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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플래시100]치사율 56% 괴질보다 경관을 두려워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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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플래시100]치사율 56% 괴질보다 경관을 두려워한 이유

정경준 기자 입력 2020-02-28 11:55수정 2020-03-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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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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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지금부터 딱 100년 전에도 호역(虎疫) 또는 호열자(虎列刺)라 불린 괴질(怪疾)이 한반도를 강타했습니다. 바로 콜레라였죠. 이 감염병으로 1920년에만 2만4229명의 환자가 나왔고, 그 중 1만356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치사율이 56%에 달했으니 그 공포가 어땠을지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그런데 우리 조선 사람들은 괴질도 무섭지만 그보다 보균자를 마구잡이로 잡아다 격리 수용한 일본인 경관이 더 싫고 두려웠나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처럼 정확한 검사를 하지도 않은 채 괴질로 의심되면 서울 옥인동에 있던 피병원(避病院·격리병원) 순화원에 수용했는데 환자들이 꽉꽉 들어찼을 뿐 아니라 사망자를 오랫동안 방치하기도 해 오히려 병에 걸리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화원 갈 놈’이라는 욕도 나돌았다고 하네요.
동아일보 1920년 8월 7일자 3면. 쩍 벌린 호랑이 입에 서울이 빨려들어가는 모습을 그려 ‘호역’으로 불린 괴질로 공포에 질린 당시의 분위기를 묘사했다.

괴질 의심환자를 순화원에 끌고 가려는 경관에 대한 저항은 거셌습니다. 8월 16일에는 서울 종로에서 보균자로 의심되는 최영택(47)을 들것에 태워가려는 경관들을 군중 1000여 명이 막아서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최 씨가 “멀쩡한 사람을 왜 몹쓸 들것에 담아 가려느냐”면서 버티자 이를 지켜보던 군중들이 “성한 사람을 잡아다 괴질 구혈에 넣는 원수를 때려죽여라”며 충돌한 것이죠. 최 씨가 진짜 보균자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죠. 당시 서울에는 “아무런 병도 없이 해산하는 여자를 피병원에 넣었다”, “경관이 병자를 발견하면 한 사람당 5원을 준다”는 등의 풍설도 파다했습니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동아일보는 괴질의 발생, 확산 상황의 단순 보도에 그치지 않고 민족을 대변하는 임무에 충실했습니다.
1920년 8월 12일자 동아일보 3면에 실린 김동성 기자의 한 컷 만화. 호랑이로 상징되는 괴질에 쫓기는 사람들이 “예방주사를 맞았다면…”이라고 하는 말풍선을 통해 감염병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8월 21일자 사설 ‘괴질의 유행과 당국의 방역’은 시민들이 괴질의 공포에 떨면서도 병균을 몰아내려는 경관을 병균보다 혐오하며, 사회를 위해 활동한다는 경관을 뱀이나 전갈보다 밉게 보고 있다며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요약했지요. 하나는 방역조치에 관한 대국민 홍보가 부족했고 방향도 잘못됐다는 것, 다른 하나는 방역 일선에 선 경관들의 무단적, 압박적 태도를 지적한 겁니다. 특히 총독부 당국이 괴질 유행의 책임을 조선인의 빈약한 위생관념과 격리병원 수용을 꺼리는 어리석음으로 돌리는 데 대해 “유럽 문명국과 달리 일본에서도 매년 괴질이 만연하는 것을 보면 오십보백보”라고 시원하게 꾸짖었습니다. 사설은 나아가 모든 면에 경관 주재소를 둔 조선총독부를 향해 “주재소보다 의료기관이 더 많아야 한다”며 “거액의 예산을 들여 민중을 위해 시행하는 방역이 거꾸로 인민의 불평과 분통, 원한을 사는 것이 총독부의 정치인가”라고 다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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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동아일보는 괴질 창궐에 즈음해 여러 이슈를 앞장서 제기했습니다. 7월 7, 8, 20일자 ‘망상의 경성 수도(水道)’ 3회 기획 시리즈에서는 위생에 필수적인 물이 부족한 실태와 당국자의 무개념, 무책임을 비판한 뒤 무분별한 물 사용을 막기 위해 사설(私設) 수도전에 계량기를 달고 요금도 누진제로 고칠 것 등의 구체적 대책을 제안했습니다. 8월 17일자부터 나흘 동안은 ‘죽음! 죽음의 위협이 닥쳤다, 민간 피병원을 세우자’라는 제목으로 격리병원 증설운동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사는 괴질이 창궐한 1920년 무료 예방주사 활동을 폈다. 본사가 초청한 의사들이 8월 10일 수해에 이어 괴질까지 덮친 서울 뚝섬의 주민들에게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7월 30일자 1면 사설 ‘호역 발생에 임하야 조선민중의 건강을 논함’은 “호군(虎軍·호역 부대)이 오고 있으니 각자 무기를 들어 일어나라”고 호소하며 개개인이 지켜야 할 6가지 ‘무기’를 열거했습니다. 즉 ①난잡한 음식을 피하고 끓여 먹어라 ②집, 식기 등을 청결히 해 전염의 매개물로부터 보호하라 ③인체가 해이해지지 않도록 처신에 조심하라 ④방역관의 주의를 지키며, 의학적 상식을 기르라 ⑤호군의 침범을 당했을 때는 신속히 소독해 전파를 막고, 단결하며 도우라 ⑥개인만 조심하면 되는 일이 아니니 군(郡), 도(道), 나아가 조선 전부를 보호하겠다는 각오를 하라 입니다. 지금도 새겨들을 대목이 많습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원문
怪疾(괴질)의 流行(유행)과 當局(당국)의 防疫(방역)


