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하루 7500명 오는데… 지자체마다 자가격리 초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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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부터 입국자 전원 14일간 격리
입국자 명단 제대로 전달 안돼 일선 시군구선 관리 혼선 잇달아
강남3구 하루 100명씩 증가 예상… 보건소 직원 1명이 20명 관리할판
이탈자 생겨도 확인 어려울수도… “인력 배분 등 구체 대책 마련해야”

30일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강남구는 최근 해외에서 돌아온 유학생 및 가족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을 받는 사례가 늘어 비상이 걸렸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30일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강남구는 최근 해외에서 돌아온 유학생 및 가족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을 받는 사례가 늘어 비상이 걸렸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9일 방호복을 입은 철도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고속철도(KTX) 대전역에서 하루 종일 대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유입을 막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서 들어온 자가 격리 대상자를 역에서 집까지 데려다주기 위해서다. 이날 인천공항에서 대전역으로 이동한 입국자는 총 35명. 이들은 충남 부여군과 논산시 등 거주지 소재 지자체 공무원에게 각각 인계됐다. 하지만 일부 입국자는 지자체 담당자가 오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공항이 보건당국에 신고한 입국자 명단이 일부 지자체에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부터 해외 입국자 전원은 의무적으로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하루에 많게는 7500명의 입국자가 자가 격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30일 “하루 평균 7500∼8000명 정도가 입국하고 있다. 이 중 지역사회 자가 격리 대상자가 7000∼7500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자택이 마땅치 않아 임시격리시설에 들어가는 입국자를 하루 100명 정도로 예상했다. 입국자 대부분이 거주지에서 자가 격리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입국자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입국자가 검역과정에서 제출한 국내 주소 등 정보는 질병관리본부를 거쳐 각 지자체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만 최대 하루가 걸린다. 입국자들은 검역을 통과하자마자 전국으로 이동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입국자 정보를 즉각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지자체 담당자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대화방을 만들었다. 하지만 소통 차질은 여전하다. 경기 광명시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우리 시민이 몇 명이나 오는 줄 몰라 허탕을 친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상황도 비슷하다. 경기 성남시 관계자는 “해외에서 입국한 시민들이 정확히 몇 명인지를 정부로부터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며 “서현역에 도착한 버스운전사에게 몇 명이나 태웠는지를 일일이 물어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늘어나는 자가 격리자로 인해 사후 관리도 비상이 걸렸다. 해외 입국자가 많은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는 정부가 발표한 자가 격리자 ‘일대일 관리’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 구청 관계자는 “하루 100명 이상의 자가 격리자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소 직원 100명이 이들을 이송하고 모니터링하는 업무까지 맡아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일부 지역 보건소는 직원 1명이 20명이 넘는 자가 격리자를 관리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가 격리자가 자택을 이탈하는 등 의무를 위반해도 자가 격리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된 휴대전화를 놓고 나가면 사실상 적발하기 어렵다.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수도권 등 자가 격리 인원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지자체에는 다른 지역에서 인력을 보충해주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자체 공무원들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각 지자체가 자가 격리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상세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 / 대전=이기진 / 성남=이경진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입국자 자가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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