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O2/분석]Oh! 소녀시대, 그녀들의 미래도 Oh!?
더보기

[O2/분석]Oh! 소녀시대, 그녀들의 미래도 Oh!?

동아일보입력 2010-01-28 13:07수정 2010-05-03 17:34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음악, 컨셉트로 본 소녀시대의 미래

●걸그룹 '성장 시뮬레이션'은 청순→은근한 도발→섹시
● 신곡 'Oh!'의 대중성은 OK, 음악적 평가는 '글쎄'
● 아저씨팬 많은 소녀시대에 '섹시' 코드는 앞으로도 부담
● 소녀시대의 '유통기한'은 소속사, 멤버 개인, 팬들이 결정

여성 아이돌 그룹, 이른바 '걸그룹'의 핵심은 성장 시뮬레이션이다. 대중은 걸그룹이 앳된 소녀에서 새침한 숙녀로, 또 섹시한 여자로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흐뭇해하고, 성취감을 느끼고 또 실망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시뮬레이션게임 '프린세스 메이커'에 비유하는 이도 있다. 소녀를 공주로 만들기 위해 알뜰살뜰하게 보살피는 게이머의 심정으로 걸그룹의 팬들은 이들의 성장 과정을 함께 응원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정규 음반 'Oh!'를 발표한 소녀시대. 티저 영상에서 음원, 뮤직비디오 발표 등의 소식이 전해질때마다 전국의 '소시팬'들이 들썩였다. 이 9명의 소녀들의 '현재' 못지 않게 '미래'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SES' '핑클' '베이비복스' 등 '원조 걸그룹'들이 거의 모두 이 성장 시뮬레이션을 따랐다. 강아지 같이 순진무구한 눈빛을 지으며 데뷔한 이들은 '사춘기'를 겪으며 터프하거나 도발적인 모습으로 소녀와 여자사이를 오간다. 또 전성기의 변곡점을 막 지날 즈음, 성숙 또는 섹시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음악적으로도 시기별 컨셉트에 맞는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러나 신곡 'Oh!'를 들고 컴백한 소녀시대는 음악적으로, 또 이미지적으로 사춘기를 넘어 여자로 성장하는 대신 소녀와 숙녀 사이에 머무르는 전략을 택했다.

이번에도 발랄한 소녀 이미지를 바탕으로 '여자'로서의 가능성을 슬쩍 보여주는 정도의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관련기사

하지만 27일 공개된 'Oh!'의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에는 발랄한 소녀시대를 무섭게 노려보는 또 다른 소녀시대가 등장한다. 터프+섹시 컨셉트의 이른바 '블랙 소시'. 소속사 측은 이 이미지가 '후속곡의 예고편 격'이라고 밝혔다.

소녀시대 역시 걸그룹의 성장 시뮬레이션을 따르게 될 것이라는 뜻일까.
늘 '청춘'의 이미지를 가진 소녀시대. 지금은 핑크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소녀시대가 레드, 블랙이 대표하는 섹시함을 본격적으로 추구할 수 있을까.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 '소녀시대표' 음악, 진보인가 퇴보인가

가요의 종합예술시대라지만 한 가수 또는 그룹에 대한 평가의 첫 걸음은 아무래도 노래 자체다.

이번 신곡은 여러 가지 면에서 2009년 히트곡 '지(Gee)'를 떠올리게 한다고 대중음악평론가들은 입을 모은다. 반복적인 가사를 사용한 점, 노래 제목 자체가 영어의 감탄사라는 점부터가 그렇다.

'너무 반짝 반짝 눈이 부셔 No No No No No, 너무 깜짝 깜짝 놀란 나는 Oh Oh Oh Oh Oh, 너무 짜릿 짜릿 몸이 떨려 Gee Gee Gee Gee Gee'를 외치던 소녀들은 그로부터 1년 후 'Oh Oh Oh Oh Oh Oh Oh 오빠를 사랑해, Ah Ah Ah Ah Ah Ah Ah Ah 많이 많이해'를 부르짖는다.

'Oh!'는 지난해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사인' 등을 통해 흥행성이 입증된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기반으로 삼았다. 여기에 테크노를 섞어 '테크노팝'으로 풀어낸 것.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최근 유행하는 전자음, '오토튠(auto-tune)'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등 철저히 대중성에 초점을 둔 사운드로 꾸며졌다"고 평가했다.

