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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세계인의 술로/2부]<5·끝>막걸리 세계화 5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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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세계인의 술로/2부]<5·끝>막걸리 세계화 5가지 조건

동아일보입력 2010-03-27 03:00수정 2010-03-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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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2000원짜리 싼 술로는 한계… 품질부터 높여야 성공
기내 서비스용 쌀막걸리 메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0월부터 한일 간 모든 노선에서 쌀막걸리 기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기내 쌀막걸리는 생쌀을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 식이섬유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탄산이 없고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 막걸리는 기내 서비스용으로 개발한 도토리묵과 함께 제공된다. 사진 제공 아시아나항공
《막걸리가 세계적인 술로 도약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 개선해야 할 점이 더 많다. 동아일보 산업부는 막걸리 세계화를 위한 조언을 듣기 위해 전통주, 외국 술, 요리, 경영 관련 국내외 전문가 25명과 심층 인터뷰를 했다. 이들은 막걸리가 세계인의 술이 되려면 다음의 다섯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품질 개선

막걸리는 좋은 향 대신 시큼한 냄새가 난다. 1000∼2000원이면 살 수 있는 투박한 술이다. 많은 양조업체가 싼 재료와 빠른 생산 공정을 통해 저가의 막걸리 생산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막걸리 세계화의 기본적인 조건으로 현재보다 높은 품질의 막걸리를 생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주원료의 최고급화, 핵심기술과 누룩, 발효 방법, 발효·숙성 기간, 양조 횟수, 제조 시기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주질(酒質)의 고급화를 이뤄야 막걸리가 와인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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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의 품질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통기한을 늘리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냉장 보관해도 겨우 열흘을 버틸 수 있는 생막걸리는 저장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로 진출시키려면 오래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은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장인석 농식품가치연구소장도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대량 생산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유통기한 문제 해결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3년간 10억 원을 투입해 누룩의 발효 속도를 늦추는 등의 방법으로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을 3개월 정도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문화상품화

스카치위스키는 ‘과거 왕가에서 마시던 술을 현재에 마신다는 느낌’을 강조하며 마케팅을 하고 있다. 와인의 한 종류인 보졸레누보는 원료가 좋은 품종의 포도가 아니지만 해포도로 만든 와인을 세계에 동시에 출시한다는 스토리를 만들어 마케팅에 성공했다. 사케는 쌀의 도정 정도를 따지고, 경연대회를 하면서 문화상품화하고 있다.

스카치위스키 매캘런의 매슈 터너 글로벌 홍보담당 매니저는 “스카치위스키를 마신다는 것은 오래된 역사를 느끼는 기회라는 점이 홍보의 주요 포인트”라며 “막걸리도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와인칼럼니스트 김혁 씨는 “막걸리는 동네 작은 양조장에서, 주막에서 주모가 빚어낸 소박하고 고즈넉한 멋을 가진 술”이라며 “이런 막걸리의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전하고, 그들이 우리나라를 찾았을 때 지역별로 다른 전통적인 맛과 멋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막걸리가 외국의 발효주에 비해 양조과정이 단순한 것은 문화상품화하기에 좋은 요소다. 신근중 이마트 주류담당 바이어는 “막걸리 타운 조성 등을 통해 외국인들이 양조 체험을 하도록 시음행사, 기념품 판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전문인력 양성

막걸리는 기후와 물, 쌀 등이 어울려 맛을 내는 술이다. 하지만 어떤 조합이 좋은 맛을 내는지, 전통 누룩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등에 대한 연구는 미미한 수준이다. 박록담 소장은 “광복 후 60년 동안의 연구는 일본식 주조방식인 ‘입국법’을 이용해 상품화하는 데 열을 올리는 수준이었다”며 “이제라도 다양한 전통 누룩을 복원하고 이를 이용한 다양한 전통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독일 등에서는 철저한 교육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으로 수백 년 넘게 맥주의 장인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사샤 라이펜부르크 브루마스터(맥주 제조 기술자)는 “독일 양조 교육과정은 입학생 절반 정도가 낙오할 정도로 힘든 과정”이라며 “장인정신을 어설픈 교육으로 망쳐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동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품질을 고급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막걸리를 감별하고 추천하는 역할을 할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한식과 동반 진출

