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교육청 감사관, 딸을 시민감사관 위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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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 “젊은 사람 TO 만들자” 건의, 선발때 딸인 사실 안알리고 위촉
5개월 비상근 근무… 일당 15만원
휴일수당 지급 불거지며 드러나
일각 “아빠찬스 아니냐” 문제 제기, 서울교육청은 뒤늦게 감사 착수

사학 채용 비리 등을 조사하는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에서 현직 감사관의 자녀가 시민감사관에 위촉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에서 선발 과정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서울시교육청은 뒤늦게 감사에 착수했다.

8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공익제보센터 A 감사관의 딸인 B 씨(26)는 지난해 10월 비상근 시민감사관으로 선발됐다. 당시 A 감사관은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센터에 비상근 시민감사관을 선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젊은 사람이 있어야 일에도 도움이 되니 ‘젊은이 TO’를 한 자리 마련하자”고 제안해 받아들여졌다.

시민감사관은 자료와 현장 조사를 통해 비리의 단서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법률, 교육, 회계 분야에서 검증된 경력을 갖춘 이들이 선발돼 왔다. 지난해 10월 선발된 비상근 시민감사관 11명도 대부분 회계사, 감사원 출신, 퇴직 교원 등의 이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B 씨는 대학 졸업 후 아버지인 A 감사관이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한 시민단체에서 4년간 보도자료 작성 업무를 했다. 감사나 회계 관련 경력이 없는 B 씨는 시민감사관 ‘회계 분야’에 지원해 ‘젊은이 TO’로 선발됐다. A 감사관은 “연령대가 어리면서도 업무를 수행할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려웠던 와중에 시민단체 소속인 딸이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해 내가 지원을 권했다”고 해명했다.

A 감사관은 시민감사관 선발 과정에서 센터 측에 B 씨와 부녀 관계임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운영위원장이자 딸이 속한 시민단체에서 추천서를 받고,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센터장에게 “B 씨는 우리 단체 추천자인데, 센터에서 활동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며 선발을 권했다. A 감사관은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가족 관계를 밝히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두 사람이 부녀 관계라는 사실은 올해 3월 서울시교육청 청렴총괄팀에서 B 씨에게 기안 절차 없이 지급된 수당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B 씨에게 휴일 수당이 많이 나간 것을 두고 직원들이 배경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 것이다. 시민감사관은 근무 기록에 따라 일당 15만 원을 받는다.

공익제보센터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달 감사절차 없이 B 씨에게 사임서를 받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정식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안팎의 지적이 이어지자 서울시교육청은 뒤늦게 지난주부터 이 사안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박재명 기자
#서울시교육청#시민감사관 위촉#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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