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HO 중국중심적” 자금지원 중단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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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40만명 돌파에 또 ‘남탓’ 시도
나바로 “최악상황 경고 메모 전달”, 트럼프 “읽은적 없어… 존재도 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자금 지원 중단을 시사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연일 치솟는 상황에서 책임을 WHO로 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WHO는 미국이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것에 동의하지 않고 비판했다”며 “그들은 틀렸고 때를 놓쳤다. 중국 중심적(China-centric)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WHO는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WHO에) 돈을 내고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도 “WHO가 망쳐놨다” “왜 그들은 (중국을 봉쇄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권고를 내놨는가”라며 날을 세웠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WHO의 한 해 예산은 약 60억 달러 규모(2019년 기준)이며 이 중 미국이 5억5300만 달러를 분담하고 있다.

그러나 잇단 ‘중국 때리기’와 WHO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실책의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욕타임스와 액시오스는 이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1월 29일과 2월 23일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 및 경제 타격을 경고하는 메모를 작성해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에게 전달했지만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차 메모에서 “최악의 경우 50만 명이 숨지고 6조 달러의 경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두 번째 메모에서는 “최대 1억 명이 감염되고 120만 명이 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관한 질문에 “당시 메모가 있는지 몰랐고 읽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참모들이 그런 우려를 하는 상황에서도 왜 코로나19 위험성을 축소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국가의 치어리더”라며 “밖에 나가서 그런 일(팬데믹)이 생길 거라고 외치면서 나라를 혼란이나 충격에 빠뜨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통계집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미국 확진자는 전날보다 3만2000여 명 증가하며 40만 명을 돌파했다. 사망자는 하루 증가치로는 가장 많은 1914명으로 총 1만2857명이었다. 뉴욕시의 누적 사망자는 3202명으로, 2001년 9·11테러 당시 뉴욕에서 발생한 희생자 수(2753명)를 넘어섰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트럼프#who#자금지원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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