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이토카인 폭풍’ 대구 코로나 20대 확진자 회복세 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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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News1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후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이 나타나 생명이 위독했던 20대 남성 환자의 상태가 크게 호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환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위중 환자 가운데 가장 젊다.

경북대병원은 최근 코로나19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환자 A 씨(26)의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했다고 29일 밝혔다. 해당 장치는 심장과 신장 기능을 도와주는 에크모(ECMO·심장보조장치)와 신장투석장치(CRRT)다. 이들 장치의 도움이 필요 없을 만큼 A 씨의 상태가 나아졌다는 의미다.

병원 측에 따르면 A 씨는 3일 호흡 곤란으로 입원할 때부터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을 보였다. 사이토카인 폭풍이란 바이러스나 세균이 체내에 침입했을 때 백혈구가 분비하는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 분비되는 현상이다. 장기에 염증을 유발해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면역력이 왕성한 젊은층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걸로 알려졌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젊을수록 면역력이 더 왕성하기 때문에 고령자보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에게 잘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이토카인 폭풍의 치사율이 높다는 점이다. 다발성 장기 부전(여러 장기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발생하면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딱히 치료 방법도 없어 장기 기능이 더 떨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보존적 치료법을 쓴다.

처음 A 씨의 상태도 심각했다. 장기 부전이 며칠간 계속되며 폐는 물론 심장, 신장을 포함한 주요 장기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다. 의료진은 인공호흡기와 에크모, CRRT를 부착한 뒤 항바이러스제 등을 투여했다. 이후 A 씨의 상태는 극적으로 호전됐다. 장기 기능이 회복되면서 병원 측은 에크모와 CRRT를 우선 제거했다. 의료진은 조만간 A 씨의 자가 호흡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돌발상황이 없다면 인공호흡기를 떼고 일주일 내 일반병실로 옮길 것으로 내다봤다.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던 중환자, 특히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이 나타난 환자의 상태가 호전된 건 그 자체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경북대병원에 따르면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중환자는 31명이다. 최근 일각에서 대구지역 중환자 치료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환자가 급증했던 초기에 에크모 등 주요 장비와 인력이 부족했지만 현재는 진료체계가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다. 경북대병원은 6개에 불과했던 인공호흡기 비치 격리병상을 15개로 늘렸다. 5개였던 국가지정음압병상은 57개로 증설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일부 병원에서 모자랐던 인공호흡기도 지금은 여유가 있는 상태다.

경북대병원 김용림 신장내과 교수는 “20대 중환자의 상태가 호전된 건 대구의 중환자 진료체계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얼마 전 대구의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체계 전체가 문제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현재 대구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해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31명의 최중증환자들은 장비와 인력의 부족 없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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