□輓(□만)□ 國外(국외)와 交通(교통)이 頻緊(빈긴)한 關係(관계)□ 每年(매년) 夏節(하절)에는 怪疾(괴질)이 侵入(침입)하야 民衆(민중)을 困苦(곤고)케 함이 殆(태)히 常例(상례)를 作(작)하는 바 今年(금년)에도 去(거) 六日(육일)부터 玄海(현해)를 渡(도)하야 南關(남관)의 沿岸(연안)島嶼(도서)를 脅威(협위)하던 怪疾(괴질)이 漸次(점차)로 各地(각지)에 波及(파급)하던 中(중) 遂(수)히 今月(금월) 初旬(초순) 京城(경성)에 侵入(침입)하야 今日(금일)에는 全道(전도)에 近(근) 萬(만) 名(명), 京城(경성)에만 五百(오백)을 超(초)한 病者(병자)를 發見(발견)하게 되얏슴은 甚(심)히 遺憾(유감)이라. 此際(차제)에 警務當局者(경무당국자)와 地方行政廳(지방행정청)에서 專力(전력)을 傾注(경주)하야 防疫(방역)에 從事(종사)함은 實(실)로 當然(당연)한 事(사)이오, 防疫(방역)에 從事(종사)하는 官公吏(관공리)의 위험을 冒(모)하고 奮鬪(분투)를 繼續(계속)함은 吾人(오인)이 또한 其(기) 勞(노)를 認(인)치 아니하는 바가 아니라.

然(연)이나 所謂(소위) 當局者(당국자)의 防疫(방역)을 實行(실행)하는 方法(방법)에 關(관)하야 昨今(작금) 京城(경성)에서 日夜(일야) 見聞(견문)하는 바에 依(의)하건대 矛盾(모순), 撞着(당착), 不條理(부조리), 無順序(무순서)를 終始(종시) 反覆(반복)하야 人(인)으로 하야금 此(차)가 果然(과연) 外形(외형)이나마 文明式(문명식)이라 稱(칭)하는 政治(정치)의 一端(일단)인가 疑惑(의혹)케 하는 도다.

