하는 셀러브리티였던 그는 여전히 쇼핑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음주운전사고로 법정에 출두해야 하는 날에도 비버리힐즈에서 동생과 쇼핑을 하느라 1시간 반이나 지각해 물의를 빚었다. 할리우드의 정신과 전문의들은 "쇼핑 중독 증세 역시 알콜, 마약 중독과 더불어 그의 강박적, 집착적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파파라치 앞에서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달 24일에는 클럽 파티를 마치고 할리우드의 한 친구집에 도착한 그가 갑자기 선인장 화단으로 쓰러지는 코믹 황당한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뾰족한 선인장 틈에서 가까스로 일어난 그의 신발 주위에는 코카인 같은 흰색 가루까지 잔뜩 묻어있었고 파파라치들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취한 것이 아니라 하이힐 때문에 중심을 잃고 쓰러진 것이며 흰색 가루는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바른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달 파파라치들 앞에서 선인장 화단 위로 넘어져 또 다시 플래시 세례를 받은 로한. 신발 주위에 마약으로 추정되는 흰색 가루가 잔뜩 묻어 있어 의혹을 사기도 했다. (사진출처=데일리 메일)

▶ 도덕성, 가족간 신의도 잃어

마약, 알콜에 찌든 '파티 걸'은 반항적인 10대 사춘기 소녀들에게는 때때로 '쿨'한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한 스타의 '자유로운 영혼' 같은 행보는 사회 규범에 맞춰 살아가기를 강요받는 일반인들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덕성에 타격을 입게 되면 이런 '쿨'한 이미지마저 사라진다.

로한 역시 최근 도덕성 논란으로 대중의 눈 밖에 났다. 지난해 12월 BBC다큐멘터리 팀과 인도 콜카타(캘커타)를 방문한 그는 '팔려가는 인도소녀 40명을 위험을 무릅쓰고 구출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또 아픈 어린이들을 치료, 간호하는데 동참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의 한 인권 운동가는 로한이 아이들을 만난 것은 아이들이 구출된 이후였다고 폭로했다. 취재 비자 없이 인도에 입국해 불법으로 영상을 찍은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연예주간지 'US 매거진'은 인도정부가 그를 입국금지대상인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버지 마이클 로한(50)과의 끊임없는 불화도 가십난을 장식하고 있다. 마이클 로한은 언론에 딸이 동성 연인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가 하면 약물 복용 사실을 발설해 딸과 갈등을 빚어왔다. 그는 명예 훼손 혐의로 아버지를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마이클 로한은 지난 달 말 기자회견까지 열어 '린제이의 상태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며 약물, 알콜 중독 치료가 절실하다'고 말해 딸의 심기를 건드렸다.

로한은 한 때 그의 정신상담을 맡기도 했던 할리우드의 유명 정신과 의사 드류 핀스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핀스키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로한의 아버지라면 린제이가 구속 수감되도록 한 뒤 강제로라도 3년간 알콜 중독 치료를 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로한은 "그는 루저다. 진정한 의사가 아니라 돌팔이"라며 발끈했다.

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태가 점점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달 말에는 일부 언론이 로한의 부고 기사를 미리 작성해뒀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 연예뉴스 사이트 '팝이터닷컴'은 한 신문사 편집장의 말을 인용, "속보 경쟁을 하는 언론사의 특성상 '유사시'에 대비해 몇 달 전부터 그의 부고 기사를 미리 작성해 뒀다"고 보도했다.

▶ 연기자로서 그의 미래는

자신의 패션 브랜드 \'6126\'의 레깅스 모델로 직접 나선 로한. 그는 올 여름 이 브랜드에 상의, 가방 라인을 추가한다고 밝히는 등 패션 사업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그는 미국 연예프로그램 'E!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악동으로 몰아가는 여론과 대중에 불만을 토로했다.

"나는 여러분들이 아는 것보다 괜찮은 여자다. 연기에 대한 열정도 있고 예전의 실수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있다.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각이 걸림돌이다. 대중의 비뚤어진 시각과 일부 사이코 팬들의 병적인 사생활 간섭이 내 인생을 방해하고 있다."

최근에는 앙숙인 것으로 알려진 또래 배우 스칼렛 요한슨(26)에 대한 시샘을 드러내며 "왜 내게는 요한슨과 같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대기도 했다. 로한은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내 또래 다른 어떤 여배우들보다 열심히 일함에도 불구하고 그 만큼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억울해했다.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자기 연민을 드러내는 그지만, 지금까지 좋은 기회를 놓친 '원흉'은 바로 그 자신이다. 2008년 인기 TV드라마시리즈 '어글리 베티'에 출연했을 때도 그랬다. 오랜만에 TV에 얼굴을 드러낸 그에 대한 미국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제작진은 로한을 고정 출연시키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로한은 주연 배우들이 모두 촬영 준비를 마친 뒤에야 모습을 드러내고 주연이 아닌 자신의 배역에 불만을 표하는 등 프로답지 못한 처신 때문에 4개의 에피소드에 출연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데일리 뉴스'는 최근 '로한이 배우 수입만으로는 살기 어려워지자 패션 라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 나섰다'고 보도했다. 현재 운영 중인 브랜드 '6126'에 핸드백과 톱 등의 패션 아이템을 추가해 올 7월부터 판매한다는 것. 로한은 캘리포니아의 한 가방 제조 회사와 생산 계약을 맺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가바나' 출신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등 라인 확대에 의욕을 보였다.

로한은 지난해부터 패션계 '잇 걸'로 재등극하기 위한 야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에는 프랑스의 럭셔리 브랜드 '엠마뉴엘 웅가로'의 아티스틱 어드바이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패션 전문가들은 그가 여성 디자이너 에스트렐라 아치스와 협업하며 '할리우드 스타일'의 상업적 감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은데 대해 "미슐랭 쓰리 스타 레스토랑에서 맥도널드 감자튀김을 먹는 기분"이라는 악평을 쏟아 놓았다. 로한의 '싸구려' 이미지가 '럭셔리 하우스'와 격이 맞지 않는다는 야유였다.

2005년 이 패션하우스를 떠난 브랜드 창시자 엠마뉴엘 웅가로 조차 "로한과의 협업은 완전한 실패"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언론과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웅가로사는 수개월만에 로한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영국 디자이너 질스 디콘을 새로운 디자이너로 영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패션계는 로한의 안목과 이미지가 '6126' 브랜드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로버트 드 니로, 제시카 알바와 함께 출연한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영화 '마셰티'가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고 올해 안으로 한 두 편의 영화에도 출연하기로 했다. 로한에게는 아직 재기의 기회가 남아 있다.


결국 그가 배우로서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그 자신에게 달려 있다. 최근에는 자신의 팔뚝에 '나는 스타다, 나는 스타다(I am a star, I am a star)'라는 문구를 새겨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정말로 다시 스타로 떠오를 수 있을까. '주근깨 소녀'를 사랑했던 세계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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