훌륭한 술은 음식과의 조화가 중요한 요소다. 막걸리를 마시려 해도 같이 먹을 만한 음식이 없으면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한식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뱅상 아브넬 ‘도멘 페블레’ 수출담당 디렉터는 “보르도에 와인 공부를 하러 온 한국인이 많지만 한국식당은 한 곳도 없어 한국 술을 마시고 싶어도 마실 곳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막걸리가 프랑스에 들어오려면 진입할 수 있는 열쇠가 필요한데, 그것은 한국식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스카치위스키협회 데이비드 윌리엄슨 홍보담당 매니저도 “다양한 술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 막걸리가 성공하려면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은 한식과 함께하는 술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주질 개선, 도수 상향 등을 통해 잘 차린 한식 상에 어울리는 막걸리 개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파전, 빈대떡, 묵무침 등 몇 가지로 한정된 안주를 더 개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 불필요한 규제 완화

다양하고 특성화된 막걸리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록담 소장은 “재료 배합 비율, 도수 등이 정해져 있어 획일적인 주질의 저가주가 범람할 수밖에 없다”며 “제조 방식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조재선 한국전통주진흥협회 회장은 “톡 쏘는 맛을 늘리기 위해 맥주에 사용하는 홉을 첨가하면 막걸리로 인정받지 못해 주세가 올라간다”며 “품질을 개선하려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는데, 이런 노력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정부 “한식 세계화와 함께” 업체 “프리미엄으로 해외 노크”
■ 民官 ‘막걸리 세계화’ 전략


막걸리 수출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막걸리 세계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 업체가 소매를 걷어붙였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막걸리의 해외 진출을 한식 세계화와 병행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사케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술과 음식이 함께 진출하면 효과적”이라며 “한식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자연스럽게 막걸리도 동반하는 구도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해외 한식당에 메뉴판 교체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원하면서 자연스럽게 막걸리도 메뉴판에 올리게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응모전이 진행 중인 ‘막걸리 전용 잔 콘테스트’(www.at-contest.com)도 막걸리 세계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막걸리 잔을 보급형과 고급형으로 구분한 것도 해외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출범한 한식재단도 막걸리의 세계화를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한식재단 측은 “국가별로 해외 한식당과 전문가들을 연결하는 ‘세계 한식 네트워크’ 사업을 추진하면서 막걸리에 대한 홍보도 강화할 것”이라며 “좀 더 많은 해외 한식당에서 막걸리를 맛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막걸리 제조업체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치열하다. 포천막걸리를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 ‘이동저팬’은 4월부터 수출용 막걸리의 원료를 100% 경기미로 바꾸기로 했다. 이동저팬 김효섭 대표는 “일본에서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고급 막걸리 수요도 늘고 있다”며 “최고급 재료로 최고의 막걸리를 빚기 위한 포석”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150여억 원의 매출을 올린 이동저팬은 올해 고급화 전략으로 매출을 3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 막걸리시장의 신흥 강자로 부상한 참살이탁주도 독자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벌꿀을 포함한 ‘프리미엄 막걸리’ 등 새로운 막걸리 개발을 통해 올해를 해외 시장 공략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것. 참살이탁주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들과 접촉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항공편으로 수출하는 미국의 경우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고급 식당에만 막걸리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취재 도움주신 분들 (가나다순) ▼

▽국내 △김수진 푸드&컬쳐 원장 △김완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김혁 포도플라자 디렉터 겸 와인 칼럼니스트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 △배송자 신라대 막걸리세계화연구소장 △신근중 이마트 주류담당 바이어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우종익 아영FBC 대표 △이경희 대유와인 대표 △이동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은숙 월간 쿠켄 편집장 △이종훈 신동와인 대표 △장인석 농식품가치연구소장 △조재선 한국전통주진흥협회장 △차연수 전북대 막걸리연구센터장

▽국외 △나카가와 야스오 호쿠세쓰(北雪)주조 부장 △다카하시 신타로 시라타키주조 대표 △데이비드 윌리엄슨 스카치위스키협회 홍보담당 매니저 △박재화 프랑스 부르고뉴 네고시앙 ‘루뒤몽’ 대표 △매슈 터너 매캘런 글로벌홍보담당 매니저 △뱅상 아브넬 ‘도멘 페블레’ 수출담당 디렉터 △사샤 라이펜부르크 독일 프랑크푸르트 크로네호프 운영자 △요제프 폰타인 베를린 맥주양조 연구·교육협회(VLB) 교수 △이치시마 겐이치 이치시마(市島)주조 대표 △프리츠 야코프 뮌헨공대 양조학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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