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강의 끊기고 칠판 안보여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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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원격수업 여전히 삐걱
강의 없이 과제만 내 부실 수업… 서버 부족탓 아예 접속 못하기도
“초중고 온라인 수업 철저 준비를”

“어떻게 2시간씩이나 강의를 듣고도 질문 하나 안 합니까?”

수도권 한 대학의 교수가 불쾌한 듯 말했다. 잠시 후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서 교수의 모습이 사라졌다. 쌍방향 원격수업 직후였다. 얼굴을 보고 하는 수업이 아니다 보니 교수는 학생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가며 질문이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아무 반응이 없자 화가 난 것이다. 학생들은 황당했다. 대답도, 질문도 다 했는데 교수가 화를 내며 나가버린 것이다. 알고 보니 교수의 스피커가 꺼져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6일 온라인 개강을 한 지 3주 차에 접어들지만 여전히 원격수업은 삐걱대고 있다. 대다수 대학은 여전히 서버 용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재학생 최모 씨(20)는 “1시간짜리 강의를 듣는데 1분마다 끊기고 검은 화면이 나와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며 “수강생 50명 중에 30명 정도가 강의 사이트에 접속조차 못할 때도 있었다”고 전했다.

수업 내용의 수준도 계속 지적된다. 공과대와 의과대, 간호대, 예체능 계열은 실험과 실습 때문에 오프라인 수업이 필수다. 해당 전공 학생들은 지금까지 이론 수업을 무한 반복하거나 실기 영상만 보는 실정이다. 한 무용과 학생은 “학교 연습실도 못 쓰고 다른 친구들이랑 동선도 못 맞춰보는데… 등록금이 너무 아까워 휴학하고 싶다”고 했다. 교수가 수업을 전혀 안 하고 과제만 주거나, 케이무크(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나 방송통신대 등 다른 교수의 강의 영상을 보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학생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교수가 학생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 수 없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사립대생 A 씨(23)는 “교양수업 교수가 카메라 초점을 잘못 맞춰서 칠판이 뿌옇게 보여 필기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대 재학생 B 씨(25)는 “교수가 강의 도중 자료 화면이 꺼진 줄도 모르고 계속 강의를 했다”며 “학생들이 ‘손들기 버튼’을 눌러 알렸지만 10여 분 동안 반응이 없어 답답했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의 그릇된 온라인 윤리행위가 사건 사고로 이어지는 일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한 학생이 수강생에게만 전달되는 강의사이트 링크를 외부인에게 팔았다가 발각됐다. 유튜브 실시간 방송 기능을 활용하는 강의의 링크가 유출되는 바람에 학생이 아닌 외부인들이 댓글창에서 욕설과 음담패설을 쏟아내는 일도 벌어지곤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생은 “수십 명이 유튜브 강의를 듣고 있는데 댓글창에 특정 학생에 대한 비방과 욕설이 계속 올라오는 바람에 강의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원격수업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평가방법도 고민거리다. 서울의 한 대학은 최근 교수들에게 이번 학기의 변경된 성적 평가방법을 공지했다. 기존에는 A학점 30%, B학점 40% 등 학점별 최대 비율이 정해져 있었지만, 이번 학기에는 A학점만 최대 40%로 제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집에서 시험을 보기 때문에 서로 베껴 내도 막을 방법이 없고, 모두 잘 봐서 성적 인플레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초중고교의 원격수업 과정에 더 큰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영풍초 김현수 교사는 “수업 도중 질문이 있을 땐 주저하지 말고 교사에게 표현해야 한다”며 “마이크로 말하기 어려우면 채팅창을 활용해도 된다”고 했다.

최예나 yena@donga.com·이소연 기자
#코로나19#대학#원격수업#온라인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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