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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코로나 후유증, 소외층에 마음의 거리두기[광화문에서/김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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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코로나 후유증, 소외층에 마음의 거리두기[광화문에서/김윤종]

김윤종 파리 특파원 입력 2020-03-26 03:00수정 2020-03-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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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파리 특파원
“헌신적이던 자원봉사자들도 사라졌어요. 당장 자기 가족들이 감염될까 봐 걱정되겠죠. ‘바이러스 덩어리’로만 안 보면 좋겠어요.”

프랑스 파리 북쪽의 오베르빌리에. 이 지역 순환도로 밑에는 텐트를 치고 모여서 사는 난민이 많다. 텐트촌을 철거한 후 이들을 모아 공동생활을 하게 하는 수용시설도 있다. 이들의 삶은 ‘손 씻기 개인위생’ ‘군집생활 금지’와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철칙과 거리가 멀다. 고열이 나더라도 격리조차 어렵다.

25일 현재 프랑스 2만2000여 명을 포함해 유럽은 전체 누적 확진자 수 20만 명, 사망자는 1만 명에 달한다. 정부마다 이동제한령, 상점 폐쇄 등 강경조치와 수백조 원대의 경기부양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된 원인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지고 있다. 초기 대응 실패, 안일한 보건인식, 사회 고령화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안타깝게도 바이러스 확산을 타인, 특히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그 대상은 사회적 약자다. 난민이나 이민자는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들의 캠프는 ‘코로나 온상’으로 취급되면서 사회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그리스 모리아 캠프는 감염 사례 확인도 없이 지원이 끊어진 상태다. 독일은 어린이 난민마저 전염을 이유로 지원을 보류했다. 이탈리아는 이민 신청 행정절차도 속속 중단되고 있다. 프랑스 북부 지역의 이민자 기관은 자원봉사자가 줄어 음식 제공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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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중재해야 할 정치인 중 일부는 이주민을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주범으로 묘사한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그리스 이주민 중 상당수는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이란 출신”이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이주민을 바이러스 덩어리로 몰아 지원을 끊으면 이들이 진짜 코로나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령자들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마드리드 내 요양시설에서는 10명의 노인이 침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코로나19가 발병하자 직원들이 노인들을 버리고 떠난 것이다. 영국 정부가 고령자 등 고위험군 150만 명에게 ‘12주 자택 격리’를 시행하려 하자 “감염이 아니라, 생활의 어려움으로 죽을 것”이란 절규가 나왔다.

파리15구 루르멜역 인근 케밥 식당 주인은 기자에게 “문을 닫으면 생계가 팍팍하니 테이크아웃이라도 허용해주면 좋겠다고 했다가 이기적이란 비난을 받았다”고 했다. 전국 상점 폐쇄령으로 저소득 자영업자들은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제한령 등 각종 강경조치로, 모두의 신경이 날카로워진 결과로 치부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잦아들면 인도주의를 중시하던 유럽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로 인해 나와 다른 대상, 특히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고 불신하는 ‘마음의 거리 두기’로 고착화될까 봐 두려워진다. 모든 인간은 공감할 능력이 있다. 그러나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공감능력이 사라진다고 한다. 코로나 공포를 이겨내고 소외된 이들에게 손을 거두는 일이 없길 기원한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코로나19#사회적 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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