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리는 중환자실-2인자는 자가격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코로나19 팬데믹]
존슨, 입원 하루만에 급속 악화… 당분간 외교장관이 업무 대행
英 “폐렴없고 안정적” 발표에도 유고시 규정 없어 국정공백 우려


지난달 27일 주요국 최고지도자 중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6)가 병세 악화로 6일(현지 시간) 중환자실(ICU·intensive care unit)로 이동했다. 하루 뒤에는 내각 2인자인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의 가족 1명이 의심 증상을 보여 고브 실장까지 자가 격리에 돌입했다. 내각 1, 2인자가 모두 자리를 비운 데다 만에 하나 총리 유고 시 국정을 운영할 뚜렷한 ‘플랜B’도 없어 리더십 공백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총리실 대변인은 6일 “총리의 상태가 악화됐다.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병상을 옮겼다”며 “도미닉 라브 외교장관(46)이 업무를 대행한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확진 판정 이후 총리관저에서 자가 격리 상태로 지내다 증상이 완화되지 않자 이달 5일 런던 세인트토머스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6일 오후 1시경 소셜미디어에 “기분이 괜찮다”고 썼지만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오후 7시경 중환자실로 이동했다.

존슨 총리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총리실 대변인은 7일 “존슨 총리가 폐렴 증상이 없으며 안정적인 상태”라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의료전문가인 데릭 힐 런던대 교수는 가디언에 “총리가 극도로 아프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중태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립 중증치료감사연구센터(ICNARC)에 따르면 중환자실에 입원한 영국 확진자의 사망률은 50%에 달한다. 초여름 출산 예정인 그의 약혼녀 캐리 시먼즈(32)도 의심 증세로 자가 격리 중이다.

미국은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 하원의장, 국무장관 순으로 대행을 맡는다. 또 대통령 취임식이나 국정연설처럼 행정, 입법, 사법 3부 고위인사가 모두 참가하는 대형 행사 시 테러와 핵공격 등에 대비하기 위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지정생존자’ 1명을 지정해 수도 워싱턴 외곽에 대기시킨다. 주로 비(非)핵심부처 장관이 맡는다.

영국은 총리 부재에 대한 공식 규정이 없지만 관례상 국무조정실장이 총리를 대행해 왔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도리스 네이딘 보건차관, 도미니크 커밍스 수석보좌관 등이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 격리에 돌입하자 지난달 22일 고브 국무조정실장 대신 라브 장관을 대행으로 지명했다. 라브 장관은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한 변호사 출신으로 존슨 총리와 마찬가지로 브렉시트 강경 찬성론자다. 일각에서는 총리 유고 시 내각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즉시 후임을 추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리스의 쾌유를 위해 기도를” 6일(현지 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 악화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한 런던 시민이 자전거에 ‘#보리스를 위해 기도를(Pray for Boris)’이라는 팻말을 붙인 채 존슨 총리의 쾌유를 빌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보리스의 쾌유를 위해 기도를” 6일(현지 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 악화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한 런던 시민이 자전거에 ‘#보리스를 위해 기도를(Pray for Boris)’이라는 팻말을 붙인 채 존슨 총리의 쾌유를 빌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7일 기준 영국의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5만1000명과 5400명을 돌파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까지 중환자실로 옮겨지자 영국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소셜미디어에는 ‘총리를 위해 기도하자(#PrayForBoris)’는 해시태그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정상도 쾌유를 빌었다.

앞서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2003년과 2004년 두 차례 심장질환 치료를 위해 며칠간 자리를 비웠다. 당시엔 존 프리스콧 부총리가 대행을 맡았다. 앤드루 보너 로 총리는 1923년 취임 직후 후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취임 211일 만에 사퇴했고 곧 숨졌다. 재직 중 숨진 총리는 없다.

구가인 comedy9@donga.com·임보미 기자
#코로나19#보리스 존슨#영국 총리#병세 악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