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해방” 中 우한 봉쇄해제 첫날…10만 명 탈출 행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8일 2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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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였던 날개를 이제야 펴고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7일 오후 11시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공자(龔家)령 톨게이트. 우한시가 76일 만에 봉쇄를 해제하는 8일 0시를 1시간 앞두고 한 남성이 관영 중국중앙(CC)TV에 “이제 해방된 것 같다”며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 안에서 활짝 웃었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발생한 우한에서 중국 전역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자 1월 23일 도시 전체를 전격 봉쇄했다. 후난(湖南)성이 고향이라는 이 남성은 ‘왜 낮이 아니라 밤에 서둘러 가느냐’는 질문에 “76일을 (갇혀) 지냈다. 마음이 이미 집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슝(熊)모 씨는 7일 오후 4시 차량을 몰고 공자령 톨게이트에 도착해 8시간을 기다린 끝에 봉쇄 해제와 동시에 고속도로를 통해 처음으로 우한을 떠나는 사람이 됐다. 그의 고향인 후베이성 황강(黃岡)시는 우한에서 80㎞ 거리다. 하지만 1월 23일 황강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보내려던 그의 소박한 꿈은 막혔다. 차로 4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고향에 76일간 아내와 아이를 둔 채 슝 씨는 우한에서 혼자 생활해야 했다.

이들처럼 한시라도 빨리 우한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톨게이트에는 통행금지가 해제가 되기 전부터 수백 대의 차량이 몰려 2㎞ 이상 늘어섰다. 봉쇄 해제와 동시에 5분 동안 100여 대 이상이 공자령 톨게이트를 통해 우한을 빠져나갔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8일 우한 시내 기차역과 공항도 우한을 벗어나려는 승객들로 붐볐다. 중국 둥팡(東方)항공 승무원은 우한발 첫 비행기 안내 방송을 하면서 울먹였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열차와 항공편을 통해 각각 최소 5만5000명, 1만여 명이 우한을 떠났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차량으로 떠난 인원까지 합치면 8일 우한을 떠난 사람이 10만 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8일 오후 베이징(北京)서역에는 우한을 떠난 첫 고속열차가 도착했다. 고글과 마스크로 중무장한 한 여성 승객은 신징(新京)보에 “시댁에서 2주 동안 머물기 위해 1월에 갔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80일 가까이 봉쇄됐다”며 “당시 매우 두려웠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우한을 떠나는 행렬이 이어지면서 중국 내에서는 코로나19 2차 확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떠난 사람들은 봉쇄 조치로 우한에 발이 묶였던 타 지역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건강 상태를 증명하는 스마트폰의 ‘녹색건강 코드’, 목적지의 지방정부 허가증 등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무증상자가 존재해 코로나19가 중국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웨이보에는 ‘무증상 감염자가 전부 뛰쳐나온다’ ‘무증상 감염자가 없다고 어떻게 보증하나’ ‘봉쇄 해제가 너무 이른 것 아닌가’ ‘절대 봉쇄를 해제하면 안 된다’는 글이 등장했다.

베이징(北京)시는 8일 “우한으로부터 유입되는 인원수를 하루 1000명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한을 포함해 후베이성을 떠난 사람들에 대해 출발 전 1차례, 베이징 도착 뒤 1차례 등 총 2차례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7일부터 식당, 술집에 대한 방역통제 역시 강화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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