이 씨는 "'지'에 이어 나온 '소원을 말해봐'는 '멜로딕 트랜스'를 장르로 내세웠고, 음악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다"며 "다시 '지'처럼 수학적으로 조합된 듯한 흥행 방정식에 기대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대중음악평론가 현현 씨는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를 소녀시대의 역대 베스트 곡으로 꼽았다. 소녀시대의 컨셉트와 개개인의 장점을 가장 잘 드러냈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돌 그룹과 달리 멤버 전원이 평균 이상의 가창력을 가졌다는 대단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저 대중에 사랑 받는 안전한 길을 택한 것이 아쉽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다카브라'처럼 음악적으로도 트렌드를 선도하는 '도전의 길'을 때때로 취할 필요도 있다."
2007년 8월,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로 활동하던 무렵의 그녀들은 풋풋함이 살아있는 앳된 모습이었다. 사진제공 연합.

▶ 소녀시대도 섹시해질 수 있을까

소녀시대의 지지세력 중 큰 축을 차지하는 것은 이른바 '아저씨 부대'다. 소녀시대는 사상 처음으로 '아저씨 팬덤'이라는 신드롬을 빚어냈다는 점에서 입지전적인 그룹이다.

신곡 'Oh!'는 가사(Oh~빠)나 전체적인 음감(복고풍)을 통해 이런 아저씨 팬들에 대한 '보은'의 의미를 담았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특히 '고개숙인 남자' '루저남'이 화두가 되는 시대, 치어리더 옷을 입고 '오빠'라고 외쳐대는 소녀들의 모습에서 아저씨들은 마치 자신을 응원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아저씨 팬들은 소녀시대가 갑자기 섹시하게 변신하면 마치 사춘기 딸의 일탈을 보는 것과 맞먹는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은 소녀시대가 스키니진이나 제복, 치어리더 복장과 같은 사실상 '교과서적'인 섹시 코드를 들고 나올지언정 '선'은 넘지 않는 반듯한 소녀이기를 바란다.

이런 소녀시대가 본격적인 섹시함으로 걸그룹의 성장 시뮬레이션을 따르게 되면 적지 않은 '성장통'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릴 수 있다.

이문원 씨는 "갑자기 성숙해진 핑클의 '나우(NOW)' 활동 시절, 돋보인 멤버가 효리 밖에 없었던 것과 비슷한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으려면 이 그룹에게 섹시미가 과연 어울릴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은 소녀시대도 아이돌의 성장 시뮬레이션을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소녀시대 스스로가 인간이기에 성장할 수밖에 없으니 그들의 성장 단계에 맞게, 또는 변화하는 팬층을 잡기 위해 이미지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최영일 씨는 "현재 과포화상태인 걸그룹 시장의 상황 변화에 따라 소녀시대가 어쩔 수 없이 섹시 코드를 갖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기획사 측에서는 다른 그룹이 시장에서 잘 먹히는 상품성 있는 컨셉트를 선점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기 때문에 섹시를 포함, 다양한 이미지로의 변주가 가능하다는 점을 끊임없이 증명하려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월 발표한 '지(Gee)'를 통해 소녀시대는 색색깔 스키니진을 선보였다. 스키니진, 제복, 치어리더룩은 틀림없는 섹시코드임에도 소녀시대와 대중은 이를 '발랄함'으로 해석해낸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 모든 아이돌 그룹은 영원하지 않다…소녀시대의 '유통기한'은?

소녀시대의 최대 장점은 '따로 또 같이' 전략이 그 어떤 걸그룹보다 잘 통한다는 점이다. 최근 TV프로그램의 대세인 버라이어티에 어울리는 예능감과 순발력 그리고 미모를 가진 각각의 멤버들은 어디서든 반짝 반짝 빛난다.

이는 개인보다는 그룹으로서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원더걸스'나 한 두 명을 제외하고는 이름 모를 멤버들이 대부분인 다른 아이돌 그룹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이러한 면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소녀시대가 그 어떤 아이돌 그룹보다 오랫동안 정상의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현현 씨는 "그러나 최근 가요계는 동방신기 사태처럼 외부적 요인에 의해 불행한 여정을 겪는 사례가 많은 만큼 소녀시대가 이런 변수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지가 '장수'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돌 그룹의 장수 전략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는 '비관론'도 있다.

