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입맛에 맞는 통계 활용하다 ‘사고’? 하루만에 수치 정정 소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8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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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를 밝힌 브리핑에서 핵심 수치를 잘못 인용해 하루 만에 정정했다. 청와대가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 불가론을 제시하기 위해 입맛에 맞는 통계를 활용하다 ‘사고’가 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최근에 입국하는 중국인 숫자 자체가 많지 않다”며 법무부 출입국상황실의 중국인 출입국 현황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청와대는 중국에 입국하는 한국인은 3697명(26일 기준)이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중국인은 1824명(25일 기준)이라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강 대변인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는 중국인보다 중국으로 향하는 우리 국민의 숫자가 두 배 가까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밝힌 출입국상황실의 실제 통계는 청와대 발표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가 ‘중국으로 출국한 한국인’ 숫자라고 밝힌 3697명은 법무부 자료엔 ‘중국으로 간 중국인’의 숫자였다. 입국 중국인보다 중국으로 가는 우리 국민이 2배 많다는 청와대 주장의 핵심 근거가 틀린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강 대변인은 하루 뒤인 28일 브리핑을 내고 “중국 입국 한국인 숫자에 오류가 있었다”며 “(27일) 브리핑 내용을 ‘출국하는 우리 국민 수는 늘어나고 있으며, 중국에서 입국하는 중국인 수는 줄어들고 있다’로 정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례로 2월 27일 입국한 중국인은 1093명, 출국한 우리 국민은 1406명”이라고 했다. 하지만 법무부에 따르면 25일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은 1824명으로 중국으로 출국한 우리 국민(1207명)보다 많다. 26일 역시 입국 중국인은 1404명으로 출국한 우리 국민(1372명)보다 많다. 결국 청와대가 “중국인 입국자보다 한국인 출국자가 많다”는 논리를 유지하려고 25일, 26일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27일 자료만 공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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