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보기 힘들어 ‘문자 유세’ 총력… 신인들 비용 부담에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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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4]
코로나 영향 대면 유세 기회 줄어 전화-문자로 후보 알리기 안간힘
15만명에 문자 보내는데 400만원
인지도-조직력 뒤지는 신인 불리… “전화번호 DB가 자산인 선거”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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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A 후보는 최근까지 선거운동 문자메시지 비용으로만 1260만 원을 썼다. 세 차례에 걸쳐 지역주민 15만 명에게 선거 홍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데 든 비용이다. A 후보 캠프 관계자는 “유권자들은 받고 무심코 지워버리는 문자메시지이겠지만, 한 번 보내는 데 400만 원씩 든다”며 “특히 이번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선거운동이 줄어들다 보니 캠프마다 경쟁적으로 문자메시지 발송량을 늘리는 추세”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4·15총선이 사상 초유의 ‘언택트(untact·비대면) 선거’가 되면서 예전 선거에 비해 홍보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사회적 거리 두기 속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확연히 줄자,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 간접 홍보로 이를 대체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더해 2017년 선거법 개정으로 자동 동보통신 방식으로 보낼 수 있는 문자메시지가 기존 5회에서 8회로 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문자메시지 전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천 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 관계자는 “예년 선거에 비해 문자메시지 비용이 두 배는 드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 공약을 설명하고, 후보의 자질을 어필하기 어려워지다 보니 문자메시지에 들이는 공이나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지도와 조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정치 신인들은 “비용 부담이 더 커졌다”며 울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충청지역 한 신인 캠프 관계자는 “지역 주민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DB)를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가 각 후보의 자산이자 힘”이라며 “신인들은 DB가 상대적으로 부실하기 때문에 이번 같은 언택트 선거에선 출발선 자체가 달라지는 셈”이라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인구수와 읍면동 수에 근거해 지역별 선거비용 제한액을 제시하는데 이번 총선은 지역구 후보자 평균 1억8200만 원이다. 각 캠프는 이 비용을 쪼개 쓰는데, 통상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게 유세차량과 공보물, 현수막, 문자메시지 비용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보통 유세차를 임대해 선거용으로 꾸며서 돌리는 데 1500만 원 이상 들고, 여기에 로고송까지 틀면 수백만 원씩 더 든다”며 “이번에는 코로나19 분위기를 고려해 로고송을 아예 안 쓴 캠프가 많기 때문에 문자메시지에 쓴 비용이 더 늘어날 여지는 있다”고 했다.

선거문자 플랫폼 업체마다 가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발송 비용은 일반 문자메시지는 건당 8원, 장문은 28원씩이다. 사진까지 포함할 경우 63.8원으로 올라간다. 20명 이하를 수신자로 하는 수동 문자 발송은 횟수에 제한 없이 보낼 수 있지만 비용은 더 비싸다고 알려져 있다. 카카오톡 채널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비용은 비슷하다.

한 선거 캠프 관계자는 “적지 않은 비용인 만큼 홍보 효과를 최대한 늘릴 수 있도록 문자메시지에 후보들의 토론 영상이나 유튜브 영상 링크도 꼭 포함시켜 ‘일석이조’를 노리고 있다”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최우열 기자
#문자 유세#4·15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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