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말 믿고 왔는데 또 허탕”… 마스크 헛걸음 당분간 계속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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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우체국 등 찾아갔다가 빈손… 농협 매장엔 문의전화 빗발
대형마트 품귀현상도 그대로… 홍남기 “수급불안 여전 국민께 송구”
정부 “28일부터 구입가능” 또 말바꿔… 업계 “물량 확보못해 판매 불분명”

27일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 마스크를 사러 온 시민들이 이날 마스크 확보 물량이 없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전날 정부는 27일부터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했지만 중앙우체국에는 3월 2일부터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7일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 마스크를 사러 온 시민들이 이날 마스크 확보 물량이 없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전날 정부는 27일부터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했지만 중앙우체국에는 3월 2일부터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정부의 마스크 수급대책 발표 이틀째인 27일에도 ‘마스크 대란’은 계속됐다. 대부분의 약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 없었고 우체국과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사람도 여전히 많았다. 정부는 이날 공식 사과하고 28일부터 약국, 우체국, 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살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하나로마트는 마스크 확보에 차질을 빚어 당장 28일부터 판매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 2만4000개 약국으로 공급될 물량 역시 충분치 않아 소비자 불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하려다 허탕을 치는 사례는 전국 각지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당초 약국과 하나로마트, 우체국에서 27일 오후부터 마스크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날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약국 문에는 ‘마스크 품절’이라고 쓰여 있었다. 약사 박모 씨는 “정부가 확보한 마스크를 약국에서 판다는 정부 발표만 믿고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정작 공급처에서는 다음 달 초에나 줄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앞 약국 8곳과 강북삼성병원 인근 약국 6곳을 둘러본 결과 마스크가 있는 약국은 2곳에 불과했다.

이날 이른 오전부터 마스크를 사러 서울 종로구의 우체국을 찾았던 윤모 씨(68)는 “오늘부터 마스크를 판다고 해서 출근길에 일찍 나와 기다렸는데 허탕을 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대문구의 농협 하나로마트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한 직원은 “영업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전화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졌다. 내가 받은 전화만 50통이 넘는다”고 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어김없이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정부는 수출을 제한해 국내로 생산량의 90%를 돌린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공급 확대를 느낄 수 없었다.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는 오전 4시부터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코스트코가 가족당 마스크 한 상자(24개입)를 판매한다고 해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정모 씨(29)는 “오전 4시 40분경 도착했는데 대기번호표 97번을 받았다. 5시 반 전에 이미 대기 순번이 끝나 버려 그냥 돌아가는 이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혼란이 커지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마스크 수급 불안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 마스크 공급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사과했다. 판매가는 장당 1000∼2000원 정도로 예상된다.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약국을 통해 28일부터 정부가 확보한 ‘공적(公的) 마스크’ 구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읍면 지역의 우체국과 수도권 외 지역의 하나로마트에서도 28일부터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영홈쇼핑(케이블채널 20번 또는 21번)과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행복한백화점에서도 매일 27만 장을 판매한다.

하지만 실제로 28일부터 소비자들이 정부가 확보한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하나로마트는 이날까지 확보하려고 했던 마스크 15만 개를 제조사에서 받지 못해 이르면 29일이 돼서야 판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반 약국에 공급하는 마스크도 공적 판매처에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우체국은 28일 오후 2시부터 전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전체 수량은 밝히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28일부터 일부 지역 약국에 공급할 수 있지만 얼마나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며 “전국 약국에 충분히 공급하려면 다음 주는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소민 / 김태성 기자
#코로나19#마스크 수급대책#마스크 대란#대형마트#품귀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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