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금융사도 위태롭다는 시장의 신호 무시하면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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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어제 국내 6개 대형 증권사를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이 증권사들의 수익성과 유동성을 압박하리라는 것이다.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추가 증거금 납부 등으로 이미 자금난에 시달리는 증권회사들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셧다운되자 금융시장이 대란을 일으키고 이것이 다시 금융사발(發) 유동성 위기로 경제를 위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면서 100조 원의 지원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어제 4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36조 원의 수출 기업 지원과 18조 원의 내수 진작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대책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국한돼 있어 정부가 현재의 경제위기를 총체적 관점에서 보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경제난 초기에는 소상공인들이 가장 취약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집중 지원책을 내놓는 것이 옳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과 대형 금융회사들도 버텨낼 재간이 없다. 코로나 사태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기업들까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금융회사나 대기업이 한둘이라도 위태로워지면 전체 경제나 일자리에 심각한 충격을 미칠 것이다.

미국에서는 보잉 포드 등 빚 많은 거대 기업들이 위험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일부 항공사의 경우 부채비율이 1000%를 넘었으며 항공 정유 자동차 철강 등 주력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됐거나 강등될 예정이다.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은 각각 19조 원과 10조 원씩 늘어 10여 년래 최대 증가세를 보였다.

경제 불안을 부풀려서도 안 되겠지만 무조건 ‘괜찮다’고 할 일도 아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금융회사와 대기업들까지 위태로워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경제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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