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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동 7300m² 딸기 하우스 관리, 부부와 직원 3명이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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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동 7300m² 딸기 하우스 관리, 부부와 직원 3명이면 OK

장성=홍수영 기자 입력 2019-12-04 03:00수정 2019-12-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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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미래를 찾는다]전남 장성 투베리농원 이장호 대표
2일 전남 장성의 스마트팜 시설하우스에서 이장호 투베리 농원 대표(왼쪽 사진 오른쪽)가 제주에서 성공 비법을 전수받으러 온 농민들에게 스마트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투베리 농원 하우스 단지 중앙에 있는 교육장. 장성=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스마트팜에 관심 있으세요?”

2일 전남 장성군 진원면 불태산 끝자락에 있는 딸기 농장 투베리 농원. 여러 동의 시설하우스 사이에 들어선 80m² 남짓한 강의장에서 이장호 투베리 농원 대표(52)가 견학 온 20여 명의 농민에게 물었다. 여기저기서 “네”라고 답하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이들은 제주 제주시 한경면 고산1리 농민들이다. 스마트팜을 통해 ‘전문 농군’으로 자리 잡은 이 대표에게 성공 비결을 전수받으러 먼 길을 왔다.

농민들은 하우스로 옮겨 시설을 살펴보면서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한 농민이 “실내 온도, 습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느냐”고 물었다. 일반하우스에서는 밤낮 온도 차나 여름철 치솟는 온도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컴퓨터가 온도, 습도, 풍향 등을 모두 고려해 천창을 자동으로 여닫기 때문에 항상 설정해둔 재배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2단 높이의 재배단 위로 설치된 환풍기도 스마트폰으로 작동이 가능했다.


이 대표는 농민들 사이에서 ‘딸기 명인’으로 불린다. 이곳 딸기는 다른 농장에서 생산되는 것보다 단단하고 맛이 좋다. 농산물 공판장과 온라인몰 가릴 것 없이 투베리 농원 딸기는 큰 인기를 누린다. 놀랍게도 이 대표가 딸기 농사를 지은 지는 불과 7년밖에 되지 않는다. 농촌 출신도 아니다. 낫 한 번 들어본 적 없던 초보 농부가 영농 기술을 전수하는 전문 농군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데는 스마트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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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 장교에서 딸기 명인으로

이 대표의 인생 경로는 두 차례 크게 바뀌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뒤 공군 학사장교에 지원한 게 첫 번째였다면 2012년 3월 25년 동안 복무한 군에서 소령으로 퇴역하며 농사에 뛰어든 게 두 번째다.

퇴역 당시 이 대표의 딸과 아들은 모두 중학생이었다. 그는 당초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은퇴이민을 생각했다. 하지만 은퇴이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찾은 퇴직박람회의 귀농귀촌 부스에서 발이 멈췄다. 귀농은 말이 통하는 곳으로 이민 가는 것이고, 아이들이 시골에서 성장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2012년 농사 첫해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하우스 4개 동을 빌려 딸기 모종을 심었지만 물을 뿌리면 그대로 고여 있을 만큼 땅이 척박했다. 그해 8, 9월엔 태풍이 잇달아 강타해 하우스가 참담하게 망가졌다. 포기를 모르는 ‘군인 정신’이 뼛속 깊이 박혀 있었지만 ‘5급 군무원 자리가 났으니 지원하라’는 제안에는 농사를 접을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이듬해 봄에 상황이 달라졌다. 태풍이 올 때 예보를 일찍 파악한 뒤 모종 3만 주를 미리 거둬들여 저온 창고에 보관해둔 게 도움이 됐다. 9월에 이를 다시 심었더니 해를 넘겨 엄청난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퇴로를 스스로 닫았다.

기왕 농사에 올인(다걸기)하려면 제대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 전남도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사에 활용하도록 지역 농가에 스마트팜 설치를 지원했다. 군에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일을 했던 이 대표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스마트팜을 통해 각종 딸기 재배 관련 데이터만 쌓이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처음에는 2300m² 규모의 하우스 4개 동에 온도, 습도, 일사량 등을 관찰하는 기상대와 기상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는 천창과 환풍기, 분무기 등을 설치했다. 현재 투베리 농원은 총 7300m² 규모인 15개 동의 스마트팜 단지로 커졌다.

○ 노하우 나누는 ‘스마트팜’ 전도사

그는 스마트팜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우선 고된 농사일에서 벗어났다. 이 대표는 “하우스 환기창을 관리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스마트팜이 아니라면 오늘처럼 빗방울이 쏟아졌다가 해가 났다가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는 온종일 하우스에 머물며 천창을 열었다 닫았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배 환경을 컴퓨터로 제어하고 하우스를 자동으로 관리하다 보니 이 대표 부부와 직원 3명이 여유 있게 농장을 돌볼 수 있다.

온도 습도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자 딸기 생산량이 늘고 품질도 좋아졌다. 일반 환경에서는 보통 수확한 딸기의 20∼30% 정도는 상품성이 떨어져 버려진다. 하지만 투베리 농원에서는 불량품이 거의 없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데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것도 이 대표의 비법이다. 이렇게 수확한 투베리 농원의 딸기 90%가 최상품 판정을 받는다. 이 대표는 지난해 30t의 딸기를 생산해 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처음 초보 농부인 그에게 농사를 알려준다며 ‘감 놔라 배 놔라’ 했던 지역 농민들이 이제는 이 대표에게 영농 기술을 묻는다. 농원을 찾았던 이날도 자문을 하는 농민들로 이 대표의 휴대전화는 끊임없이 울렸다. 귀농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아들 한수 씨(21)는 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 원예생명공학과에 진학해 농업인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대표는 “아버지를 보고 농사가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이 대표는 다른 딸기 농가를 경쟁자라기보다는 함께 딸기 시장을 키우는 동업자라고 생각한다. 일단 딸기가 맛있으면 소비자들이 더 많이 찾으며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우스 단지 중앙에 교육장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서 성과가 좋은 농부를 불러 경험담을 듣거나 스마트팜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 대표는 “스마트팜의 취지가 빅데이터를 축적해 농사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다른 농부들과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스마트팜#투베리농원#딸기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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