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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혁신 한발 뒤진 日, 가전-車 첨단기술 융합해 역전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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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혁신 한발 뒤진 日, 가전-車 첨단기술 융합해 역전 노려

도쿄=박형준 특파원 , 도쿄=김범석 특파원 입력 2020-01-29 03:00수정 2020-0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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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글로벌 AI전쟁, 미래를 잡아라]
<6>美-中 추격하는 기술대국 일본
일본 간판 전자기업 파나소닉의 직원이 보행 보조기구를 이용해 걷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보조기구의 계기판은 탑승자의 보행거리, 평균속도, 몸의 균형 등을 기록해 의사에게 전송해준다. 파나소닉은 조만간 병원, 요양원 등에 이 기기를 판매할 계획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도쿄 파나소닉센터 4층에는 약 900m² 넓이의 스마트시티 전시관 ‘미래구(未來區)’가 설치돼 있다. 말 그대로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다. 지난해 12월 9일 미래구를 방문해 바둑판처럼 생긴 상자의 뚜껑을 열고 기자의 가방을 넣었다. 손이 한결 가벼워졌다. 빈손으로 앞서 걸어가자 상자가 기자의 뒤를 졸졸 따라왔다. 상자에 달린 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스스로 이동한 것이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3월 집, 사무실, 이동 수단이 모두 정보기술(IT)로 연결된 미래구를 만들었다. 안내 직원은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보행 보조기구도 보여줬다. 그가 기구의 손잡이를 잡자 안쪽 계기판에 보행거리, 평균속도, 몸의 균형 등이 저절로 표시됐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의사에게 전송할 수도 있었다.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0’에서 미래구와 비슷한 ‘스마트시티’를 공개했다. 도요타는 내년 초 후지산 주변 약 70만8000m² 터에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기로 했다.


두 거대 기업이 만드는 미래도시의 공통분모는 인공지능(AI)이다. 제조업으로 세계를 제패한 ‘기술강국’ 일본은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가전과 자동차 산업에 AI를 접목해 제조업 경쟁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도요타의 성공 발판이었던 끊임없는 ‘개선(改善·가이젠)’을 통해 일본식 AI 신화를 쓰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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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제조업’으로 미 GAFA와 경쟁


파나소닉, NEC 등 일본 전자업체는 특히 안면인식 AI 부문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파나소닉은 간판 상품인 디지털TV를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각국 이용자가 TV를 켤 때마다 해당 사용자가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얼마나 시청했는지 등이 데이터센터로 모인다. 지금까지 수집한 데이터는 1000억 건 이상. 이는 파나소닉의 ‘AI 연구’ 기반 자료로 쓰인다.

파나소닉은 AI와 사물인터넷(IoT)을 접목시킨 ‘뷰레카’도 자체 개발했다. 겉모습은 감시 카메라와 비슷하지만 제품, 사람, 바코드를 모두 인식하는 제품이다. 특정 매장의 진열대에 제품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인터넷으로 신호를 보내 물품이 부족하지 않도록 한다. 특정 소비자의 이동 경로, 성별, 연령별 고객의 구매 패턴 등도 분석할 수 있다. 이미 일본 유통기업 10개가 자사 매장에 뷰레카를 설치했다.

이다 마사노리(飯田正憲) 파나소닉 정책기획부 과장은 “세계 AI 산업을 미국 대형 IT 기업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가 주도하는 듯 보이지만 일본 기업도 분명한 강점이 있다. 가전 및 기계에 AI를 접목시켜 AI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겠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직원 평가에도 AI를 사용한다.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의 게이힌(京浜) 종합상사는 직원 평가 때 AI 분석을 사용한다. 특정 직원의 표정과 목소리 등을 인식해 그의 행동력, 책임감, 안정성 등 12개 항목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광고회사 셉테니홀딩스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100개 항목을 물어 사고방식, 과거 경험 등을 파악한다. AI 기기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그의 입사 후 활약 가능성을 산출한다. 이 회사가 지난 10년간 인사 평가 데이터와 AI 분석을 대조했더니 약 80%가 일치했다.

○ 유통, 화장품으로 확대되는 AI


20일 도쿄의 유명 백화점 ‘시부야 파르코’. 1973년 개관한 이 백화점은 AI 기술을 도입해 지난해 11월 재개관했다.

5층 안경 매장 ‘진즈(jins)’에서 한 고객이 화면 우측 하단에 새 안경테를 놨다. 그러자 화면에는 새 안경테를 쓴 손님 모습과 함께 ‘스코어 90’이라는 글자가 떴다. 새 안경테가 고객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점수로 나타냈다. 이 화면에는 사람의 움직임에 맞춰 기존 안경을 지우고 새 안경을 덧입혀 시연해주는 ‘트래킹’ 기술이 적용됐다.

인근의 여성의류 매장은 ‘스마트 거울’을 도입했다. 거울 앞에 서면 고객의 동작과 모습이 3초 느리게 나타난다. 고객이 스스로의 ‘뒤태’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서비스다. 직원 모테기 사오리(茂木さおり) 씨는 “스마트 거울을 도입한 후 손님이 2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도쿄 시부야의 백화점 ‘도큐플라자 시부야’ 내에 문을 연 로봇카페 ‘페퍼 팔러’에서 모녀가 인공지능(AI) 로봇과 대화를 하고 있다. 카페 손님의 얼굴 표정을 보고 그날의 메뉴를 추천하는 등 음식 주문부터 접객 등을 로봇이 맡고 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지난해 말 문을 연 ‘도큐플라자 시부야’ 백화점 내 한 카페에는 소프트뱅크의 AI 로봇 ‘페퍼’가 손님을 맞는다. 페퍼는 손님의 표정을 분석해 메뉴를 추천해주고 손님들과 게임도 같이 한다. 하스미 가즈다카(蓮實一隆) 소프트뱅크로보틱스 이사는 “고객들이 로봇과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매우 즐거워한다. 방문자 수도 대폭 늘었다”고 전했다.

결혼상담업체, 화장품기업 등도 속속 AI를 활용하고 있다. 결혼상담소 쓰바이는 지난해 여름 미혼남녀를 모아 개최한 파티에서 AI 손목밴드를 나눠줬다. 손목밴드를 한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와 악수만 하면 상대방의 프로필이 태블릿 단말기에 표시된다. 회사 측은 “초면에 묻기 힘든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화면에 나타나 대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고 밝혔다.

화장품 회사 가오는 상반기 중 특정 고객의 피부에 맞춤형 화장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AI 개발업체 프리퍼드네트워크와 손잡고 고객의 피부에서 채취한 리보핵산(RNA)을 분석해 이에 맞는 화장품을 조언해주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가 나오는 데 현재 약 이틀이 걸린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3, 4초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인공지능#일본#파나소닉#스마트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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