南關(남관)에 怪疾(괴질)이 日益(일익) 猖獗(창궐)하며 兼(겸)하야 罕有(한유)의 水災(수재)를 經(경)한 京城(경성)에 惡疫(악역) 流有(유유)의 危險(위험)이 迫頭(박두)하얏슬 時(시)에 吾人(오인)은 京畿道(경기도) 第三部(제삼부) 及(급) 京城府(경성부)의 當局者(당국자)가 何等(하등)의 積極的(적극적) 防疫策(방역책)을 取(취)함을 聞(문)치 못하얏고 間或(간혹) 空砲的(공포적) 警告(경고)를 新聞紙上(신문지상)에 見(견)함에 不過(불과)하더니 及其(급기) 病者(병자)가 發見(발견)되는 日(일)에 及(급)하야는 其(기) 發生地(발생지)가 各處(각처)에 散在(산재)할 뿐 아니라 就中(취중) 東大門警察署(동대문경찰서) 管內(관내)에서는 初日(초일)에 多數(다수)한 病者(병자) 及(급) 死者(사자)를 發見(발견)한 바 此(차)는 警察當局(경찰당국)에 發見(발견)되기 以前(이전)에 怪疾(괴질)이 임의 京城(경성)에 侵入(침입)하야 蔓延(만연)하얏슴을 事實(사실)로 證明(증명)한 것이니 事(사)가 此(차)에 至(지)한 理由(이유)는 當局(당국)의 辨明(변명)이 多端(다단)할지나 何如間(하여간) 警察(경찰)의 一大(일대) 失態(실태)됨은 明白(명백)한 事(사)이며 責任(책임)의 所歸(소귀)는 的確(적확)할 것이로다.

其次(기차)에 病者(병자)를 發見(발견)한 後(후)의 當局(당국) 措置(조치)는 果然(과연) 如何(여하)한가. 罹病者(이병자)는 避病院(피병원)에 收容(수용)하고 患家(환가) 附近(부근)은 交通(교통)을 遮斷(차단)하고 消毒(소독)을 施(시)하며 健康者(건강자)의 採便檢鏡(채변검경)을 行(행)하야 保菌者(보균자)도 隔離收容(격리수용) 行(행)하고 一般(일반)에 對(대)하야는 强制(강제) 注射(주사)를 行(행)하는 等(등) 晩時(만시)이나마 活動(활동)을 始(시)하얏도다. 此(차)는 大體(대체)로 論(논)하면 法令(법령)의 命(명)하는 바 當然(당연)히 行(행)할 事(사)이오, 常識(상식)에 訴(소)할지라도 批難(비난)할 점이 아니라.

然(연)이나 如斯(여사)한 事(사)를 實行(실행)하는 順序(순서)와 方法(방법) 根本的(근본적)으로 錯誤(착오)한 結果(결과) 遂(수)히 京城(경성)의 全(전) 市(시)는 今日(금일)이 混亂(혼란)狀態(상태), 恐怖時代(공포시대)를 現出(현출)하야 京城(경성)의 二十萬(이십만) 朝鮮人(조선인)을 驅(구)하야 怪疾(괴질)에 死(사)하기 前(전)에 神經衰弱(신경쇠약)에 泣(읍)케 하기에 至(지)하얏도다.

觀(관)하라. 京城(경성) 昨今(작금)의 人心(인심)이 如何(여하)한 不安(불안)狀態(상태)에 在(재)한가. 傳染病者(전염병자)와 如(여)히 民衆(민중)과 스사로 隔離(격리)하며 且(차) 朝鮮人(조선인)이 아니오 被治者(피치자)가 아닌 當局者(당국자)는 其(기) 眞相(진상)을 知(지)치 못한다 함도 容或無怪(용혹무괴)일지나 京城(경성)의 良民(양민)은 平時(평시)보다도 警官(경관)을 厭忌(염기)하기 數倍(수배)이며, 疫菌(역균)보다도 警官(경관)을 畏(외)하기 또한 數倍(수배)이라. 平時(평시)에는 警官(경관)과 人民(인민)이 比較的(비교적) 疎遠(소원)하얏슬 지라도 如斯(여사)한 時期(시기)에는 勢(세) 不得已(부득이) 團(단)으로 纏合(전합)하야 共同一致(공동일치) 防疫(방역)에 努力(노력)함이 當然(당연)하거날 何故(하고)로 事(사)가 此(차)에 反(반)하야 市民(시민)은 全(전) 市(시)를 擧(거)하야 不安(불안) 恐怖(공포)의 □態(□태)를 呈(정)하고 오히려 疫菌(역균)을 驅逐(구축)하랴는 警官(경관)을 疫菌(역균)보다도 畏忌(외기)하며 社會(사회)를 爲(위)하야 活動(활동)한다는 警官(경관)을 蛇蝎(사갈)보다도 疾視(질시)하기에 至(지)하얏는가.

