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R&D 키운다지만…“정부사업 유사·중복 多 문제”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19일 1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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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본격 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그간 정부가 진행했던 연구개발(R&D) 사업이 유사·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올바르지 않은 구조라는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정부의 R&D 사업을 주관하는 부처들이 일원화되지 않은데다가 특화된 사업과 영역을 주도하는 연구기관도 마땅치 않아 연구자들의 활동과 R&D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최근 발간한 ‘정부 R&D 예산시스템 진단: 사업구조의 적정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부 R&D 예산의 배분 구조를 평가한 결과 목적 적합성과 타당성에 있어 올바르지 못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STEPI는 정부출연연구기관 관련법에 의해 설립된 국무총리 산하 공공기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연구기관이다. 과학기술 활동과 관련된 경제사회의 제반문제를 연구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다.

STEPI는 2016년을 기준으로 수행된 552개 정부 R&D 사업 중에서 480개 일반연구개발사업을 대상으로 사업구조의 타당성과 목적 적합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R&D 사업들의 집중도 측면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교육부 등 이른바 종합 지원 부처의 유사도가 타 고유사업 부처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인 480개 사업 중에서 최소 368개 이상의 R&D 사업에서 유사성이 높은 동일 부처 혹은 타 부처 R&D 분야가 발견된 것이다.

아울러 정부 R&D 사업들의 연관구조가 혼란스러워 기술분야간 맥락성이 모호한 사례들도 발견됐다. 특히 대부분의 정부 추진 R&D 기술군에서 과기정통부와 산업부의 R&D 사업이 대부분 포함된 것으로도 나타났다.

안두현 STEPI 연구원은 “두 부처 R&D 사업들의 수가 많고 예산 규모도 크기 때문일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현상은 두 부처의 R&D 사업들이 타 부처 사업들과 기술적 측면에서 다소 중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특정 주제를 다루는 연구과제가 포함된 정부 R&D 사업에서 주관 부처가 일원화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당뇨’라는 주제와 관련해 연구과제를 지원하는 곳은 10곳이었는데 이 중에서 과기정통부와 보건복지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2016년에만 당뇨 관련 정부 R&D 사업이 217개 과제에서 298억7300만원이 지원됐으나 주관부처가 없고 주도적인 연구기관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STEPI는 “적정한 구조를 갖춘 R&D 사업들은 일부에 불과하고 대다수 사업들이 다양한 산업들 또는 기술분야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포괄적인 ‘정책 지향적’ 사업들”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정부 R&D 사업의 구조적 특성이 연구자들의 연구활동과 R&D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STEPI는 정부 R&D 예산 구조에서 부처별 역할 구분 기준을 ‘산업’ 또는 ‘기술분야’ 기준으로 바꿀 필요도 있다고도 제언했다. 예를 들어 과기부와 산업부 등도 기초 기술개발이나 응용기술 개발 등의 기준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같은 특정 산업 또는 특정 기술분야별로 각각 주관부처를 결정함으로써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안두현 연구원은 “기초연구, 국제화, 인력양성 등 특정 정책지향적 사업들을 개별 사업들로 설치 운영하기보단 유형별 공통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다른 일반 R&D 사업에 포함시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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