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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車만별’…서울-경기 16개 정비업소에 똑같은 사고차량 견적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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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車만별’…서울-경기 16개 정비업소에 똑같은 사고차량 견적내보니

동아일보입력 2010-05-07 03:00수정 2010-05-1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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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따라 수리비 최대 3배차
여성엔 男보다 11만원 바가지

멀쩡한 부품 바꾸고 정비시간 늘리고
보험 제휴 4곳뺀 12곳중 10곳 뻥튀기

견인차 기사에 사례비 주는 경기
서울업소 보다 평균 27% 비싸

“부서진 건 오른쪽 안개등인데 왜 왼쪽 안개등까지 수리하나요?”

지난해 12월 추돌사고를 낸 라세티 운전자 한모 씨(32)는 사고 장소 근처의 자동차정비업소에 차를 맡겼다가 낭패를 봤다. 100만 원 정도로 예상했던 수리비가 200만 원을 넘었기 때문. 정비소 측이 파손도 되지 않은 부품들을 갈아 끼워 바가지를 씌운 것이다. 한 씨는 “처음 가본 정비소에 차를 맡긴 것이 화근”이라며 “보험사에 신고했지만 바가지임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해 수리비를 그대로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상당수 자동차 운전자들은 정비소가 청구하는 대로 수리비를 내면서도 ‘혹시 바가지를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과 경기지역 16개 자동차 정비소에 똑같은 차량을 맡겨 수리비 견적을 받은 결과 적지 않은 정비소가 수리비를 부풀린 것으로 확인됐다.

○ 같은 차량에 수리비 천차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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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A정비소. 접촉사고로 앞범퍼가 부서진 중형 승용차를 맡기자 이 정비소는 수리비로 52만 원을 청구했다. 같은 차량을 경기 부천시 원미구의 B정비소에 맡겼다. 이 정비소가 청구한 금액은 162만2000원. 같은 차량을 놓고 B정비소는 A정비소보다 3배 많은 수리비를 요구한 것이다.

손해사정사를 통해 견적서를 분석한 결과 B정비소는 전혀 손상되지 않은 부품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부품 값과 수고비 30만 원가량을 더 챙기려 했다. 또 정비시간을 늘려 잡아 수고비를 35만 원가량 부풀렸다.

취재팀이 조사한 정비소 16곳 가운데 B정비소처럼 바가지를 씌운 곳은 10곳이었다. 보험회사와 제휴를 맺고 수리비를 낮춘 정비소 4곳을 제외하면 12곳 중 10곳이 추가금액을 요구한 것이다.

실제 보험사 제휴 정비소의 평균 수리비는 71만 원이었지만 나머지 12곳의 일반 정비소는 평균 수리비로 109만 원을 청구했다. 140만 원 이상을 청구한 정비소도 3곳이나 됐다. 견적서를 분석한 손해사정사는 “100만 원 이상을 청구한 정비소는 의도적으로 바가지를 씌운 것”이라며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교묘한 방식으로 수리비를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 바가지도 성차별

지난 3월 13일 서울 관악구의 C정비소. 여성 운전자가 정비소에 차량을 맡긴 뒤 나온 수리비는 110만 원. 며칠 전 남성 운전자가 같은 차를 이곳에 맡겼을 때 청구했던 수리비보다 20만 원이나 비쌌다. 수리비 견적서를 내밀며 이유를 묻자 정비소 직원은 “여자라서 바가지를 씌운 것이 아니라 차량을 다시 점검하니 수리할 곳이 더 발견된 것뿐”이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견적서를 분석한 결과 정비소 직원의 설명과 달리 부품을 더 교환하거나 수리를 꼼꼼히 해서 수리비가 비싸진 것은 아니었다. 남성 운전자에 비해 시간당 수고비를 3만∼5만 원 높여 잡거나 부품 값에 이미 청구돼 있는 부가가치세를 한 번 더 청구하는 식으로 수리비를 부풀린 것.

여성 운전자에게 비싼 수리비를 요구한 곳은 이 정비소만이 아니었다. 여성 운전자가 찾아간 정비소 4곳이 청구한 수리비 평균은 106만 원으로 남성 운전자에게 청구한 수리비 95만 원보다 11만 원 비쌌다. 바가지에도 성(性)차별이 있는 셈이다.

○ 경기지역이 서울보다 비싸

자동차 수리비는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경기 부천시와 고양시 등 서울 외곽지역의 정비소가 서울지역 정비소보다 높은 수리비를 청구했다. 경기지역 정비소 4곳의 평균 수리비(127만 원)는 서울지역 8개 정비소(100만 원)보다 27%나 비쌌다. 특히 4곳 가운데 3곳의 정비소가 120만 원 이상의 수리비를 청구했다. 경기지역 일부 정비소의 수리비가 높은 것은 사고차량을 견인해 오는 기사에게 사례비인 ‘통값’을 지불하는 관행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수리비의 15∼20%를 견인차량 기사에게 사례비로 주기 때문에 수리비를 더 부풀려 사례비를 상쇄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용철 서울시정비사업조합 본부장은 “표준정비기준이 없어 정비소 간 수리비 차이가 나는 것”이라며 “정비요금이 5년간 인상되지 않아 경영난에 처한 정비소가 많아진 것도 배경”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알려왔습니다 ▼
◇5월 7일자 A16면 ‘천車만별…서울-경기 16개 정비업소에 똑같은 사고차량 견적내보니’ 기사와 관련해 수도권 정비업소협의회는 투자비용과 정비기준 등에 따라 수리비 차이를 보일 수 있으며 ‘견인 사례비’로 수리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



▲ 동영상 = 람보르니기의 간판급 슈퍼카 ‘무르시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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