第一(제일)은 防疫(방역)宣傳(선전)의 方針(방침)을 誤(오)함이니 宣傳(선전)이 本來(본래) 貧弱(빈약)하얏슴과 其(기) 貧弱(빈약)한 것도 錯誤(착오)한 方面(방면)으로 進行(진행)함을 云(운)함이라. 朝鮮人(조선인)이 一般的(일반적)으로 衛生思想(위생사상)이 發達(발달)되지 못하얏슴은 事實(사실)인 즉 豫防(예방)에 對(대)한 注意(주의)를 一般(일반)에 宣傳(선전)함도 必要(필요)□되 □가 極(극)히 貧弱(빈약)하얏고 又(우) 朝鮮人(조선인)이 避病院(피병원)을 厭忌(염기)함도 事實(사실)이라. 然故(연고)로 法令(법령)의 周知(주지)를 圖謀(도모)하는 方法(방법)을 兼(겸)하야 怪疾(괴질)이 發生(발생)한 □는 健康(건강)한 者(자)이라도 採便檢鏡(채변검경)을 行(행)하야 保菌者(보균자)로 判定(판정)되면 □亦(역) 怪疾(괴질)을 傳播(전파)케 하는 者(자)인 故(고)로 病者(병자)와 同一(동일)히 危險(위험)한 避病院(피병원)에 收容(수용)되는 事(사)를 廣汎(광범)히 一般(일반)에 徹底(철저)하도록 警告(경고)하는 등이 人心(인심)의 機微(기미)를 捕捉(포착)할 有効(유효)한 宣傳方法(선전방법)됨을 不拘(불구)하고 此等(차등)을 全然(전연) 度外(도외)에 置(치)하얏스며 又(우) 怪疾(괴질) 發生(발생) 後(후)라도 保菌者(보균자)를 病者(병자)와 共(공)히 避病院(피병원)에 收容(수용)함에 對(대)하야 民衆(민중)의 不平(불평)이 漸高(점고)함을 看取(간취)한 時(시)는 交通(교통) 遮斷區域(차단구역)이나 其他(기타) 避病院(피병원) 以外(이외)의 適當(적당)한 處(처)에 此(차)를 別(별)로히 收容(수용)함도 亦(역) 可(가)하거날 如斯(여사)한 方便(방편)에도 □치 아니하고 『可事由之(가사유지)』와 『壓迫最上(압박최상)』을 金科玉條(금과옥조)로 迷信(미신)한 結果(결과)는 數千(수천)의 群衆(군중)이 保菌者(보균자)의 收容(수용)에 不平(불평)하야 路上(노상)에서 官民(관민) 間(간)에 保菌者(보균자)를 爭奪(쟁탈)하는 醜態(추태)를 連日(연일) 演出(연출)하기에 至(지)하얏도다.

