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형 셰일업체, 파산보호 신청…‘고용대란’ 등 후폭풍 이어질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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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로라도 덴버에 본사를 둔 대형 셰일업체 화이팅석유가 1일(현지 시간)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으로 유가가 급락한 후 셰일업계의 첫 파산이다. 저유가와 수요 감소를 이기지 못한 에너지업체의 줄파산이 이어지면 고용 대란 등 상당한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NN 등에 따르면 화이팅석유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촉발한 원유증산 전쟁,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등을 고려할 때 파산보호 신청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1980년 설립된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기업으로 약 5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일일 생산량은 약 12만5000배럴이다.

최근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저유가로 인해 부도 위험이 커진 셰일업체로 화이팅석유, 체서피크에너지, 오아시스석유, 레인지리소시스 등을 꼽았다. 실제 이날 대형 셰일기업 옥시덴탈의 오스카 브라운 수석부사장이 경영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직원 급여도 30% 줄였다. 체서피크에너지, 캘리포니아리소스, 걸프포트에너지, 캘런석유 등도 최근 구조조정 전문가를 영입했다.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상태로 저유가 상황을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업계의 위기는 일자리 문제와 직결된다. 미 석유연구소(API)에 따르면 에너지 부문은 미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의 각각 7.6%, 5.6%를 차지한다. 셰일업계가 창출하는 일자리만 450만 개로 추산된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엑손모빌, 셰브론, 콘티텐탈, 옥시덴털 등 에너지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미국의 실업 상황은 계속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서는 지난 주(3월 22~2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500만 건을 넘으면서 한 주 전에 기록한 역대 최대 건수 328만여 건을 다시 한번 넘어설 것으로 관측했다. 마크 잰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셧다운’으로 인한 손실이 2001년 9·11 테러 때의 2.5배”라고 진단했다.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2월~2009년 12월 미 일자리가 약 870만 개 사라졌는데 이번에는 배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조업과 부동산경기의 위축도 뚜렷하다. 1일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월 50.1에서 3월 49.1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주택 구매를 위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가 전주 대비 10.8%,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0% 각각 줄었다고 밝혔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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