팝칼럼니스트 임진모 씨는 "어떤 아이돌 그룹이든 기획사가 멤버 각각의 장수 전략을 고려하지는 않는다. 그룹으로서의 '상품성'이 끝났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돌 그룹에는 이미 '유통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자명한 진리다. 이는 선배 아이돌 그룹을 통해 충분히 입증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은 소녀시대와 관련된 기사 한 줄, 댓글 하나에도 일희일비하는 극성 10대 팬들이 나이를 먹고 10대 시절 좋아하던 연예인을 '아이돌(우상)'로 여기지 않는 순간, 아이돌 그룹의 생명력은 힘을 잃게 된다.

역시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활동한 SES의 슈는 얼마 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SES시절 정말 많은 일을 했고 정상까지 갔지만 돌이켜보니 허무했다. 그 시절 내가 갖고 있던 인기, 팬 가운데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녀시대는 그룹명 때문에도 유통 기한에 대한 압박 요인이 더 많다. 몇 년 후만 해도 20대 중반에 접어들 '아가씨'들을 더 이상 소녀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녀시대라는 그룹을 이어가고 싶다면 계속 '소녀'들을 수혈할 수밖에 없을 터다. 소녀시대의 탄생 초기, 벤치마킹 모델로 꼽혔던 일본 걸그룹 모닝구무스메처럼 기존 멤버들을 하나씩 따로 데뷔시키는 '졸업' 시스템을 도입할 수도 있다.

지난해 6월 말 발표된 두번째 미니 음반 타이틀곡 '소원을 말해봐'는 노래 뿐 아니라 밀리터리룩 패션과 '제기차기춤' 등의 유행을 일으켰다. 이 곡은 완성도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컬처매거진 '브뤼트' 김봉석 편집장은 "그러나 이런 졸업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팬들은 좋아하는 멤버가 나가는 것을 '탈퇴'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 경우 애프터스쿨, 원더걸스, 2PM의 멤버 탈퇴 사건 때와 같은 충격과 배신감이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대표적 걸그룹, 스파이스걸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최영일 씨는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이 그룹 역시 게리 할리웰이 탈퇴하고 신규 앨범에 대한 반응이 시들해지자 6년간의 활동을 접고 무기한 활동 중단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7년 재결성해 앨범을 냈지만 빅토리아 애덤스는 결혼 후 성을 바꿔 이미 빅토리아 베컴이 된 상태여서 '스파이스 걸스(Girls)'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혹평도 받았다.

팬들에게는 무척 아쉽게 들리겠지만 결국 소녀시대도 '소녀시대'로서는 막을 내리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소녀시대 각각의 멤버들의 생명력은 소녀시대의 앞으로의 행보와 각각의 개인기, 소속사의 배려 등에 따라 그 수명이 얼마든지 연장될 수 있다.

"더욱 적극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명 한 명이 '브랜드 스토리'를 쌓아가야 한다. 그래야 대중은 무대 위 만들어진 이미지와, 예능 속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교차시키며 스타를 다면적 매력을 가진 존재로 인식한다."(정덕현 씨)

"소속사가 불합리하게 긴 기간의 종속계약이나 통제를 통한 유지보다는 훨씬 느슨한 컨셉트로 멤버 각각이 발전할 수 있는, '개별 성장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최영일 씨)

대중의 폭넓은 지지와 멤버 각각의 경쟁력은 전문가들마저도 소녀시대가 2000년대를 대표하는 대표 '걸그룹'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을 갖지 않게 한다.

물론 앞으로 3~4년간 꾸준히 대중적 인기를 이어가고, 또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명곡을 발표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사실상 많은 그룹들의 해체 요인이 되는 팀내 불화 역시 경계해야할 요소 중 하나다.

그러니 소녀시대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삼박자가 갖춰져야 한다. 안주하지 않고 발전하려는 소녀시대 멤버 각각의 의지와 팀워크, 그리고 '애프터 소녀시대'까지 챙겨주는 기획사의 치밀한 기획과 살뜰한 배려가 전제 조건.

이보다 중요한 요소는 소녀가 더 이상 '소녀'가 아니더라도 이들을 지지하겠다는 변함없는 '팬심'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진 가요계에서 가수의 수명을 결정짓는 것은 오로지 '상품성'이요, '상품성'을 규정하는 것은 바로 문화 소비자, '팬 여러분'이기 때문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칼럼 더보기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