吾人(오인)의 此言(차언)에 對(대)하야 當局者(당국자)와 其他(기타) 日本人(일본인)은 其(기) 全(전) 責任(책임)을 朝鮮人(조선인)의 衛生思想(위생사상)이 發達(발달)치 못한 愚(우)와 避病院(피병원) 厭忌(염기)하는 痴(치)에 歸(귀)하고 反(반)히 嘲笑(조소)할 지라도 然而(연이) 一般的(일반적)으로 若干(약간)의 差(차)는 有(유)할는지 未知(미지)이나 此(차) 點(점)은 日本(일본) 內地(내지)도 亦(역) 五十步百步(오십보백보)이라. 歐洲(구주)의 文明國(문명국)에는 怪疾(괴질)이 侵入(침입)할지라도 其(기) 發生(발생)한 海港(해항)의 一(일) 局部(국부)에서 終熄(종식)되는 것이 常例(상례)이어늘 日本(일본)에는 年年(연연)히 此(차)의 侵入(침입)이 有(유)할 時(시)는 各地(각지)에 蔓延(만연)하는 것이 常例(상례)이며 又(우) 避病院(피병원)을 厭忌(염기)하는 것을 日本(일본)에서도 朝鮮(조선)과 無異(무이)하야 傳染病者(전염병자)의 逃亡(도망)이 頻頻(빈빈)함도 事實(사실)일 뿐 아니라 事實上(사실상) 朝鮮(조선) 現在(현재) 避病院(피병원)의 設備(설비)와 其(기) 朝鮮人(조선인) 收容者(수용자)의게 對(대)한 待遇(대우)를 觀察(관찰)할 時(시)는 衛生思想(위생사상)의 發達(발달)한 者(자)가 反(반)히 厭忌心(염기심)이 甚(심)할 만큼 寒心(한심)한 現象(현상)이 아닌가.

第二(제이)는 警官(경관)의 態度(태도)가 武斷的(무단적)이오, 壓迫的(압박적)임에 由(유)함이니 警官(경관) 中(중)에도 特(특)히 人民(인민)과 接觸(접촉)이 最多(최다)한 下級(하급) 警官(경관)은 人民(인민)은 警官(경관)의게 反抗(반항)하는 者(자)요, 警官(경관)은 人民(인민)을 壓迫(압박)할 者(자)이라는 先入(선입)의 誤見(오견)이 頭顱(두로)에 撑中(탱중)한 所致(소치)이라. 此(차)는 現時(현시) 朝鮮(조선) 警察(경찰)의 根本(근본) 弊瘼(폐막)으로 防疫(방역) 等(등) 事(사)에 局限(국한)하야 論盡(논진)할 바이 아니나 今番(금번) 防疫(방역)에 際(제)하야 此(차) 缺點(결점)이 가장 普遍的(보편적)으로, 또한 露骨的(노골적)으로 發揮(발휘)되얏스며 人心(인심) 不安(불안)을 惹起(야기)한 重大(중대) 源由(원유)를 作(작)하얏도다.

無論(무론) 防疫事務(방역사무)는 幾多(기다)의 境遇(경우)에 人(인)의 自由(자유)를 拘束(구속)할 必要(필요)가 有(유)한 故(고)로 指示(지시)에 順從(순종)치 아니할 時(시)는 此(차)를 强制(강제)함이 또한 不得已(부득이)한 事(사)이나 强制(강제)를 行(행)함에는 人民(인민)으로 하야금 其(기) 趣旨(취지)를 諒解(양해)케 하며 又(우) 防疫上(방역상) 必要(필요) 以外(이외)에는 人民(인민)의 自由(자유)를 尊重(존중)하고 可及的(가급적) 其(기) 便宜(편의)를 圖謀(도모)함이 當然(당연)한 義務(의무)이어날 防疫(방역)에 從事(종사)하는 警官(경관)의 態度(태도)를 觀(관)하건대 其(기) 大多數(대다수)는 徹頭徹尾(철두철미) 强制(강제) 壓迫(압박)이오, 人民(인민)을 罪囚視(죄수시)하며, 檢病(검병) 調査(조사)가 重大(중대) 犯人(범인)의 搜索(수색)보다도 嚴重(엄중)할 뿐이니 防疫(방역)의 根本(근본) 理由(이유)에 透徹(투철)한 理解(이해)가 無(무)하고 警官(경관)의 强壓(강압)을 畏忌(외기)하는 多數(다수) 民衆(민중)의 心裹(심과)에는 不平(불평)과 恐怖(공포)가 生(생)함도 勢所難免(세소난면)이라.

