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요]아이돌그룹, 멤버수 - 중창 늘며 솔로 파트는 단 몇마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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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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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7개팀 개인별 솔로시간 재보니

4초 불러도 가수?

1인 평균 16초… 노래 10분의 1도 안 불러
아예 솔로없이 후렴만 반복하는 경우도
외모-끼 앞세워… ‘금붕어 가수’ 양산 지적

‘4초의 미학.’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희철이 3집 타이틀곡 ‘쏘리 쏘리’의 무대에서 단독으로 노래하는 시간이 4초에 불과하다고 해서 누리꾼들이 붙인 비아냥거림이다. 이 노래를 부른 슈퍼주니어의 멤버는 모두 13명. 한 곡을 이들이 나눠 부르다 보니 4초만 부르고도 ‘가수’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애프터스쿨 등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늘어나면서 개인별로 부르는 ‘솔로 파트’가 몇 초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졌다. 이 때문에 가창력이 떨어져도 외모나 말재주를 앞세워 ‘가수’로 대접받는 이들이 양산되는 구조가 되고 있다.

○ 아이돌 멤버들은 각각 평균 16초만 노래해

동아일보가 MBC ‘쇼 음악중심’(7월 10일), SBS ‘인기가요’(7월 11일), KBS ‘뮤직뱅크’(6월 25일)에 출연한 아이돌 그룹 7팀(소녀시대, 슈퍼주니어, 포미닛, 애프터스쿨, 인피니트, 엠블랙, 에프엑스)의 멤버 개인별 솔로 파트 시간을 잰 결과 1인당 평균 약 16초를 부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래 한 곡의 평균 길이가 3분 30초 정도이므로 합창을 제외하면 이들은 노래 한 곡의 10분의 1도 부르지 않는 것이다.

이 가운데 솔로 파트가 가장 적은 그룹은 평균 9.4초인 소녀시대(‘오!’)였다. 메인 보컬 태연은 가장 긴 22초를 불렀지만 서현이 혼자 맡은 가사는 ‘오빠 나 좀 봐. 나를 좀 바라봐’와 ‘들어봐. 정말’ 두 부분으로 5초에 불과했다. 애프터스쿨이 ‘뱅!’을 부를 때 나나와 리지는 아예 솔로 파트 없이 둘이 함께 8초 동안 노래했다. 주연의 솔로 파트는 ‘가슴 뛰는 이 밤을 내 맘은 오 오 오’로 4초였다.

‘다시 돌아와’를 부른 인피니트는 멤버 간 솔로 파트의 차이가 가장 컸다. 메인보컬 김성규는 29초를 불렀지만 이성종, 이성열, 엘은 각각 1, 3, 4초를 불렀다. 이성종이 혼자 부른 가사는 ‘다 거짓말’이라는 4글자뿐이었고, 이성열은 ‘죽을 것만 같아 머리가 아파’라는 소절만 맡았다. 인피니트의 매니저 이영준 실장은 “멤버 사이에 가창력의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이 곡에 맞는 음색을 고려해 솔로 파트를 배정하다 보니 일부 멤버의 비중이 작아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합창 분량이 많아지고 솔로 파트가 적어지면서 개인별 가창력이 잘 드러나지 않자 누리꾼들은 라이브 무대의 반주(MR·Music Recorded)를 제거한 파일을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올려 가수들의 가창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 노래 못해도 안 부끄러워해

지난달 27일 방송된 SBS ‘패밀리가 떴다 2’에서는 윤아(소녀시대)가 “우린 (솔로 파트가) 10초 이상 넘질 못해요”라며 노래 ‘오!’에서 자신의 파트가 ‘말하고 싶어’라는 5글자라고 말했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부른 타이틀곡들의 솔로 파트를 메들리로 이어 부른 시간은 희철이 39초, 윤아 42초, 니콜(카라)은 45초에 불과했다. 이들은 부끄러워하기보다 이런 현상을 웃음의 소재로 삼는 분위기였다. 애프터스쿨의 멤버 정아는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MC 김국진에게서 “애프터스쿨에서 놀랍게도 메인 보컬을 맡고 있다”는 뼈 있는 농담을 듣고도 웃음을 지으며 노래 한 소절을 대충 불러 성의를 느낄 수 없었다.

팬들에게서 가창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구하라(카라)는 올해 2월 카라의 신곡 ‘루팡’에서 아예 솔로 파트 없이 ‘할로 할로 할로’라는 후렴 부분만 반복해 빈축을 샀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솔로 분량이 몇 초에 불과할 경우 가수의 본업인 노래 연습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며 “솔로 분량이 적은 멤버들이 그룹 내에서 소외감을 느낄 경우 팀워크를 해쳐 그룹의 수명 단축으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작가 음악평론가는 “노래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아이돌 그룹이 가요계에 많아질수록 정작 실력 있는 가수들의 설 자리가 부족해진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조혜경 인턴기자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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