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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캐나다, 초등생부터 금융 의무교육… 日, 연령대별 맞춤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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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캐나다, 초등생부터 금융 의무교육… 日, 연령대별 맞춤교육

특별취재팀입력 2019-12-02 03:00수정 2019-12-02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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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이코노미 시대 변해야 살아남는다]
<10·끝> ‘금융 이해력’이 생존의 기본
올해 3월 11일 덴마크 코펜하겐 겐토프테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당시 덴마크 산업부 장관이던 라스무스 자를로브(왼쪽) 덴마크금융협회 미카엘 라스무센 회장이 학생들에게 금융교육을 하고 있다. 덴마크금융협회(Finance Denmark) 제공
덴마크에 사는 필리프 씨(44)는 아들이 중학생일 때부터 ‘금융 조기교육’을 시켜왔다. 필리프 씨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에게 용돈과 별개로 주식투자용으로 매달 1000크로네(약 13만 원)를 준다. 물론 아들이 이 돈으로 아무 주식이나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투자하고 싶은 주식을 고른 뒤 왜 그 주식을 골랐는지 아버지에게 설명해야 한다. 필리프 씨는 “금리가 낮아 예금만으로는 수익을 얻기 어렵다”며 “아들은 나보다 저금리 환경에서 더 오래 살아야 하므로 어릴 때부터 투자 요령을 배우면 향후 경제적 자립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금융교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금리, 저성장으로 자산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제로이코노미 시대를 맞아 금융 및 투자의 개념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금융 리터러시(literacy·이해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금융 선진국들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을 상대로 맞춤형 금융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거나, 파생상품과 같은 복잡한 상품을 가르치는 곳도 있다.

○ “내 아이 지갑 든든하게”…금융도 조기교육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에서는 금융 조기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2008년 5월 세워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특별기구 ‘금융교육 국제네트워크(INFE)’는 홈페이지에서 “금융교육은 되도록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 대부분 국가의 금융 이해력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조기교육은 특히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덴마크 금융협회는 매년 한 주를 금융교육 주간으로 지정하고 희망 중학교의 신청을 받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기본적인 경제지식을 비롯해 지출 계획을 짜는 방법, 대출 이자 계산법 등을 가르치는데 신청 학교가 꾸준히 늘어 올해는 전국 750여 개 학교에서 교육을 진행했다. 미국도 금융 조기교육을 위해 2012년 ‘일찍 시작하기(Starting Early for Financial Success)’ 전략을 세웠다. 부모를 위한 금융교육 홈페이지를 개설해 3세부터 20대 초반까지 연령대별로 필요한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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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는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금융교육을 한다. 스웨덴 금융감독원은 출산을 앞둔 예비 부모에게 산부인과를 통해 금융교육 책자를 전달한다. 처음 부모가 되는 이들을 위해 앞으로 가계의 소비·투자계획을 어떻게 짜야할지 미리 안내해 주는 것이다.

○ 정부가 나서 금융 의무교육


각국이 금융교육에 열을 올리는 건 제로이코노미로 자산 형성 기회는 줄어드는데 아직도 금융을 잘 알지 못하는 ‘금알못’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재무설계사로 일하는 니키타 모로소브 씨(24)는 “사람들을 만나 투자에 대한 고민을 들어보면 은행에서 예금만 할 줄 알지 주식이나 채권 투자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가가 앞장서 금융교육체계를 갖추고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 곳이 적지 않다. 영국은 2014년 9월부터 만 11∼16세를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의무화했다. 최근에는 시민들의 투자 역량을 키우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1130만 파운드(약 172억 원)의 펀드를 조성해 연령대별로 65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캐나다 역시 모든 주에서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시키고 있다. 수학이나 사회 같은 필수과목 과정 중에 금융이나 소비생활에 대한 부분을 가르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막연히 갖고 싶은 것’과 ‘반드시 필요한 것’을 구분해 절약을 습관화하는 연습을 시킨다.

일본은 금융청 주도로 ‘금융 이해력 지도’를 만들었다. 지도에는 초중고교생, 대학생, 직장인, 고령자별로 필요한 금융교육 내용이 정리돼 있다. 관련 종사자들이 이를 참고해 커리큘럼을 짠다. 일본 교린대가 필수과목으로 정한 ‘머니플랜’ 과목도 금융 이해력 지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지도에 따르면 대학생은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돼 있다.

○ 파생상품 같은 복잡한 상품까지 가르쳐


아시아 금융허브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2003년부터 대국민 금융교육 프로그램 ‘머니센스’를 통해 복잡한 금융상품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마지막 단계인 ‘투자 노하우’에선 파생상품과 같은 어려운 금융상품을 배우게 된다. 실제로 머니센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상장지수펀드(ETF)나 구조화 예금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다.

중국은 초등교육과정부터 주식과 선물 투자 등을 가르칠 예정이라고 올해 초 발표했다. 그동안 상하이, 광둥성, 쓰촨성 등 일부 지역에서 진행하던 투자교육을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는 어릴 때부터 주식투자 등 금융에 대한 인식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 ‘수학-영어 배울 시간 모자란다’며 뒷전 밀린 한국 금융교육 ▼

금융교육협의회 10년째 답보상태… 금융이해도 OECD 평균 밑돌아
성인중 70대 최하, 20대도 낮아



“학부모들이 반대해서 금융교육 신청을 못 했죠.”

경기 수원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A 씨는 올해 9월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 수업을 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이나 관련 협회에 의뢰해 외부강사를 초청해 진행하는 방식이다. 채무에 대한 지식이나 금융상품의 기본적 구조 등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A 씨의 계획은 학부모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A 씨는 “영어 수학 배울 시간도 모자라는데 자습 시간이나 더 주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덴마크 영국 캐나다 일본 등 금융을 의무 교과 과정에 넣은 나라와 달리 한국 공교육에선 금융이 정식 교과 과정에서 빠져 있다. 2007년 금융 교육 실태조사나 교육 계획 수립을 위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교육부 등이 금융교육협의회를 만들었지만 10년 넘게 답보상태다.

현재 국내 금융교육은 민간 금융회사나 각 협회가 담당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각 지점 한 곳과 근처 학교를 1 대 1로 연결하는 ‘1사1교 제도’나 금융회사 직원이 학교의 신청을 받아 금융 강의를 해주는 식이다. 이런 형태의 교육은 단발성이어서 금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각 금융협회가 회원사로 등록된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가 벌이는 금융교육 건수는 매월 50건 안팎에 그치고 있다.

국민들의 금융 이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올해 초 발표한 ‘2018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만 18∼79세)의 평균점수는 62.2점으로 OECD 회원국 평균 64.9점을 밑돌았다. OECD가 정한 최소 목표 점수인 66.7점보다 낮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64.9점)가 가장 높았고 70대(54.2점)가 가장 낮았다. 향후 금융 서비스를 활발하게 이용할 20대도 61.3점으로 평균을 밑돌았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가 금융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며 “금융을 의무교육체계 안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경제부 조은아, 도쿄·사이타마=장윤정 기자, 런던·리버풀=김형민, 프랑크푸르트=남건우, 코펜하겐·스톡홀름=김자현
▽특파원 뉴욕=박용, 파리=김윤종, 베이징=윤완준
#금융 조기교육#저금리#저성장#제로이코노미#국내 금융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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