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 권고 수용… “임직원 기부내역 무단열람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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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민단체 후원 들여다본 7년전 미래전략실 잘못 인정
“경영진이 재발 방지 대책 앞장… 시민단체와 소통-교류 확대”

삼성이 2013년에 이뤄졌던 임직원의 시민단체 후원내역 열람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달 초 출범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내놓은 첫 조치다. 삼성이 과거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변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17개 삼성 계열사는 “2013년 5월 옛 삼성 미래전략실이 특정 시민단체들에 대한 임직원 기부 내역을 열람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임직원들이 후원한 10개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후원 내역을 개인 동의 없이 열람한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명백한 잘못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영진부터 책임지고 앞장서서 대책을 수립한 뒤 철저하고 성실하게 이행해 내부 체질과 문화를 확실히 바꾸도록 하겠다”며 “앞으로는 시민단체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를 확대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재판에서 삼성의 옛 미래전략실이 2013년 일부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삼성 임직원들이 이들 단체에 후원금을 보냈는지를 확인하려고 후원금 내역을 무단 열람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삼성은 2018년에는 11년간 지속된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발병 관련 분쟁 해결을 위한 중재위원회 결정을 이견 없이 수용하며 관련 근로자와 가족에게 사과한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등을 조직적으로 와해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노사 관행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은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 정립’을 약속한 바 있다. 삼성은 이런 일련의 조치가 외부와 내부의 시각차가 크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부 조직문화를 포함해 준법경영 전반을 외부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17개 계열사가 낸 사과문은 준법경영 의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사과’라는 단어가 4차례 들어가는 등 강도가 기존 사과보다 훨씬 세다. ‘잘못’, ‘반성’과 같은 표현도 들어가 있다. 삼성전자 및 17개 계열사는 사과문에서 “임직원들에게도 회사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며 “그동안 우리 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해 오해와 불신이 쌓였던 것도 이번 일을 빚게 한 큰 원인이 되었다는 점 또한 뼈저리게 느끼며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삼성의 이번 사과문은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조치다. 김지형 전 대법관 등 법조, 시민단체, 학계 출신 외부 인사 6인과 내부 인사(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1인으로 구성된 준법감시위는 삼성 주요 계열사의 준법경영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삼성 외부 독립기구로 이달 5일 출범했다. 준법감시위는 13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삼성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 미전실의 임직원 시민단체 후원 내역 열람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임직원 후원 내역 무단 열람은 명백히 잘못된 행위이지만 7년이 지난 뒤에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라며 “과거 사안에 대한 준법위의 요구를 삼성이 전향적으로 받아들인 사례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삼성#시민단체 후원#무단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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