要(요)컨대 今回(금회)의 防疫(방역)에 當(당)하야 警務當局(경무당국)이 又(우) 更(경)히 人民(인민)의 怨府(원부)를 成(성)한 觀(관)이 有(유)함은 朝鮮人(조선인) 衛生思想(위생사상)의 普及(보급)된 程度(정도)를 詳察(상찰)하야 適宜(적의)한 宣傳(선전)에 努力(노력)지 아니함이 近因(근인)이니 此(차)는 衛生方面(위생방면)에 限(한)하야 朝鮮(조선)의 民度(민도)를 歐(구□) 文明都市人(문명도시인) 이상□□ □□함이 아인가. 朝鮮人(조선인)의 要求(요구)이나 希望(희망)이라면 民度不及(민도불급)이라는 一言(일언)으로 蔽(폐)하며 諸般(제반) 不合理(불합리), 時代錯誤(시대착오)의 法令(법령)과 政策(정책)은 總(총)히 朝鮮(조선)의 □度(□도)에 適應(적응)하기 爲(위)함이라 憑藉(빙자)하는 朝鮮總督府(조선총독부)의 當局者(당국자)가 何(하)□으로 衛生方面(위생방면)에 限(한)하야만 民度(민도)에 適宜(적의)한 宣傳(선전)과 施設(시설)에 努力(노력)지 아니하는가.

一(일) 面(면)에 一(일) 警察官(경찰관) 駐在所(주재소)가 必要(필요)하다 하면 一(일) 醫療機關(의료기관)도 此(차)와 同一(동일)이나 其(기) 以上(이상) 必要(필요)한 것이 아닌가. 實(실)로 奇怪(기괴)한 事(사)이로다. 又(우) 警察(경찰)의 傳統的(전통적) 强壓(강압)이 民衆(민중)의 不平(불평)을 □한 遠因(원인)이니 强壓(강압)이 如何(여하)한 結果(결과)를 作(작)함은 朝鮮總督府(조선총독부) 當局者(당국자)가 旣(기)히 滿足(만족)히 經驗(경험)한 바이라. 玆(자)에 贅論(췌론)할 必要(필요)도 無(무)하거니와 此(차) 經驗(경험) 中(중)으로부터 尙且(상차) 覺醒(각성)을 得(득)치 못하얏다 하면 비록 數千萬(수천만) 言(언)을 費(비)할지라도 都是(도시) 無益(무익)의 事(사)이로다. 巨額(거액)의 國財(국재)와 多數(다수)의 苦勞(고로)를 費(비)하며 直接(직접)으로 民衆(민중)을 爲(위)하야 行(행)하는 此(차) 防疫(방역)에 人民(인민)의 不平(불평)과 忿恨(분한)을 買(매)함이 抑(억) 朝鮮總督府(조선총독부)의 政治方式(정치방식)인가.


현대문

괴질의 유행과 당국의 방역


외국과의 왕래가 점점 잦아지는 이유로 매년 여름철에는 괴질이 침입해 민중의 형편을 어렵게 하는 일이 거의 일상사처럼 됐다. 올해도 지난 6일부터 현해탄을 넘어 마천령산맥 남쪽 연안 섬 지역을 위협하던 괴질이 점차 각지로 번져가던 중 마침내 이달 초순 서울에도 침입해 현재 경기도 전역에 거의 1만 명, 서울에만 500명이 넘는 병자가 발생하게 됐음은 심히 유감이다. 이때 경무당국과 지방 행정청에서 전력을 다 기울여 방역에 나서는 것은 실로 당연한 일이요, 방역에 종사하는 관공서 관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분투하는 것은 우리들도 그 노고를 인정하지 않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소위 당국자가 방역을 실행하는 방법에 관해 요사이 서울에서 보고 듣는 바에 따르면 시종 반복해 모순 되고, 앞뒤도 맞지 않고, 부조리하며, 순서도 없어 사람들이 과연 이것이 외형이나마 문명적이라 일컫는 정치의 한 부분인가 의심케 한다.

