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김형오 못만날 이유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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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통합당行-지지율 답보속 통합-선거연대 불가서 기류 변화
일각 “이탈 도미노 단속용 메시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사진)가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누구라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귀국 당일 공항에서부터 안 대표가 보수통합 논의 참여 여부에 대해 “관심 없다”고 일관되게 말해온 것과는 기류가 확연히 변화한 것이다. 안 대표 측은 “자강 기조에 변화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향후 통합당 황교안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 대표는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누구라도 못 만날 이유는 없다”고 두 차례 말했다. “(선거 연대 등 회동 주제는) 만나서 얘기를 들어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회동 여부는 물론이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도 고민하고 있다는 뉘앙스다. 최근 안철수계인 김중로 의원에 이어 이동섭 의원까지 바른미래당을 나와 통합당에 합류한 것에 대해선 “스스로 판단하시면 어떤 판단이든 존중하겠다”며 “남은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역구 출마를 이미 몇 달 전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안 대표의 발언을 두고 국민의당 안팎에선 “안 대표의 자강 기조가 변한 것이냐”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단 안 대표는 측근들에게 “원론적 발언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도식 안 대표 비서실장은 “정치적 수사일 뿐 당장 만남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안 대표가 그동안 “나와 가치가 맞는다면 그분들(통합당)이 이리 오면 된다”(2월 2일 신당 창당 비전 발표회), “(통합은 물론이고) 선거 연대도 생각이 없다”(2월 10일 동아일보 인터뷰), “외롭고 힘들지라도 국민께 약속한 그 길을 가겠다”(2월 21일 국민의당 창당준비위 중앙위원회)고 해왔던 발언들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안 대표의 이날 김 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 언급은 안철수계 현역 의원들의 이탈 도미노로 인한 내부 단속용 메시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안철수계인 김삼화 김수민 신용현 의원은 통합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염동열 의원, 바른미래당 출신 통합당 의원 등과 접촉하며 입당 조건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만약 안 대표가 김 위원장과 만난다고 하면 회동 결과를 보고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창당, 정책 발표 등 이슈 몰이에 힘쓰고 있지만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2%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창당 마케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도 안 대표에게는 고민거리다. 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여론조사 회사마다 결과 편차가 큰 것을 두고 “우리나라에는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운동이 없지 않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1년 넘게 안 대표의 귀국을 기다리며 지역구 출마를 기대했던 원외위원장들도 들썩이고 있다. 국민의당 장환진 창당준비위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날 통합당 합류를 발표했고, 김철근 창준위 공보단장도 통합당 입당을 고심 중이다.

통합당과 국민의당이 현재로서는 선거 연대를 부인하고 있지만 안 대표와 황 대표의 전격 회동 가능성은 남아있다. 황 대표 측은 “안 대표가 선거 연대를 논의하는 것이라면 만날 이유가 없지만 일단 아무 조건 없이 만나자는 제의가 오면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김준일 기자
#안철수#김형오#국민의당#미래통합당#21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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