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우리가 끝내자” ICT기업 팔 걷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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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맞서는 정보기술들

경북 경산경찰서의 한 직원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공되는 실시간 유동인구 분석 시스템 ‘지오비전’을 지켜보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경북 경산경찰서의 한 직원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공되는 실시간 유동인구 분석 시스템 ‘지오비전’을 지켜보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순(순찰차) 1호 A약국 주변에 급히 출동하길 바란다.”

27일 경북 경산경찰서 사무실에 도입된 빅데이터 기반 유동인구 분석 시스템 ‘지오비전’에 빨간색 표시가 많아지자 현장 순찰팀에 곧바로 이 같은 지시가 내려진다. 최근 5분 동안 사람들이 비정상적으로 몰려들고 있음을 시스템이 감지해 자동으로 출동 명령을 내린 것이다. A약국의 공적 마스크 판매 시간이 다가오면서 생긴 해프닝이지만 유동인구 실시간 분석은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거나 미리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경산경찰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예민해진 사람들 사이에 시비가 붙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이미 사건이 터지고 난 뒤가 많다”며 “한정된 순찰 인원에도 사전 핀포인트 순찰이 가능해져 시민 안전을 더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오비전은 SK텔레콤이 개발한 국내 최대 빅테이터 공간 데이터 분석 서비스다. 기존에는 유동인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권 분석 등에 활용됐지만, 코로나19 확산 후 경찰에 무상 제공돼 시민 안전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오비전의 최대 장점은 유동인구를 실시간으로 성별, 연령대별로 세분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지라프(GIRAF)’를 통해 60TB(테라바이트)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5분 단위로 분석하고 시각화해 경찰 측에 제공한다. 최근 3시간 단위 유동인구와의 비교분석도 가능하다.

경산경찰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사람이 몰리는 장소가 완전히 달라져 순찰에 애를 먹었는데, 지오비전 도입 후 순찰 업무가 상당히 안정됐다”며 “실제로 지오비전 도입 후 119 신고 건수가 15%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확산 속 빛난 정보통신기술(ICT)

한 직장인이 클라우드 기반 업무 시스템을 통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한 직장인이 클라우드 기반 업무 시스템을 통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전례 없는 위기’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첨단 ICT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 공적 마스크 재고 실시간 확인 앱, 자가 격리 앱, 자가 진단 앱, 선별진료소 및 국민안심병원 알림 앱 등은 이미 국민의 일상이 됐다. 첨단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이 활용된 첨단 정보기술(IT)들도 팬데믹 시대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비대면 업무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컨설팅 기업 마케츠앤드마케츠는 세계 기업용 협업 소프트웨어 시장이 2016년 173억 달러(약 20조 원)에서 2021년 287억 달러(약 34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상채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줌(Zoom)’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업무 지원 소프트웨어다. 2011년 중국계 미국인 에릭 위안이 만들었는데 일대일 대화를 무제한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3명 이상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도 40분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월 이용자가 1300만여 명에 달한다. 국내 스타트업 개발자들 사이에선 기업용 메신저 ‘슬랙(Slack)’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슬랙은 세계 150개국에서 50만 개 이상의 기업이 사용 중이며 하루 이용자는 1000만 명에 이른다.

국내 IT 기업들이 내놓은 ‘클라우드 협업 플랫폼 솔루션’도 주목받고 있다. NHN의 클라우드 협업 플랫폼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는 화상회의 채팅 서비스로 최대 14명까지 동시에 이용 가능하다. 신규 고객에게 3개월간 무료 혜택을 제공 중이다. 네이버의 ‘라인웍스’도 최근 고객사가 늘어 4만여 곳에 이르고 있다.

○ 첨단 기술 총동원 나선 글로벌 IT 공룡들

글로벌 IT 거물들도 AI, 머신러닝 등 자사의 핵심 기술을 총동원해 코로나19 극복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인공지능 기술기업인 딥마인드팀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알파폴드 AI 시스템을 활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알파벳의 생명과학 분야 자회사인 베릴리는 독감이나 코로나19 감염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소형 체온 패치를 개발 중이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손잡고 코로나19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해커톤(hackathon)을 진행하기로 했다. 해커톤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일정한 시간 내 아이디어를 내고 결과물까지 얻어내는 개발 방식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외출하지 못하는 이웃을 위해 자원봉사자가 무료로 식료품 등을 배달해주는 서비스, 파산 위기의 기업이나 지역 음식점을 후원하는 앱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논의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해커톤에서 유용한 시제품과 아이디어가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코로나19로 생필품 구입난에 빠진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생필품이 아닌 물건 배송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생필품 배달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코로나19로 실직한 10만여 명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하겠다는 의지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자국 IT 대기업을 앞세워 ‘코로나19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씻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필리핀, 에콰도르 등에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진단 AI 판독 시스템을 지원했다. 각국 의료진에게는 화웨이의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제공해 원격 화상 진료를 가능하게 돕고 있다. 에콰도르의 오토 소네놀스네르 부통령은 트위터에 “화웨이 덕분에 남미에서 첫 번째로 AI 의료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었다”는 공개 감사 글을 남기기도 남겼다

알리바바의 연구 자회사인 다모아카데미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진단하기 위해 찍은 300∼400개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20∼30초 안에 평가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또 특정 지역의 코로나19 확산 규모, 속도, 지속 시간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각국에 제공할 뜻도 밝혔다. 알리바바는 “중국 31개 성에서 테스트를 거쳤고, 평균 98%의 정확도를 갖췄다”고 주장했다.

국내 IT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IT를 활용해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부각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새로운 IT 전쟁을 촉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코로나19#ict#지오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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