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전도연 “돈에 찌든 짐승들과 숨바꼭질 제대로 했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2월 18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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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이 19일 개봉하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통해 또 한 번 도전에 나선다. 그는 “제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지만 욕심이 났다”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배우 전도연이 19일 개봉하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통해 또 한 번 도전에 나선다. 그는 “제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지만 욕심이 났다”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주인공 전도연

돈가방 추격 범죄물로 새로운 도전
제작 가능? 의문 드는 과감한 얘기
대중이 피로감 느끼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매번 솔직한 마음으로 연기


“읽는 내내 숨바꼭질하는 기분이더라고요. 돈가방을 탐내는 인간들이 뻔해 보일 수 있지만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바로 출연하겠다고 했어요.”

배우 전도연(47)은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보통 영화 출연 제안을 받으면 ‘할까 말까’ 고민하기 마련이지만, 19일 개봉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은 달랐다. 이야기 중반부에 등장하는 역할이란 사실마저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인물에 대해 세세하게 설계해 배우가 구상할 필요 없이 “처한 그 상황에만 몰입해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 덕분이었다.

11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전도연은 새해 첫 작품이 만족스러워서인지 밝고 경쾌한 얼굴이었다.

● 거액 돈가방 놓고 벌이는 추격전

전도연은 지난해 4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이야기인 ‘생일’로 관객과 만났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아물지 않는 상처를 품고 사는 엄마를 표현하면서 내적으로도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배우의 심리는 출연한 영화의 분위기나 역할에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당시 말 한 마디 꺼내기도 조심스러웠지만 이번엔 다르다.

“오랫동안 힘든 역할을 해왔잖아요. 힘겨운 작품을 피하고 피했지만, 그래도 결국 저한테 오는 작품이 있어요. ‘내 것인가보다’ 하고 임해왔어요.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다양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통해 새로워지고 싶어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지난해 12월 영화 ‘백두산’에 카메오로 출연한 이유, 곧 송강호·이병헌과 함께 재난극 ‘비상선언’에 참여하는 것도 그런 마음의 발로다. “‘백두산’ 때 관객들이 ‘전도연 닮은 사람이야?’ 그랬어요. 조금만 다른 모습이어도 관객이 새롭게 본다는 걸 알았어요. ‘비상선언’은 재난영화인데 그런 장르에서 저를 찾는다는 게 새롭더라고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벼랑 끝에 몰린 이들 앞에 거액의 돈가방이 나타나고, 이를 인생의 마지막 기회로 여긴 이들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영화에서 전도연은 과거를 지우려는 주인공 연희를 연기했다. 정우성, 윤여정, 배성우, 정만식 등이 어우러져 질펀한 범죄 스릴러를 완성했다.

“출연을 결정했지만 과연 진짜 제작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어요. 과감한 이야기였고, 신인감독의 개성이 확실했으니까요. 그래도 욕심이 났습니다. 시어머니 역은 특히 윤여정 선생님이 떠올라 바로 전화를 드렸죠. 그랬더니 ‘그렇게 마음에 들면 네가 하지 그러니?’ 한 마디 하시더라고요. 하하!”

전도연은 극중 아들 앞에서 윤여정이 내뱉는 대사가 이 영화를 상징한다고 했다. “모두들 없는 데서 시작한단다”는 말이다.

“돈이나 욕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대사죠. 돈이요? 있으면 좋지만, 꼭 있어야 행복한지는 모르겠어요.”

배우 전도연.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배우 전도연.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 ‘칸의 여왕’이 바라보는 ‘기생충’

영화계 뿐 아니라 온 나라가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을 격하게 반기고 있지만, 전도연의 마음은 더욱 각별하다. 2007년 ‘밀양’으로 한국배우로는 처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아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14년이 흐른 지금도 ‘칸의 여왕’으로 불리는 그는 ‘기생충’의 성과를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상 하나쯤은 받겠거니 했지만 작품상이라니. 악! 소리도 안나올 만큼 대단해요. 다른 세상의 일이라고만 여겼는데 현실이 되니까 축하한다는 말도 안나오더라고요. 감독과 배우 모두에게 꿈이나 희망이라는 새로운 문이 열린 거죠.”

전도연 역시 그동안 해외 감독들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다.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2014년)을 맡았을 즈음 제인 캠피온 감독도 제안을 했는데, 사실 생각도 못했죠. 언어 문제도 중요했고. 아! 봉준호 감독님도 ‘옥자’ 준비할 때, 저한테 만나자고 했어요. ‘음…, 내가 옥자에 출연하나보다’ 하고 만났죠. 하하! 아니더라고요. 감독님이 ‘언젠가 작품 같이 하자’고 사심 없이 말하더라고요. 저는 사심이 있었는데 말이죠.”

전도연은 “누군가 나를 알아봐주도록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낸다”고 했다. 때론 대중을 향하기도 한다.

“제 의도와 다르게 전도연이란 배우에 대해 피로를 느낄 수도 있잖아요. 가능하면 그런 피로를 피하고 싶어요. 연기하는 그 순간만큼은 늘 솔직한 마음이고 싶고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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