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vs 현정은… 누구 손이 더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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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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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본입찰 오늘 마감… 입찰가격 규모 관심 집중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15일 마감된다.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경합 중인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은 입찰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끝냈고, 입찰 제안서의 가격 표시란만 비워 놓고 있다. 그룹 총수가 직접 결정하는 입찰가는 인수 당일에도 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입찰가로 얼마를 적어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과거 대형 인수합병(M&A) 사례를 보면 인수가를 좌우하는 변수는 해당 기업의 자금력과 그룹 총수의 인수 의지, ‘베팅 성향’ 등 3가지였다. 통상 인수 의지가 강하면 인수가도 높게 적어내기 마련이지만, 자금이 충분해도 그룹 총수의 ‘손’이 작아 입찰액을 너무 낮게 적어내 예상 밖의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자금력은 현대차그룹이 우세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은 주력 3사인 현대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로 인수컨소시엄을 결정하기로 했다.

▶본보 9월 28일자 B1면 참조
현대차그룹, 현대건설 인수의향서 제출


현대그룹은 전략적 투자자로 입찰에 함께 참여하기로 했던 M+W그룹이 막판 인수 의사를 철회함에 따라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동양종합금융증권을 재무적 투자자로 유치해 급한 불을 껐다.

인수 의지만 놓고 보면 현대건설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그룹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현 회장이 더 절박해 보이지만, 여러 이유로 현대건설이 필요한 정 회장 역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은 변수는 두 회장의 베팅 성향. 정 회장은 2004년 한보제철 인수 당시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준 바 있다. 한보제철 인수를 놓고 포스코-동국제강 컨소시엄과 경합했던 정 회장은 입찰 당일 인수가격을 500억 원 높일 것을 지시했다. 뚜껑을 연 결과 현대차그룹의 인수주체였던 INI스틸(현 현대제철)과 포스코-동국제강 컨소시엄은 나란히 9100억 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가 비가격 요소에서 앞섰지만 그 격차가 박빙이었기 때문에 정 회장이 입찰가를 높이지 않았다면 입찰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현 회장은 이번이 M&A 데뷔 무대이기 때문에 ‘베팅 성향’이 드러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현대그룹 관계자들은 현 회장이 그동안 현대상선 경영권을 놓고 벌인 KCC와의 분쟁 등에서 보여준 배포를 보면 정 회장 못지않다고 이야기한다. 재계 관계자는 “현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봤을 때 인수 가격 역시 예상 밖의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초기만 해도 3조5000억∼4조 원에서 인수가가 결정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인수전이 과열되고, 현대건설이 보유한 ‘알짜 자산’이 부각되면서 5조 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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