마천령 이남 지역에 괴질이 하루가 다르게 창궐하며 이에 더해 보기 드문 물난리를 겪은 서울에 악성 돌림병의 위험이 닥쳤을 때 우리들은 경기도 제3부 및 경성부 당국자가 어떠한 적극적인 방역대책을 취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고, 간혹 신문지상을 빌려 알맹이 없는 경고를 하는 것을 보는 데 그쳤다. 그러더니 급기야 병자가 발생한 날에는 그 발생지가 각처에 산재해 걷잡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그 중에서도 특히 동대문경찰서 관내에서는 첫날 수많은 병자와 사망자가 생겨난 바, 이는 경찰당국에 발견되기 전에 괴질이 이미 서울에 침입해 널리 퍼졌음을 사실로 증명한 것이다. 당국도 할 말이 많겠지만 일이 여기까지 확산된 까닭은 어쨌든 경찰의 면목이 일대 실추했음은 명백한 사실이며, 책임 소재 또한 확실할 것이다.

다음으로 병자를 발견한 뒤 당국의 조치는 과연 어땠는가. 병에 걸린 사람은 격리 병원에 수용하고, 환자의 집 부근은 교통을 차단하고 소독을 하며, 건강한 사람도 채변검사를 실시해 보균자를 가려내 격리 수용하고, 일반에 대해서는 강제 예방주사를 놓는 등 늦게나마 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대체로 말하자면 법령에서 정해놓은 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요, 상식에 호소하더라도 힐책할 점은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을 실행하는 순서와 방법을 근본적으로 잘못 생각한 결과 마침내 전 서울은 오늘날 혼란 상태, 공포시대를 맞아 서울의 20만 조선인을 몰아내 괴질로 죽기 전에 신경쇠약에 근심하게 하기에 이르렀다.

보아라. 현재 서울의 인심이 어느 정도로 불안한 상태에 있는가를. 전염병자처럼 스스로 민중과 떨어져 있으면서, 조선인도 아니요, 통치를 받는 사람도 아닌 당국자가 그 진상을 모른다는 것은 혹 그럴 수 있다 쳐 괴이할 것도 없다고 하자. 경관을 싫어하고 꺼리는 서울의 양민은 평소보다 몇 배이고, 병균보다 경관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또한 몇 배에 이른다. 평시에는 경관과 인민이 비교적 거리가 있더라도 이 같은 때에는 부득이 하나로 모여 함께 일치단결해 방역에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어찌해서 이와 반대로 모든 시민들은 불안과 공포상태를 보이고 오히려 병균을 몰아내려는 경관을 병균보다 싫어하고 꺼리며, 사회를 위해 활동한다는 경관을 뱀이나 전갈보다도 밉게 보기에 이르렀는가.

