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에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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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 소속 조교사 숨진 채 발견… 지난달 경찰서 비리관련 조사 받아
개장 후 기수 등 7명 극단적 선택 구설

경주마들이 힘차게 달리고 있는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전경. 동아일보DB
경주마들이 힘차게 달리고 있는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전경. 동아일보DB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조교사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5년 개장한 이곳에선 지금까지 기수 4명과 마필관리사 3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해 11월 마사회 비리 의혹을 고발하며 생을 달리한 기수 문중원 씨도 이곳 소속이었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6시 반경 경남 김해시에서 조교사 A 씨(45)가 하천 근처에 주차한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외상 등 타살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지난달 26일 부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마구간인 ‘마방’을 받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는지 등을 캐묻고 이날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했다.

조교사는 면허를 취득해야 마사회로부터 마방을 배정받을 수 있다. 어떤 조교사에게 마방을 배부할지는 마사회가 내·외부 인사들로 구성한 ‘마방배정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조교사에게 고용된 마필관리사는 말을 훈련시키고, 조교사와 계약을 맺은 기수는 말을 타고 경기에 출전한다. 어떤 기수에게 어떤 말을 배정할지 조교사가 결정한다.

마사회의 한 관계자는 “A 씨는 지난해 40승을 기록했을 만큼 우수한 조교사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마사회 내부에선 A 씨가 경찰 수사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취소돼 경제적 압박이 심했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숨진 문 씨는 유서에서 “마사회 높으신 양반하고 친분이 없으면 마방 임대가 안 되는 거지 같은 경우”라며 비위 의혹을 제기했다. 문 씨는 2015년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지만 4년 넘게 마방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2년간 조교사 3명이 면허 취득 뒤 평균 1년 6개월 만에 마방을 배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문 씨보다 조교사 면허를 늦게 취득했지만 2018년 마방 배정 심사를 통과한 조교사 가운데 한 명이다.

경찰은 마사회 의뢰로 지난해 12월 수사에 착수했다. 문 씨의 유서에 제기된 의혹을 바탕으로 마사회 내부 비위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A 씨 등 조교사 4명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유족은 1일 부산경찰청을 항의 방문해 강압 수사 여부를 따졌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조사했고 강압 수사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교사들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마사회 윗선, 마주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차명 마주 등 마사회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숨진 문 씨의 장례는 유족 등의 반발로 사망한 지 100일 만인 지난달 7일에야 이뤄졌다. 고인의 뜻에 따라 부당한 내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컸다. 마사회와 민노총은 수차례 논의 끝에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내 사망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합의를 이뤘다. 양측은 경쟁성 완화와 기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했다.

조교사 심사 정량평가에 ‘면허 취득 경과 기간’(30점) 항목을 신설해 고인처럼 장기간 마방을 배정받지 못한 조교사 자격증 취득자를 배려하기로 했다. 또 마방배정심사위원회 구성 시 외부 위원의 수를 더 늘리고, 지원자가 속한 단체나 노조 대표의 심사 참관을 가능하게 하는 등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하면서 문제가 일단락됐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한국마사회#렛츠런파크#비리관련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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