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 권고에도 학원마다 ‘제각각’…“주말 ‘일타 강사’ 대형 강의 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5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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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의 모습. 뉴스1
2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의 모습. 뉴스1
학부모 A 씨는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수학학원에 자녀를 보내지 않았다.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개학 연기를 결정하면서 학원들도 휴업하라고 권고한 날이었다.

학원에서는 ‘방역을 철저히 하고 선생님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며 수업을 정상적으로 한다고 했다. 하지만 A 씨는 밀폐된 교실을 생각하면 불안했고, 다른 학부모들도 자녀들을 안보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석률은 10%도 안 됐다. 수학은 한 번만 빠져도 진도 따라가기가 어려워 25일에는 보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뒤늦게 학원으로부터 휴원 공지가 왔다.

교육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3월 9일로 연기하면서 학원도 이에 맞춰 2주간 휴원을 권고했지만 학원마다 휴원 여부와 일수는 제각각이다. 초등학생 대상 학원은 대부분 휴원했지만, 중고교 대상 학원은 휴원을 안한 곳이 꽤 된다. 중고교 대상 학원은 휴원을 하더라도 이번주 중 2, 3일 정도만 쉬는 곳이 많고, 길어야 5일 정도 쉬는 상황. 다음주부터는 ‘학교는 안 가도 학원은 가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란 얘기다.

그나마 이번주는 상당수 학원들이 휴업을 하지만,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건 이번 주말부터다. 주말은 대치동에서 소위 ‘일타 강사’의 대형 강의가 많아서 서울 다른 지역과 지방에서도 학생들이 몰려든다. 여기에 다음주부터는 휴원을 결정한 학원이 별로 없어서 학교에 안 가는 아이들은 학원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한 학부모는 “학교도 안 가는데 우리 애만 공부를 안 할 수는 없으니 학원에는 보낼 수밖에 없다”며 “개학 연기로 집단생활을 하지 않도록 하려던 정부 계획이 무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은 학교보다 더 좁고 밀폐된 곳이 많아서 전염 위험이 높다. 하지만 학원들은 무작정 오래 휴원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한다. 휴원이 길어지면 학부모들이 수업 결손 문제를 지적하고, 아이를 보낼 곳이 없다고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 수업 결손이 생기면 보강을 해야 하는데 학생들마다 일정이 달라 쉽지 않다. 보강이 여의치 않으면 다음달 결제일을 미뤄줘야 하고, 환불 요구도 나올 수 있다. 학원은 임대료와 강사 급여를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니 부담스럽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장기 휴원으로 인한 금융, 재정적 문제를 정부가 지원해줘야 협조가 원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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