첫째는 방역을 널리 인식시키는 방침을 그르친 것이니, 선전이 원래 부족했을 뿐 아니라 그 빈약한 선전 역시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조선 사람들의 위생 관념이 발달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예방에 대한 주의를 일반에 널리 알리는 것도 필요한데 이것이 극히 빈약했고, 또 조선 사람들이 격리 병원을 싫어하고 꺼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전염병 관련) 법령의 내용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것 외에 괴질이 발생하면 건강한 사람이라도 채변검사를 해서 보균자로 판정되면 역시 괴질을 퍼뜨릴 수 있기 때문에 병자와 마찬가지로 위험한 격리 병원에 수용될 수 있다는 것을 폭넓게 일반에 철저히 경고하는 등이 인심의 동요 기미를 포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선전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예 도외시했으며, 또 괴질 발생 후에라도 보균자를 병자와 함께 격리 병원에 수용할 때 민중의 불평이 점점 높아짐을 알아차렸을 때는 교통 차단구역이나 기타 격리 병원 이외 적당한 곳에 보균자를 별도로 수용하는 방법도 역시 가능한데 이 같은 방책도 무시했다. 이와 반대로 ‘옳은 일이면 이를 따른다’와 ‘압박이 최상이다’를 금과옥조로 맹목적으로 믿은 결과 수천 명의 군중이 보균자를 격리 병원에 수용하는 것에 반대해 길거리에서 관과 대치해 보균자를 쟁탈하는 추태를 연일 연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당국자, 기타 일본인들이 그 모든 책임을 조선인의 빈약한 위생관념과 격리 병원을 꺼리는 어리석음으로 돌리고 오히려 비웃을 지라도 일반적으로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 점은 일본 본토 역시 오십보백보다. 유럽 문명국은 괴질이 침입하더라도 발생한 항구의 한 부분에서 종식되는 것이 흔한 일인데 일본에는 매년 괴질이 침입할 때는 각지에 만연하는 것이 상례이며, 또 격리 병원을 꺼리는 것도 일본이나 조선이 다를 바 없어 전염병자의 도주가 잦은 것도 사실이다. 현재 조선의 격리 병원을 보면 그 설비와 조선인 수용자에 대한 대우를 관찰할 때 위생사상이 발달한 사람도 도리어 싫어하고 꺼릴 만큼 딱한 상황이 아닌가.

두 번째는 경관의 무단적, 압박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관 중에서도 특히 대중과 접촉이 많은 하급 경관은 ‘대중은 경관에게 반항하는 자요, 경관은 대중을 압박해야 하는 자’라는 잘못된 선입견이 머리에 꽉 차있는 것이 문제다. 이는 현재 조선 경찰의 근본적인 폐단으로, 방역 등의 일에 국한해 논할 바는 아니지만 이번 방역 국면에서 이 결점이 가장 흔하게, 또 노골적으로 나타났으며 인심의 불안을 부추긴 중대한 핵심 원인이 됐다.

물론 방역이라는 것은 많은 경우 인신의 자유를 구속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지시에 따르지 않을 때는 이를 강제하는 것이 부득이한 일이지만, 강제를 할 때도 그 취지를 양해시켜야 하며 또 방역에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인민의 자유를 존중하고 인민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이다. 하지만 방역에 종사하는 경관들의 태도를 보면 대다수는 철두철미 강제, 압박이요, 인민을 죄수 보듯 하며, 병의 유무를 조사하는 것이 중대 범인의 수색보다 중대하니 방역의 근본에 대한 투철한 이해가 없고, 경관의 강압을 두려워하는 많은 민중의 마음에 불평과 공포가 생겨나는 것을 면키 어렵겠다.

요컨대 이번 방역에서 경무당국이 또 다시 인민의 원성을 사는 광경이 있는 것은 조선인에게 위생관념이 보급된 정도를 자세히 살펴 적절한 선전에 노력하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니, 이는 위생에 한해 조선인의 수준을 문명도시인 이상으로 여긴 탓이 아닌가. 조선인의 요구나 희망이라면 민도가 낮다는 한 마디로 묵살하면서 제반 불합리하고 시대착오적인 법령과 정책은 모두 조선의 민도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 빙자하는 조선총독부 당국자가 무슨 이유로 위생 문제에 대해서만 민도에 맞는 선전과 시설에 노력하지 않는가.

한 면에 하나의 경찰관 주재소가 필요하다 하면 하나의 의료기관도 이와 같겠지만, 실상 그 이상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실로 기괴한 일이다. 또 전통적인 경찰의 강압이 민중의 불평을 낳은 원인이니, 강압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가는 조선총독부 당국자가 이미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이에 다시 얘기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 경험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면 비록 수천만 마디 말을 하더라도 도무지 이로울 게 없는 일이다. 거액의 예산과 수많은 노고를 들여 직접적으로 민중을 위해 시행하는 이 방역이 거꾸로 인민의 불평과 분통, 원한을 사는 것이 또한 조선총독부의 정치방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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